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한 목소리로 '우려'
오주환 교수, 보고서 한계 지적…"건강한 고령화 고려안돼"
필수의료패키지 논의 속도 주문도…의대정원 500∼1000명 정해야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근거로 한 3가지 보고서에 2000명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가지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500∼1000명 증원·매년 5% 점진적 확대 등을 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7일 홍윤철 교수(서울의대),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 권정현 KDI 박사, 오주환 교수(서울의대)를 각각 패널로 초대, '의사 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홍윤철 교수와 신영석 명예위원, 권정현 박사는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2000명 규모로 확정할 당시 근거로 활용한 3가지 전문가 보고서를 각각 작성한 저자들이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2000명 증원 규모를 보고서에 담지 않다고 주장, 2000명 증원에 대해 한목소리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홍 교수는 "정부가 제 보고서를 인용하고 근거로 2000명을 이야기했지만, 보고서 결론에는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합리적으로 정원을 늘린다면 500명에서 1000명 사이라고 명시했다"며 "정부가 보고서를 완전히 적절하게 인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권 박사 역시 "정책 제안을 한 부분이 어떤 부분 호도되는 방식으로 인용됐다"며 "매년 의대정원 규모의 5∼7%씩 점진적으로 증원해야한다는 안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점진적 증원의 주장에는 한꺼번에 큰 수를 증원하면 발생할 수 있는 교육과 실습 현장의 문제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정부가 2000명 증원하는 것은 한번에 60%이상 증원하는 것이기에 문제가 따를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 해소를 위한 정책을 동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신 명예위원은 "연구자의 몫이 있고 이걸 토대로 정부가 판단하는 영역이 있다"며 "정부가 1만명 증원을 목표로 한다면 5년에 2000명씩이 아니라 10년에 1000명씩으로 속도조절을 했어야하는 아쉬움이 있다. 의료 시장 상태가 어떻게 달라질지 판단하기 어렵기에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세 전문가가 작성한 보고서가 가지는 한계점에 대한 지적과 이를 반박하는 토론도 함께 진행됐다.
오주환 교수는 "고령화가 미래를 대비하는데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고령인구가 많아진다고해서 의료서비스 양이 무조건 많아질 것이라는 인식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건강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짚은 오 교수는 "세 전문가의 보고서에는 건강한 노령화에 대한 계산이 없다. 건강보험 자료를 살펴보면 연령대에 따른 의료수요가 변화하고 있다"며 "이는 의사에게도 같이 적용된다. 의사도 건강해짐에 따라 은퇴시간이 미뤄지고 있다. 계산에 따라서는 2050년까지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시뮬레이션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건강한 고령화는 의사 수를 추계하는데 최대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오 교수의 지적에 세 전문가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홍 교수는 "건강한 고령화에 따라 실제 의료 수요가 줄고 있는 것은 맞지만 외래 이용과 입원 이용을 구분해서 봐야한다. 75세 이하의 외래 이용은 급격히 줄었지만 75세 이상의 입원 이용은 급격히 증가한다"며 "절대 이용량이 줄어들어보이지만 의료서비스 제공이 불충분해서 노인 환자가 입원해서 사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의대정원 소모적 논쟁 그만…"필수의료패키지 논의 집중해야"
이날 전문가들은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다만, 의대정원 증원 논의가 소모적으로 가고 있어 이를 500∼1000명 규모로 확정하고 신속하게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세부 논의가 시작돼야 함을 강조했다.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이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 마련 ▲수가/지불보상체계 변화 등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한 홍 교수는 지불보상체계가 행위별 보상체계에서 가치기반의 수가제도로 변경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불보상체계를 가치기반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의견에 신 명예교수도 동감하며 "정부가 방향을 제시한만큼 지금이라도 중지를 모아 최종 결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의료계와 정부가 한 걸음씩 양보해야한다고 주장하며 "500∼1000명 범위내로 의대정원 증원 규모로 정하고 패키지를 훌륭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박사 역시 "오 교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소모적으로 논의가 이어지면서 시급하게 시작해야할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화의 장을 얼른 열어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