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심판론 대두…"의료 정치적 이용에 정치적으로 맞받아야"
국민의힘 탈당·의료정책 추진 후보자 낙선 운동 움직임 보여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의사들이 파업을 선택하기보다 총선 심판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통해 목소리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계 내에서는 정부여당이 의료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만큼 의사들 역시 정치적으로 움직여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최근 의료계와 정부는 의료정원 증원 정책을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며 갈등이 최고조로 올랐다.
3058명인 의대정원을 2025년에 5058명까지 2000명을 증원하는 정부의 발표 이후 의료계 반발이 심화되자 정부는 의료법 59조에 근거해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정부의 행정처분은 지난 2020년 진행된 의료계의 파업 투쟁을 의식해 사전에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의료계는 2024년 파업이 아닌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파업보다 총선을 앞둔 상황을 고려해 정부여당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가장 두드러지는 움직임은 대표적인 보수 지지층이라 불리는 의사들이 자진해서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지지철회를 인증하는 사진과 글이다.
국힘 탈당 운동에 참여한 한 개원의는 "2000명 정원 증원은 그야말로 무지하고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의대증원 발표 이후, 민심이반이 상당하다. 정부여당에 실망감이 의사들의 자발적이 탈당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정말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밝힌 이 개원의는 "이런 상황에서도 의사와 의사 가족들이 여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만한 기대다. 정부여당의 잘못을 반드시 이번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의대정원 증원 정책의 틀을 세우고 의료계가 반대하는 의료정책을 추진한 대통령실 관계자 중 2024년 4월 총선에 출마한다고 알려진 후보자들의 실명과 구체적인 출마 지역구 정보가 의료계 내부에서 돌아다니며 낙선 운동의 움직임도 보인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근거와 논리성이 없는 의료정책을 막기위해서는 최종 의사결정자를 약화시키는 방법 밖에 없지 않냐는 여론이 있다"며 "정치가 의료를 삼킨 상황에서 의료가 살기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액션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최근 칼럼을 통해 "정부보다는 국민의힘에 타격을 가하고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을 목표로 전략을 수정해 몸통 흔들기에 집중해야한다"고 주장한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총선이 시작되기 직전에 의료계가 하나가 된 파업으로 환자 피해가 심각해진다면 정부야말로 강경대응만이 해법이 아니라는 국민여론의 역풍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시도의사회에서 가장 먼저 궐기대회를 진행한 인천광역시의사회에서도 4월 총선 심판론이 제기됐다.
성무권 보험이사는 "적극적 지지층이었다. 그런데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며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까지 철회한다는 분도 많다. 국민 표를 위해 일을 벌였다면, 우리 역시 표를 통해 보여줄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의사들은 말하지만, 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명심해 주길 바란다"며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침은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을 뿐 아니라 다른 의료 직역으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