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정책 전망…"선거 패배, 일방적 정책 추진 부담될 것"
의료계 대탄압 우려 목소리 제기, 의협 해산 검토 시각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상 최대 격차의 여소야대 결과가 나오면서 총선 이후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한 여러 전망이 제기됐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여당이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일방적인 의료정책 추진이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유화정책이 나올 수 있지만 정부가 기존 기조를 유지하면서 의료계를 대대적으로 탄압할 수 있다는 예상도 힘을 받는 모양새다. 가장 강경한 대처로는 대한의사협회의 법적 해산까지도 언급된다.
지난 10일 진행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를 하면서 지난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소야대 형국으로 제22대 국회가 운영될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108석을 차지하며 전체 의석 수에 36.00%를 획득한 반면 대표적인 야당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연합은 175석 58.33%, 조국혁신당은 12석 4.00%를 얻었다.
이같은 총선 결과는 선거 직전까지 정부와 가장 큰 대립각을 보여온 의료계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의대정원 증원 규모와 관련해 2000명을 고수해온 정부가 총선 전 의료계와 대화하는 모양새를 보였다면, 이제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고수해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
여당 관계자는 "선거에서 여권이 패배했더라도 이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의대정원 증원 정책과 관련해 발을 빼기는 늦은 것으로 보인다"며 "소통하기보다 기존의 정책 방향성을 더욱 굳건히 가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 결과의 책임을 의료계 쪽으로 돌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야당 관계자는 "총선 이후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다를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이번 총선의 책임을 의료계에 돌려 화풀이 아닌 화풀이를 하려고 할 것이고, 보건복지부는 의정 갈등을 수습하려는 모양새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인사권 등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실의 입장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정책을 추진하는데 갈팡질팡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만큼 오히려 의료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향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가 의료계에 강경한 태도에는 현재 병원을 자발적으로 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 조치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가장 강경한 대응으로는 의료계에서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법적 해산도 언급된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시행한 대국민 담화에서 의료계를 탄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지난 2022년 화물연대와 건설 현장의 건폭 대응을 예시로 언급하면서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와 건설 현장의 건폭(건설 현장 폭력)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각각 총 932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과 대대적인 단속 및 사법적 대응으로 진행해왔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의 행동을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하며, 이를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법에 따라 진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의협의 법적 해산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정부가 의료법 개정없이 민법상의 해석을 통해 해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2000명 규모를 고수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총선의 결과는 불통과 강압으로 점철된 의대증원 문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는 국민 민생이고 지극히 전문적, 유기적인 영역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를 하면서 정부에서도 일방적인 의료정책을 추진하는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번 선거로 정부가 현장에 유효하고 책임성 높은 의료 정책 추진을 위해 시간과 품이 들더라도 대화와 소통을 충분히 시행해 온건하게 접근해야함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SNS를 통해 "(이번 선거는)의사집단을 건폭 등 강경불법노조 다루듯 한 용산과 수수방관한 국민의힘이 자초한 결과"라며 "기초부터 튼튼한 새집을 짓는다는 각오로 다시 시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역시 11일 대화를 강조하는 논평을 내며 "윤석열 정부는 의대 증원과 필수·지역·공공의료 살리기를 더이상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정부와 의사단체, 의료직역단체, 환자단체, 노동·시민사회단체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체를 구성해 의료개혁 논의에 착수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