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 회장, 출생통보제에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못한다" 반발
최영준 과장 "심평원 시스템 활용해 산부인과의사 부담 최소화 기획 중"
위기 임신 산모 위해 정부 주도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 설립 목소리도 나와
의료계가 익명 출산을 원하는 여성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보호출산제와 의료기관의 장이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아이를 지방자치단체 장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출생통보제와 관련해 의료기관에 행정 부담을 부여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 조치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7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는 보호출산제와 출산통보제병행 도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신옥주 전북대학교 교수(법학전문대학원)와 양승원 국장(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은 각각 '보호출산제의 도입을 위한 법률제정의 필요성'과 '베이비박스 13년, 출생신고 사각지대 사례를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신옥주 교수는 "보호출산제의 도입은 안전하지 못한 출산으로 인한 아동과 산모의 건강권 침해 문제를 의료기관 출산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산모 사생활의 비밀과 아동은 자신의 뿌리를 알 권리를 실현하는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호출산제도의 도입은 국적, 입양, 출생신고 및 출생통보, 실명신고 등 다른 법령과 제도와도 긴밀하게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하며 보호출산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의료계는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더불어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인이 지자체에 출생통보를 신고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의무"라고 반발했다.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토론회에 참석한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보호출산제와 관련해 "친생부모의 익명과 아동 출생의 비밀이 보장되면 아이의 생명은 저절로 지켜질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보호출산제는 임산부와 아동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발의됐지만, 익명 출산의 취지를 살리려면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고자 하는 아이의 권리와 친생부모의 익명성 보호라는 가치가 상충한다"고 짚었다.
"보호출산제는 모든 가족과 아동에게 편견 없는 지원과 권리를 보장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과 국내 법률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주장과 아동의 유기를 막고 산모와 아이 모두를 구하는 법이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고 분석한 김재연 회장은 "보호출산제는 '출생신고 의무 조항'을 담고 있는 입양특례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김재연 회장은 "보호출산제는 노골적으로 보호출산제를 할 수 있는 기관을 '보건복지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시설'로 규정함으로 입양기관이 보호출산제에 관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다"라며 "보호출산제를 입양으로 연결하려는 것은 '입양아동의 양산'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에 출생통보의 의무를 주는 출생통보제와 관련해 김재연 회장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절대 못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재연 회장은 "의사는 의료인이지 행정가가 아니다. 행정 업무를 위탁할 땐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장이 모든 출생통보제 주체가 되어있다"며 "이는 산부인과 의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산부인과의사가 진료기록부에 출생에 관한 기록을 입력하면 입원환자 DUR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송된다"라며 "심평원은 병·의원에서 출산한 임산부의 진료기록부를 시·읍·면의 장에게 통보하는 것을 대안으로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밖에 김재연 회장은 혼전 임신, 청소년 임신, 가정폭력 피해 임신 등 위기 임신 산모를 위해 보호출산제와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도입이 아닌 정부 주도 국가 기관으로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연 회장은 "임신상황을 유지하기 어려운 임산부의 낙태 및 출산 후 영유아 유기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혼인 여부를 불문하고 위기임산부를 위한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라며 "위기임신출산 지원체계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고 보호출산제만을 도입하는 것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여성에게 극단적인 선택지만을 강요하는 셈이다"고 밝혔다.
최영준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출생통보제)법이 통과되면 의료인의 행정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게 하려 한다"라며 "산부인과 의사들이 제시한 의견을 토대로 심평원 시스템을 활용해 지자체 장에게 출생통보가 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보려고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