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어린이용 무료백신 물량 없어...유료접종용 백신도 가격 폭등
독감백신 시즌 개시 코 앞인데, 백신 못 구해 발동동...자구책 마련 분주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시즌을 앞두고, 개원가가 백신 품귀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 내일(14일)부터 시작될 국가예방접종(NIP)용 백신은 물량 자체가 씨가 마른 상황. 그나마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유료접종용 백신은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오른데다 '반품불가' 딱지까지 붙어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 됐다.
백신 수급 불안을 질타하는 의료계의 문제제기에 정부가 뒤늦게 도매업체 연락망을 공유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개원가는 매년 반복되는 난리통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9월 14일부터 시작
올해 독감예방접종 사업은 9월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무료로 진행되는 국가예방접종과 동시에 각 의료기관의 유료접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출하 예정 독감백신 물량은 지난 절기 대비 10% 가량 늘어난 총 2680만 도즈다. 이 중 절반이 좀 넘는 1460만명 분은 임신부와 어린이·노인 등 국가 무료예방접종 사업에 쓰인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유행 상황과 맞물려 독감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와 혼동되는 증상을 줄이는 한편, 독감으로 인한 중증환자 감소와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해 독감 예방접종을 반드시 실시해달라"고 당부했다.
공급 물량 늘렸다는데, 현장은 '품귀'
그러나 백신 공급 물량을 전년보다 늘렸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백신 품귀현상으로 애를 먹고 있다.
정부 백신 공급계획에 따라 국가 무료 예방접종 물량 중 노인접종용 백신은 정부가 총량 구매 후 의료기관에 공급하나, 어린이·임신부 무료접종 백신과 각 병·의원 유료접종 분은 의료기관이 필요한 백신을 자체 구매해 사용해야 한다.
이에 각 병·의원은 개별 제약사, 또는 도매상을 통해 14일 시작될 임신부·어린이 무료접종용 백신과 원내 유료접종용 백신을 구매하고 있으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원가 관계자는 "통상 8월에 원내 독감접종계획을 수립하고, 8월 말 정도에 백신 주문을 끝낸다"며 "그러나 올해는 물량이 없어 아직까지 필요한 백신을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출하량 자체는 적지 않다는데 제약사에서는 아예 개별 주문을 받지 않고, 도매상에서도 물량이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고 전한 그는 "달리 접촉할 채널도 없어 답답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개원가에 따르면 현재 무료접종용 백신은 아예 구입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의약품 도매상에서 온·오프라인을 통한 백신 판매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거의 모든 품목에 'NIP 환급 불가' '반품 불가' 딱지가 붙었다.
판매 가격 자체도 크게 올랐다. 작년 최고가와 비교해서도 15% 가량 가격이 올랐다는게 개원가의 전언이다. 일부 도매상의 경우 백신 가격이 2만원을 육박한다.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상대적으로 판매단가가 높은 유료백신용으로만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며 "유료접종용은 그나마 거래가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가격이 작년에 비해 크게 오른데다 '반품 불가' 딱지까지 붙어, 수급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경우 그로 인한 책임을 오롯이 의료기관이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목마른 개원가, 자구책 마련 분주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총량구매 대상인 노인 무료접종 이외의 물량은 개별구입이 원칙이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개원의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정부에 지역별 구매가 가능한 도매업체의 현황 등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 지난 10일 이들 도매상 명단이 의료계에 전달됐고, 대개협 등은 이를 회원들과 공유해 백신구입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장현재 대개협 총무부회장은 "예방접종위원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결과 백신 취급 도매상 연락망 등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백신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거래거부 등 불공정행위 등 모니터링에도 활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