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국회의원
좋은 국회의원
  • 김현지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내과 진료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14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일규 의원을 통해 느꼈던, 내가 바라는 국회의원의 모습

나는 20대 때, 윤일규 전 국회의원의 비서관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셨던 나의 '의원님'은, 한 번쯤 내가 꿈꿨던 '좋은 국회의원'의 표본이었다.

일단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나는 그 분처럼 성실한 국회의원을 본 적이 없다. 의원님은 상임위원회, 본회의, 의원총회, 의원실 주최 토론회를 단 한 번도 빠지신 적이 없다. 국회의원의 회의 참석은 충실한 입법 활동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 본회의는 국정 전반에 대한 토론과 법안과 결의안 등에 대한 표결이 이루어지는 회의로 국회의원이라면 응당 출석해야 하는 회의이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의 국회 본회의 출석률과 재석률은 의원 개인의 성실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원실에서 2년 간 토론회는 총 94회 개최했고, 피치 못했던 경우 딱 한 번을 제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셨다. 또한 의원실의 법안 발의 건수는 재·보궐 의원 중 압도적인 1위였고(2년간 총 64건), 법안 통과률은 30%를 초과했다. '일하는 국회의원'이 뭔지, 행동으로 보여주신 분이었다. 

'준비된 국회의원'이기도 했다. 의원님은 중요한 회의가 있으면 천안에서부터 첫 차로 올라와 아침 7시 반부터 '공부'를 하셨다. 국정감사 기간이면 나와 함께 새벽부터 리허설을 하시기도 했다.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의원님과 하루 2∼3시간씩 토론을 하기도 했다. 덕분에 회의장에서 찍힌 의원님 사진을 보면 자료에 형광펜 그어진 자국과 여백의 메모가 화려하다. 

의원님은 평생을 신경외과 의사로 사셨던 분이라, "수술하는 의사는 손 떨리면 안 된다."며 술이나 담배를 일절 하지 않으셨고, 손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운동(골프나 테니스)도 일부러 하지 않으셨다. 대신 매일 새벽마다 1000m씩 수영을 하셨다.

안전이 걱정되어 보좌진이 만류해도 택시도 타지 않고 항상 KTX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천안에서 출퇴근을 하셨는데, 이동시간에는 늘 최신 논문을 읽으셨다. 의사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고, 언제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지 모르니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며 나에게도 시간이 나면 꼭 논문을 읽으라고 잔소리를 하셨다. 전문가의 자기 관리가 무엇인지 의원님께 배웠다. 

또한 인격적으로나 도덕적으로도 '큰 어른'이셨다. 단 둘이 있을 때가 아니면 한참 어린 나에게 꼭 존칭을 쓰셨다. "내가 내 식구 무시하면 다른 사람도 무시하는 법"이라며.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동대문을 경선을 치루며 너무 힘이 들어 전화를 걸어 응석을 부렸던 날에, 의원님께서 해주신 말씀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거 같다.

"너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은, 너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 그러니 잊어라. 기억해뒀다가 갚아주려고도 하지 말고, 흘려보내라. 그게 이기는 길이다."

말 뿐이 아니라 본인도 항상 그렇게 실천하셨다. 공식석상이든, 사석이든, 그 분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나쁘게 말씀하시는 걸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상대가 당신을 안 좋게 얘기하는 사람일지언정. 모든 국회의원이 윤일규 의원님 같다면, 국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훨씬 다정해지지 않을까, 싶다. 의사 출신 중에 이런 국회의원이 있었다는 걸 의료계의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그리고 자부심을 느꼈으면 한다.   

최근에 나의 첫 책이 나왔을 때, 첫 인쇄본을 드리러 천안에 갔다. 따뜻하게 맞아주시며 책에 대한 애정 어린 잔소리도 잊지 않으셨다. 국회에 보좌진으로 들어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셨던 분이 의사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큰 어른이시라는 게 나의 인복이자, 행운이다. 오늘은 안부차 전화나 드려봐야겠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