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 투쟁위원장
'최대집 IS BACK.'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돌아왔다. 의대증원 저지를 목표로 꾸려진 의협 산하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 '투쟁위원장'으로다.
2020년 의료계는 의대정원 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 반대 투쟁으로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수 만명의 의사들이 여의도에 모여 정부여당을 향해 의대정원 증원 철회 등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고, 의사협회 주도로 전국 의료기관들이 3일간 총파업에 나섰다.
의대생은 의사 국시 거부라는 초강수를 뒀고,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무더기 사직서 제출을 예고했으며,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단체행동에 가세키로 하는 등 의료계 투쟁사에 남을 만한 강도높은 투쟁이 이어졌다.
의협이 그 해 가을 대규모 총파업을 추가로 예고하자,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던 정부여당은 의협과의 '원점 재논의'를 약속하는 합의문을 썼다. 이른바 9.4 의정합의다.
당시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협과 협의하며,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로부터 불과 3년, 정부가 약속을 깼다.
최대집 투쟁위원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 추진을 강행치 않는다고 약속했고, 의료계는 그 이행을 전제로 파업을 풀고 복귀했다"며 "정부가 약속을 파기했으니, 의사들의 집단행동 중단 약속도 자동 폐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의료계 투쟁의 상징과 같았던 그가, 다시 대오의 선두에 선 까닭이다.
<일문일답>
왜 다시 의대정원 증원 저지 투쟁에 나섰나.
회장 퇴임 후 3년간 의료계 활동을 하지 않았다. 전직 회장이 현안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현임 집행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던 와중, 이번에 이필수 의협 회장의 합류제안을 받고 짧은 고민 끝에 범대위 활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주변에서 우려와 걱정이 많았고 범대위 합류를 만류하기도 했으나, 의대정원 증원 저지의 문제는 우리 집행부 때 시작된 일이기도 하고, 사안의 심각성·절박성·시급성 면에서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문제라고 판단했다. 개인적으로 제도정치권 활동을 준비해왔으나 범대위에 합류하면서 모두 접었다.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나왔다.
9.4 의정합의 당시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협과 협의하며,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썼다. 합의 당사자로서 이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
말 그대로 의대정원 확대 등에 관한 사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양자가 원점에서 협의한다는 것이다. 그 외의 말로 해석할 여지가 없다. 정부는 의대증원은 의협과만 협의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전선을 넓히려 하는데,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고 말고는 정부가 알아서 할 몫이다. 정부가 여러 의견을 듣고 싶다면 그걸 모아서 정부안을 만들고, 의협은 의협안을 가지고 양자가 협의하면 된다. 또 하나, 정부는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추진을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협의테이블에 나서면서 의대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져와서는 안되는 것이다. 2025년 정원 확대를 정해놓고, 그 폭만 의협과 합의하자? 이것은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얘기다.
현재의 상황은.
합의가 100% 파기된 상태라고 본다. 정부는 이미 의대정원 확대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려놓고 있다. 심지어 1년 후인 2025학년도 입학정원부터 늘리겠다고 결정을 해놨다. 9.4 의정합의의 실질적인 내용이 다 파기돼 버린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 추진을 강행치 않는다고 약속했고, 의료계는 그 이행을 전제로 파업을 풀고 복귀했었다. 정부가 약속을 파기했으니, 의사들의 집단행동 중단 약속도 자동 폐기된 것이다.
범대위 투쟁위원장을 맡게 됐다.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범대위 내에서 이필수 범대위원장과 함께 투쟁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앞장서 진행해 나갈 생각이다. 지난 범대위 회의를 통해 이번주 중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야시위를 진행하며, 11일부터 전회원 대상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17일에는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투쟁의 목표는 9.4 의정합의의 이행이며, 그 내용은 딱 두가지다. 첫째 현재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에 관한 정책을 전면 백지화해야한다. 의대정원 확대라는 입장 자체를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둘째 의대정원을 원점부터 의정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에 의거해서 협의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의대정원을 확대할지, 동결할지, 감축할지를 결정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의대정원을 1명도 늘릴 수 없다는 증원 반대 투쟁이 아니라, 9.4의정합의 준수를 요구하는 투쟁이 될 것이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9.4 의정합의의 이행이다. 2020년 극한의 갈등 끝에 양쪽이 맺은 사회적 합의,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다. 당시 합의에 의거해 정부는 무조건 의대정원 확대를 전제해서는 안되며, 의료계도 무조건 동결을 주장하는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양쪽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사결과에 의거해 원점에서 의대정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투쟁 국면으로 전환됐지만, 투쟁의 동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2000년 의약분업 투쟁, 2015년 원격의료 저지 투쟁, 2020년 의대정원 증원 저지 투쟁 등 굵직한 의료계 투쟁사에 매번 투쟁의 동력이 없다는 지적들이 나왔었다. 핵심은 사안 자체의 중요성이다. 어떤 개인이 투쟁의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사안의 중대성을 의사들이 인식하는 순간, 거기서 투쟁의 동력이 생긴다. 현재의 의대정원 증원 계획은 국민건강과 우리나라 의료제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결정이다. 그 중대성 측면에서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의료계가 단결해서 싸울 수 밖에 없는 사안이고, 사안의 파급력 측면에서 2020년보다 더욱 격렬한 투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의료계 투쟁의 동력이 없다는 건, 문제가 이대로 넘어가길 바라는 정부의 허튼 기대다.
일각에서는 2020년 투쟁을 의료계 승리의 역사로, 일각에서는 실패의 역사로 달리 기억하고 있다. 때문에 최대집 위원장의 등판을 두고도 기대와 환영, 비판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9.4의정합의를 전후해 여러 혼란을 겪었던 만큼 비판의 목소리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다. 여러 평가가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당시 회장이었던 제가 지는 것이다. 특히 당시 현장 전공의들과 의사소통 문제는 지금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소통이 잘 이뤄졌다면 그런 혼란을 피해갈 수 있었을 텐데, 당시 소통부족은 저의 불찰이었다.
의사 회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 최대집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하더라도 이번 투쟁을 위해 집행부를 중심으로, 대의를 위하여 함께 뜻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 저 또한 가족이 있고, 진료현장에서 생업을 이어오던 사람이다. 제도정치권 진입의 꿈도 있었다. 그럼에도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나왔다. 구속될 각오로 뛸 생각이다. 지난 대표자 대회때도 말씀드렸지만 의료계 내부의 갈등과 반목도 이번 투쟁을 위해서는 잠시 접어두었으면 한다. 내년 새 회장 선거도 일단 염두에 두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투쟁만을 위해 모두 다 일치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 함께 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