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돌아보는 2023년]
역사는 반복된다.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강행하고 나서면서, 세밑 의료계가 다시 투쟁 국면에 들어섰다. 의약분업 철폐를 외쳤던 2000년, 의대증원 등 이른바 4대악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했던 2020년의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2023년 겨울 다시 의사들이 진료실을 박차고 거리로 나섰다.
돌아보자면 유독 가혹한 한 해였다. 간호단독법 논란을 시작으로, 의사면허취소법과 실손보험 청구대행법 등 각종 의료악법들이 연이어 추진됐고, 의료과오를 이유로 의료인으로 하여금 수억원에 이르는 고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판결들이 이어져 의료계를 위축시켰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지독히도 괴롭혔던 코로나19가 안정기에 접어든 올해에 일어난 일들이다.
이렇게 다시 한해가 간다. <편집자 주>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면서, 의료계가 다시 투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2020년 총파업 투쟁이 재현될 지 이목이 쏠린다.
의사증원 이슈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10월이다.
올 초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의료현안협의체를 재개, 필수·지역의료 회생과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두고 있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정부가 10월 중순 적게는 1000명 많게는 4000명이 넘는 대규모 의대정원 증원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가 말 그대로 발칵 뒤짚어졌다.
의협은 의대정원 증원에 관한 사항은 9.4 의정합의에 의거해 의정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일이라며 즉각 반발했으나,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그 적용시기 또한 '2025년'으로 확정해 못 박았다. 결국 시간을 갖고 의료계와 협의하는 형태를 갖추면서 증원 규모와 발표 시기 등을 조율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의대증원을 둘러싼 논란이 고조되던 가운데, 정부가 지난 11월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의정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의과대학들이 당장 내년부터 2847명, 2030년까지 3953명의 추가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들의 희망수요에 불과한 숫자를 일방적으로 대중에 공개해 의대증원의 밑거름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면서 "정부가 지금처럼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의대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통해 내부의 투쟁 의지를 확인한 의협은, 11월 29일 의료계 투쟁체로서 의협 산하에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이달 초 용산 대통령실 앞 철야 시위, 의료계 총파업에 대한 전회원 찬반조사, 17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로 이어지는 투쟁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