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관계자에 '대책 있나' 물어보니..."수술 축소·당직 조율"
"파업 아닌 사직에, 2020년보다 파장 클 것. 응급실 우려 커"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19일 사직서 제출·20일 오전 6시 업무 종료를 예고했다. 전공의 대거 이탈이 예고되면서, 병원은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2주 이상은 못 버틴다". 대부분 병원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수련병원, 특히 빅5 병원들은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 결의를 발표한 16일부터 주말 사이 긴급 대책을 논의했다.
사직 결의 발표일이었던 16일. 빅5 병원 관계자 취재 결과, 대부분의 병원에서 수술일정 조율 및 건수 감축은 기정사실이라고 전했다.
삼성서울병원 A교수는 "주말 사이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아직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수술 일정의 경우, 암 환자가 우선이니 암 환자 중에서도 경증·중증을 따져서 조율을 해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B교수는 "인턴 중심으로, 사직이 이뤄질 것이라고 들었다"며 "정확한 퍼센트는 아직 파악 안됐지만 응급수술이 아닌 정규수술은 연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C교수는 "전공의 이탈이 100%있을 거라고 보고 대응을 준비 중"이라면서 "당장 20일부터 수술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 사실 2주일 이상은 못버틸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16일 수술실 50% 미만 운영 예정임을 내부적으로 공지했다.
세브란스병원은 "19일 오전 6시부터 전공의 부재 상황이 예상된다"며 관련과에 수술실 운영 관련 긴급공지를 내렸다.
마취통증의학과에서 평소 대비 약 50%미만으로 수술실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 각 임상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비수도권 수련병원 전공의는 "서울대병원 역시 비수도권 병원에서 보내고 있는 응급 전원을 고려, 예약된 수술을 대폭 연기·축소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6일 빅5병원 중 가장 먼저 교수협의회 차원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서울의대교수협의회는 비대위 구성과 관련, 전공의의 대거 이탈 후 벌어질 수 있는 진료 공백에 대응한다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밝혔다.
당직 조정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B교수(서울아산병원)는 "당직 조정은 당연한 얘기다. 지금(16일) 짜고 있다"며 "당장은 체감이 안되지만, 다음 주가 되면 크게 다가올것 같다"고 말했다.
C교수(가톨릭중앙의료원) 역시 "교수들도 당직에 참여해야 한다"며 "2∼3주는 버틸 수 있지만 어떻게 지속하겠나 싶다"고 전했다.
2020년 파업보다 더 큰 파장이 있을거라는 진단도 나왔다.
B교수(서울아산병원)는 "2020년도에는 코로나19 상황이었다. 환자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입원 환자도 절반에서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환자 수가 평시보다 적었다는 얘기"라며 "지금은 풀로 찬 상태다. 이 부분에서 2020년도보다 훨씬 큰 문제가 나올거라도 본다"고 말했다.
A교수(삼성서울병원)는 "2020년 파업 당시에는 '파업'이었기 때문에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는 전공의들이 지켰다"며 "이번에는 사직서다. 사직서를 내면 응급실·중환자실까지 의사로서 역할을 할 수가 없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응급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C교수(가톨릭중앙의료원)는 "응급실이 가장 문제다. 절대적인 인력이 부족해져버리기 때문에 교수가 당직을 선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많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주간보다 야간은 훨씬 축소가 더 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임의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 역시 "환자의 중증 상태에 따라 나눠 운영 중인 응급실 구역을 중증 구역으로 축소 운영하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세브란스 내과·외과 전임의들도 대거 사직이 에상된다"고 전했다.
비수도권 대학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D교수는 "전공의 공백에 대한 대책 딱히 없다. 교수들 당직 스케쥴 조정하는 것말고 뭐가 있겠나"라면서 "인력 숫자가 적은 소청과는 1주일도 못버틸 것이다. 내과는 2~3주, 외과 등은 수술을 연기하면 더 버틸 수 있겠지만 알 수 없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