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태 위기 속 국회 역할 강조 "논의의 장 마련해야"
제22대 국회 개원 겨냥, 4가지 방향성·10가지 아젠다 제시
'국회 유일' 보건의료 분야를 연구하는 보건의료발전연구회가 제22대 국회 개원을 겨냥, 활동 목표 10가지 아젠다를 제시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의료체계 위기의 심각성을 짚고, 새 국회가 위기 해결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때라는 진단도 내놨다.
보건의료발전연구회는 새 국회 개원 하루 전이었던 29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의료 사태에 대한 입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연구회는 "(의료 사태 속에서) 입법부의 기능을 봤을 때, 역할이 굉장히 부족했다고 인식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의료 사태를 몰고 온 '의대 증원' 정책은 의료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의료인에 대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계적 내용과 실제 의료현장에서 겪는 경험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 핵심. 연구회는 인식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국회 차원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부·의료계·국민 각 주체가 의료에 대해 감당해야 할 책임을 자발적으로 인식·제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각 주체의 자발적·적극적 참여를 위한 협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제시했다.
정재훈 보건의료발전연구회장은 "연구회는 순수 의료정책을 담는다는 목적에 충실해 왔다. 다만 의대 정원 문제 등은 의료 발전에 대한 수단으로 나온 이야기다. 의도가 좋았어도 결론적으론 많은 혼란이 생겼다.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국회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봤다"며 "국회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협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견이 많은 논의는 어려울 수 밖에 없고, 장기전이 될 수 밖에 없다. 각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짚었다.
22대 국회에서 현실화하기 위한 '10개 아젠다'도 공개했다.
연구회가 제안한 아젠다는 ▲소아응급체계 개선 노력. 중증·응급의료 적시 치료 가능한 제도적 정비·법 개정 ▲뇌혈관질환(급성기 뇌경색) 적기 치료를 위한 전국적 의료 네트워크 확보 ▲심부전 질환, 중증 진행 시 상급종합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제도적 환경 마련▲정신 의료서비스 예방·치료·사후 관리 등 신체질환과 동일한 제도적 환경 개선, 선진국 수준의 정신 의료서비스제공 및 자살율 감소 ▲국회 입법을 통한 전 생애주기 지원·정책 제공 ▲의료급여환자(150만명 정도)가 건강보험환자와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안 마련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의료서비스 대비 의료비 절감이 가능한 전문병원제도 활성화 ▲물질 중독 관련 적정 치료 제공을 위한 법안 마련·제도적 정비 ▲초고령화 사회 대비 한방의료와의 효율적 협진 구조 필요 ▲암·만성질환 조기 발견을 위한 국가건강검진제도 선진국화·현실화 등이다.
정재훈 회장은 "소아응급의 경우, 응급 시스템에 대한 논의 시 소아 응급이 포함될 수 있도록 의견을 냈다. 기존에는 성인 위주로만 작성됐다"며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실(제21대)에서 발의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그 내용을 담고 있다. 입법 발의로 끝났지만, 지속 제안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뇌경색의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후유증이 심하다. 이로 인한 재활치료·국가 비용·사회적 기능의 손상을 고려할 때, 국민적 사회 문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한 지역적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부전 질환 중엔 중증질환으로 봐야하는 부분이 있지만 세심한 분류가 부족하다고도 짚었다. 상급종합병원 중증질환 비율에서 빠지다보니, 오히려 대학에서 심부전 질환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를 필수과가 아닌 질환으로 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병원이나 의협·병협에서 단독으로 논의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각 학회별로 의견을 수렴하고,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구체적으로 보건의료발전연구회와 각 의원실, 학회가 조인트 미팅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회는 2021년 2월에 출범한 국회 최초 보건의료 연구모임이다. 이번 22대 국회를 맞이, 새로운 구성원을 모으고 있다. 여·야 관계자의 '고른 참여' 원칙은 계속 고수할 계획이다. 임기를 마친 기존 국회사무처 공무원들의 경우, 고문으로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