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비대위·녹소연·소비자연맹 "의료계·시민사회 함께해야"
3일 [의료개혁 국민이 말하다] 출판기념회 공동 개최…의사수 추계 공모 진행
의료소비자와 의료공급자를 빼 놓고 강행한 의료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한국소비자연맹은 3일 한국프레스센터 서울클럽에서 열린 [의료개혁 국민이 말하다] 출판기념회에서 의료소비자와 의료공급자가 정부와 함께 한국의료가 직면한 모순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출판기념회에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사 수를 예측하려면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의료의 모습이 뭔지 알아야겠기에 의료소비자를 대상으로 공모전을 진행했다"면서 "의료의 세 축인 의료 공급자·의료 소비자·의료 정책자가 함께 의료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의대 증원 정책의 객관적·과학적 재검증을 위해 '국민과 환자들이 원하는 의료 개혁 시나리오'를 반영한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를 추진하고 있다. 그 첫 단계로 바람직한 의료 시스템을 주제로 시민 공모 원고를 모집, 지난 5월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 책은 여덟 편의 수상작을 비롯해 50여 편의 공모글을 엮은 것이다.
정은재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는 "젊은 의사들이 떠난 후 좋다고만 생각했던 의료시스템에 많은 모순이 있고,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느끼고 있다. 국민과 환자, 의료진 모두가 원하는 의료시스템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하면 정말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할 수 있는지 의견을 들어보고자 공모전을 열었고, 책을 만들게 됐다"고 출판기념회를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은재 교수는 "공모전에 참여한 약 60여편의 소중한 의견이 의료개혁에 큰 좌표가 돼야 한다"면서 "소중한 의견을 함께 공유하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료개혁에 함께하자"고 덧붙였다.
앞서 세 단체는 의료소비자가 함께 하지 않는 의료개혁과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의료서비스의 모습'을 주제로 공모전을 진행한 데 이어 국회에서 공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서울의대 교수비대위는 후속 작업으로 의료개혁TF를 구성, 올바른 한국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전을 추진하고 있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시민사회 대표들은 의료공급자와 의료소비자가 함께 바람직한 의료의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전인수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이사장은 "과거에는 의식주(衣食住)가 중요했지만 요즘엔 의(衣)가 의(醫)로 바뀌었다. 정부는 의(醫)를 산업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면서 기본권에 방점을 찍은 뒤 "의사단체와 시민단체, 정부가 의료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역시 "의료개혁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되기를 희망한다. 여러분이 다 함께 힘을 합쳐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인숙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은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수요자 중심의 정책으로, 진정 국민이 바라는 의료 서비스가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 국회 청문회를 보면서 누구한테 기대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는"의료소비자의 건강과 권리를 위해 방법을 찾고, 목소리를 높여 나갈 것"이라며 "비전문가라 소외시키지 말고, 손잡아 달라. 함께 가자"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두리 한국골형성부전증모임 회장·정진혁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 등이 참석,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환자를 보면서 어떤 상태인지는 보지만 어떤 마음인지 들여다볼 기회는 없었다. 책을 한 번 읽어보고, 느끼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 좋겠다"고 일독을 권했다.
최근의 의료 상황과 관련해 홍 교수는 "한 마디로 정부와 의료계와 국민의 스텝이 다 꼬였다. 누가 스텝을 꼬이게 했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어떻게 꼬인 스텝을 풀어갈 것인지를 논의하는 자리의 시작이면 좋겠다"고 국민의 목소리를 담은 출판기념회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정부는 의제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핵심인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은 절대 물러날 수 없다,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합리적인 대안이,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나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출판기념회에는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박종혁 의협 총무이사 등 의료계 인사들도 참석, 시민사회와 소비자 단체와의 대화와 협력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에 공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