피지영·이양훈 지음/행복한작업실 펴냄/1만 4000원
"명화를 감상하면서 깊은 감동에 빠져드는 이유는 수백 년에 걸쳐 화가들이 그림 속에 새겨 넣은 인물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서양 미술 도슨트(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 피지영 씨(서울대병원 홍보팀)가 프리랜서 이양훈 씨와 함께 쓴 두 번째 쓴 미술이야기 <영달동 미술관>이 출간됐다.
이번엔 소설이다.
첫 책 <유럽미술여행>을 통해 서양미술에 대한 조예를 유감없이 드러낸 저자는 이번 책에서는 11명의 위대한 화가와 그들의 21편의 명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달동 미술관>은 '미술 소설'이다. 주인공은 화가와 그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고흐·라울 뒤피·마코프스키·시시킨·베르메르·브뤼헐·일리야 레핀·렘브란트·라파엘로·모딜리아니·밀레와 그들의 그림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훌륭한 조연이 된다.
불투명한 미래에 낙담하고, 한 때의 실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부적절한 생각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영달동 주민들은 위대한 화가들이 그림 속에 숨겨 둔 메시지와 의미를 찾아가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액자 속 머무르지 않는 그림들은 현대인의 일상과 내면에 스며들어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그림과 화가를 둘러싼 배경 지식은 저자의 해석이 덧붙여져 미술에 다가서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작품들이 어떻게 우리의 내면을 반영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서양 미술에 대한 교양 지식과 현대인의 심리와 일상이 탄탄한 구조의 서사와 버무려져 미스터리하면서도 흥미롭고 감동적인 내러티브를 선사한다.
책장을 넘기면서 대학병원 홍보 업무에만 매달려 있다가 서양미술에 빠져 관련 서적 1000권을 섭렵한 이와 출판 디렉터이자 에디터가 밥벌이인 이의 만남이 남긴 '문외한들의 화려안 외도'를 만끽할 수 있다.
권준수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추천사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혹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페르소나를 쓰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영달동 미술관'에 가면 나약하고 초라하면서도 솔직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고 오래전 마음의 상처, 고통, 번민, 죄책감투성이의 나를 만나게 된다. 독특한 이력의 피지영 도슨트와 이양훈 작가의 이 작품은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는 우리 모두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고 갈파했다.
영달동 미술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저자의 말이다.
"위대한 화가들이 남긴 그림이 말을 거는 대상은 책을 펼치는 바로 '당신'입니다"(☎ 02-6466-9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