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체휴진 앞두고 불붙어, 장작 된 맥페란 판결 "환자를 어떻게 보란거냐"
윤웅용 신경과의사회장 "맥페란 1회 투여로 파킨슨 악화? 말도 안돼…진료 위축될 것"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형사처벌과 과잉진료 양자택일? 어쩌란 건지 정부 답해보라"
80대 노인의 파킨슨병이 악화된 것이 맥페란 주사 때문이라며 의사에게 금고형이 선고되자, 일선 개원가는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며 성토가 일고 있다. 항구토제 사용부터 파킨슨병 환자 진료까지 크게 위축될 거란 우려와 함께, 18일 있을 의료계 전체휴진에도 의지를 더해가는 모양새다.
8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A 개원의는 지난 2021년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 2ml를 투여했다. 그런데 이 맥페란으로 인해 해당 환자가 전신쇠약과 발음장애 등 파킨슨증이 악화됐다며 A 개원의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창원지방법원 항고심재판부는 파킨슨병 환자임을 인지하지 못 하고 투여하지 말아야 할 약물을 투여해 환자에게 상해를 입혔다며 금고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역에서 만성질환 노인환자를 주로 보는 B 개원의는 "맥페란을 한번 투여했다고 파킨슨이 악화됐다고 몰아가는 건 말이 안 된다. 설령 영향이 있다고 해도 일시적일 뿐이고 극히 가벼운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맥페란을 과량 주입해 사망에 이르거나 400원짜리 맥페란이 굉장히 값비싼 주사라 의사가 본인의 욕심을 채우려 한 것도 아니었잖느냐"며 "의사로서 구토로 힘들어하는 환자를 위해 한 행위가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앞으로 환자를 어떻게 보란 거냐"고 꼬집었다.
B 개원의는 18일 전체휴진 참여를 계속 고민하던 중, 맥페란 판결을 접하고 휴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의료계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맥페란 판결을 '제 2의 이대목동병원사태'라며 개원가에 악영향이 심대할 것으로 우려하거나, 본래 파업에 반대했지만 맥페란 판결 관련해서는 개원가에서 나서야 한다며 18일 휴진을 결심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윤웅용 대한신경과의사회장은 사건에 대해 "혹시 환자가 돌아가셨느냐"고 묻더니 "정말 말도 안 되고 어이없는 판결"이라는 말을 연거푸 했다. 자연적으로도 파킨슨은 서서히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갑자기 나빠지는 병이고 악화 요인 또한 무수히 많은데, 어떻게 맥페란을 원인으로 지목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맥페란 약물을 쓴 후 환자의 병이 치명적으로 악화됐다는 건 도리어 환자의 병을 악화시킨 원인을 맥페란이 아닌 다른 요인에서 찾아봐야 한다는 얘기"라며 "감기약, 소화제, 변비약 등 맥페란처럼 파킨슨 증상을 일시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는 약이 정말 많은데 그럼 파킨슨 환자들에겐 어떤 약도 처방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일선 개원의들이 파킨슨 환자를 보는 데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윤웅용 신경과의사회장은 "파킨슨 환자에게 소화제나 감기약을 처방했다가, 약 때문에 파킨슨이 악화됐다고 책임을 물으면 어떡하느냔 걱정이 많이 들 것이다. 특히 파킨슨은 갑자기 악화될 수 있는 질환이다보니 더욱 그렇다"고 짚었다.
한편 국회에서도 맥페란 판결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의사이기도 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10일 제10차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서 구토에 쓸 수 있는 약은 맥페란 단 하나로, 소아·고령 환자에서 위험(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쓸 수 있는 다른 약이 사실상 없기에 이득이 더 크리라는 예상 하에 쓴다"고 짚었다.
"항암 치료중이 아닌 환자에게 부작용이 적은 온단세트론을 쓴다면 의사가 과잉진료를 한 나쁜 놈이 된다"고 지적한 이주영 의원은 "환자들은 의사의 과잉진료가 아닌, 적정진료를 못 하게 만드는 정부로부터 피해를 보고 있는 중"이라며 "현장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들에게 뭘 어쩌라는 건지 정부는 대답을 좀 해보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