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비교 투표 참여율 3배 이상, 7만 800명 참여
최안나 대변인 "90.6% 투쟁 지지, 회원 의지 굳건"
의대 교수들 '집단 휴진'…투쟁 직접 행동 의사 보여
의료계가 다시한번 정부와의 투쟁을 예고했다. 이번 투쟁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의료 정책을 반대하며 시작했지만, 투쟁 분위기의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제적으로 움직임에 나선 의대 교수들부터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 봉직의들까지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함께 뭉치면서 투쟁의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진 것이다.
앞서 의협은 지난 9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개최하고 오는 18일 전면휴진 및 총궐기대회 등 투쟁을 선포했다. 지난 2020년 정부의 4대 의료악법을 저지하기 위해 의사들이 거리에 나선 이래 4년 만이다.
■역대급 투표 참여율, 4년 전보다 큰 투쟁 규모로 이어지나?
의협은 투쟁을 선포하기 전인 지난 4일 오후 5시부터 7일 자정까지 전 회원을 대상으로 한 의료계 집단행동 투표를 실시했다.
63.3%로 역대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인 해당 투표에서는 총 7만 800명의 의사가 본인들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중 6만 4139명인 90.6%가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으며, 6월 중 휴진을 포함한 의협 단체행동 참여 여부에는 73.5%(5만 2015명)가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2020년 총파업을 실시하기 전 시행했던 투쟁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와 비교해 약 3배 이상되는 의사들이 투표에 직접 참여한 것이다.
4년 전 총파업을 묻는 투표에서는 2만 6809명이 참여, 85.3%되는 의사들이 참여 의사를 보였다. 아울러, 42.6%가 '전면적인 투쟁선언과 전국적 집단행동'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는 역대로 많은 의사 회원들이 참여한 투표 분위기가 투쟁 분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투표율을 두고 "압도적인 수의 회원이 의협을 중심으로 한 강경한 단체행동을 지지했다"며 "90.6%라는 찬성률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회원들의 참여 의지는 그만큼 굳건하다"고 분석했다.
■'직접' 행동에 나선 의대 교수들 '투쟁 무게' 더하기
이번 의료계의 투쟁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이다.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의 단체 휴진으로 생기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전면에 나서기보다 '지원 사격'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것.
4년이 지난 현재 의대 교수들은 의료계의 투쟁에서 '지원 사격'이 아닌 선제적인 행동을 보이는 등 투쟁의 직접적 행동에 나섰다.
의대 교수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의협이 전 회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의료계 집단행동 투표 결과에서 드러난다.
7만명이 넘는 회원이 참여해 역대급 투표율을 보인 해당 투표에서 전체의 13.6%에 해당하는 9645명의 의대 교수들이 의사를 표시했다.
이는 4년 전 의협이 실시한 총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와 비교해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당시 투표에서는 투표 참여자의 8%에 해당하는 2175명의 교수가 참여했다.
의료계 투쟁 움직임에 먼저 나서는 이례적인 모양새도 보였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는 오는 17일 집단 휴진을 결정했으며,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대의료원 등 서울 소재 규모가 큰 수련 병원들 역시 집단 휴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의협을 중심으로 행동에 움직이겠다는 의대 교수들도 나섰다.
빅5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의 교수비대위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도 다 의사협회 회원"임을 강조하며 "의협 결정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쟁의 무게감을 더한 것은 의대 교수들 뿐 아니라, '페이닥터'라고 불리는 봉직의들의 행동 변화도 한 몫한다.
지난 9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의협이 개원의 중심 단체'라는 말에 정면으로 반박한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은 "투쟁 참가율 95%를 기록했던 과거 2000년 의약분업 때 봉직의들이 나섰음을 정부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우리는 의협 지휘 하에서 일사불란하게 뭉쳐 승리의 깃발을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