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지 않는 이유 "정부·여론에 환멸…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수련 의지 꺾여"
수련 위한 조건 1순위 의대증원 정책 백지화 '93%', 필수의료 수가 인상 요구 82.5%
의대생·전공의 96% "정원 유지 또는 감축해야", 4%도 "증원하더라도 500명 미만"
전국 의대생·전공의 설문 결과, 차후 전공의로서 수련할 의사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34%로 나타났다. 이들 중 99%는 사직 또는 휴학 과정에서 동료나 선배의 압력·협박이 없었다며 '자발적'으로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설문은 메디스태프 등 의사 커뮤니티를 통해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나흘간 진행됐다. 전체 전공의와 의대생 3만 1122명 중 5%인 1581명이 응답했다.
의대생과 전공의를 통틀어 수련의사가 없다고 밝힌 이들은 531명(34%)이었다. 설문을 실시한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는 세부 분석은 기관에 맡겨 진행 중이며, 수련 의사가 없다고 밝힌 비율은 전공의가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즉 병원을 떠난 전공의 중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들은 34% 그 이상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련하지 않는 이유로는 정부·여론의 공격(87.4%)과 의대정원 증원 등 일방적인 정책추진(76.9%)을 꼽았다. 심신이 지쳐 쉬고 싶기 때문(41.1%)이란 응답도 뒤따랐다.
전공의 수련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도 증원 백지화 등 선행 조건을 꼽았다.
93%는 의대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 백지화가 선행 조건이라 했고, 82.5%는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73.4%였고 전공의 수련시간 및 수련환경 개선을 71.8%가 요구했다.
적정 의대 정원으로는 현 정원 유지 또는 감축이라는 답이 96%였다. 3058명 현 정원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32%(504명), 감축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64%(1014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4%(63명)였다. 증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들도 현 정원보다 500명 이하 규모 증원을 적정하다고 봤다.
이들은 한국 의료의 문제점으로 비현실적으로 저부담인 의료비(90.4%), 비인간적인 전공의 수련 여건(80.8%), 응급실 및 상급종합병원 게이트키퍼 부재(67%) 등을 꼽았다.
설문 결과를 두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젊은 의사들이 왜 생명을 살린다는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없는지, 불행한 사태가 왜 발생한 건지 극명히 보여주는 결과"라며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현 사태 해결의 핵심은 이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설문을 진행한 의대생·전공의들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공조해 전국의 암이나 만성질환 등 아급성환자를 분류하는 프로젝트(NCTP, Nationwide Cancer/Chronic disease Triage Project)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환자별로 진단과 사례를 수집해 진료 교수와 연락을 취하고, 지연에 따른 위험도를 분류하고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는 "프로젝트로 성공적으로 작동해 보건복지부의 공식 시스템이 되고, 향후에도 의료전달체계 복원과 병원 간 전원에까지 활용되길 희망한다"며 "우리는 병원을 떠난 것이지 환자 곁은 떠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