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학회·교수 "의대증원이 공공복리 위협" 한목소리 비판

의협·학회·교수 "의대증원이 공공복리 위협" 한목소리 비판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5.1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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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판결에 공동입장 발표 "의대생·전공의·교수, 희망잃고 현장 떠날 것"
"법원 판결 끝 아닌 시작...진정한 의료개혁 나설 것, 의료의 '탈정치' 도와달라"

ⓒ의협신문
지난 5월 13일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합동으로 진행한 기자회견.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법원이 의대정원 증원 취소소송 집행정지를 각하·기각했지만, 의료계는 재판 과정에서도 정부의 증원 추진 과정이 '밀실'이었음이 드러났다고 짚었다. 향후 전문가들과 투명한 정책 결정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법원 결정 이튿날인 17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이번 재판에서  정부가 실제로 제출한 증거가 없다"고 짚었다.

100차례 이상 의견 수렴이 있었다면서 회의록은 2000명 증원을 발표한 당일의 것 하나만 제출하고, 그 외에는 극비처리하거나 편집본만 제출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16일 '공공복리 위해 우려'를 들면서 기각을 결정하자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은 공공복리를 위한 게 아니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며 "환자와 의료진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그 피해를 볼 것이기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필수의료에 종사할 학생과 전공의가 떠나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묵묵히 진료하는 교수들까지 미래 희망을 잃고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들 것"이라고 개탄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의 현실성과 타당성을 단 한 번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나 전문위원회,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한 의료계는 "2000명 증원은 발표 당일 한 시간도 안 되는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켰다"고 꼬집었다.

정원 배정 과정 또한 "단 5일 만에, 완전한 밀실에서,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이, 이해상충 및 전문성이 의심되는 위원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짚었다. 학생들이 교육권 침해를 항의하며 학교로 돌아오지 않자 각 학교에 학칙을 개정하고 수업일수를 없애도록 압력을 넣는다며 "교육 농단을 서슴지않고 있다"고도 했다. 

의협·의학회·전의교협·전의비는 정부를 향해 ▲수요조사 당시 교육부·학교·학장·대학본부·교수협의회 간 공문 및 소통내용 일체 ▲의학교육점검평가상 실사과정 보고서 전체 ▲배정위원회 위원의 전문성 및 이해관계 상충 여부 ▲배정위원회의 배정과정 회의록 ▲정원 배정 후 학교별 학칙개정 과정과 결과 ▲교육부로부터 받은 학칙개정 관련 공문 ▲최소수업일수 변경여부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을 향해서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수단이어야 하는 의료를, 더 이상 정치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의료계는 "사법부의 결정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진정한 의료개혁을 위한 논의를 밀실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전문가들과 함께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학적·합리적 근거에 기반해 보건의료인력 예측을 포함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국민들께 알리겠다"고 했다.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결정에 대한 입장

어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전공의와 의대생 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정원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교육농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정부의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을 인정하였지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정원을 증원해야 하고, 이는 ‘공공복리’에 부합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판결에 인용했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오히려 필수의료에 종사하게 될 학생과 전공의, 그리고 현재 묵묵히 현장에서 진료하고 계시는 교수님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은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향후 공공복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입니다. 이는 환자와 의료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확하기에 가슴이 아픕니다.

이미 공개한 자료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재판에서 정부가 실제로 제출한 증거는 없습니다. 100여 차례가 넘는 의견 수렴이 있다면서, 회의록은 ‘2000’이 선포된 그날의 회의록 하나밖에는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자료들은 극비 처리 내지 편집본 외에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의 현실성과 타당성을 한 번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나 전문위원회, 의료현안협의체와 논의한 일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발표 당일 한 시간이 채 안되는 회의 시간에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켰을 뿐입니다. 보건의료기본법 제정 후 단 세 차례만 소집되었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결국 중요 안건을 정부 마음대로 통과시키기 위한 거수기 모임이라는 것만 드러났습니다.

보건복지부, 그리고 전문위원 스스로 ‘기초 조사’ ‘희망 정원’이라고 말한 수요 조사 결과를 과학적 숫자라고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면서, 부실한 실사를 통해 ‘모든 의과대학이 증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짓 보고를 했습니다.

정원 배정 과정은 완전한 밀실에서, 이해상충과 전문성이 의심되는 위원들에 의해,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이 단 5일 만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교육권 침해를 항의하는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지 않자, 학교들에 압력을 넣어 강제로 학칙을 개정하게 하고, 최소 수업 일수마저 없애는 농단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요구합니다.

첫째, 수요 조사 당시 교육부와 학교, 그리고 학장과 대학본부, 교수협의회에서 일어났던 모든 소통 내용과 공문을 공개해야 합니다.

둘째, 의학교육 점검의 평가 및 실사 과정과 보고서 전체를 공개해야 합니다.

셋째, 배정위원회 위원의 전문성과 이해관계 상충 여부, 배정 과정 회의록을 공개해야 합니다.

넷째, 정원 배정 후 각 학교 학칙 개정 과정과 결과, 교육부로부터 받은 학칙 개정 관련 공문, 최소 수업 일수 변경 여부를  공개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사법부의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관통해 온 관치 의료를 종식시키고, 의료에 대한 국민 불신을 조장해 온 모든 행위를 멈추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의료 개혁을 위한 논의를 밀실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우리나라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보건의료인력 예측을 포함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과학적, 합리적 근거에 기반하여 정책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국민들께 알려드릴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의료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도구여야 합니다. 더 이상 의료가 정치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4년 5월 17일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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