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번 같이 먹자
반지방 동창회에서 반갑게 만난 친구가
밥 한 번 먹자고 했다
부부동반으로 만나자고 했다
빈말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좋다고 맞장구쳤지만
멀리 지방에 사는 친구와
부부 약속을 잡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호의만은 잊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밥 한 번 같이 먹자는 말이
밥만 같이 먹자는 말도
한 번만 먹자는 말도 아닌 것을 알겠다
빈말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을 때
친구는 이미 알고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던 것은 아닐까
▶ 서울 강서·연세이비인후과의원/<문학청춘> 신인상 등단(2011)/한국의사시인회·문학의학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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