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대응에서 벗어나 선제적 정책의제 발굴 필요"

"뒷북 대응에서 벗어나 선제적 정책의제 발굴 필요"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08.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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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영역 중립적 가치·공정성 인정받는 연구 진행
의료개혁 어젠다 동의하지만 진정성·실현가능성 의구심
지속가능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방안 촘촘하게 살필 것
인터뷰 - 박종훈 한국병원정책연구원장(고려의대 교수·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지난 시간 의료계는 보건의료정책을 주도하지 못했습니다. 늘 뒷북 대응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선제적인 정책 연구과 개발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보건의료 영역에서 중립적인 가치와 공정성을 인정받는 연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최근 한국병원정책연구원 제12대 원장에 박종훈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가 선임됐다. 

재단법인 한국병원정책연구원은 1999년도 7월 1일 대한병원협회가 출연해 설립한 순수 민간 연구기관이다. 

그동안 병원과 의료제도 등 관련 정책의 연구개발, 의료자원의 개발 및 효율적 활용, 의료서비스 공급과 의료 환경 개선 연구, 업무능률 향상을 위한 연구 및 교육, 병원 정보시스템 개발 등 병원산업 육성과 병원경영의 향상을 위한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 왔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사태로 인해 보건의료계 전 영역이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리게 됐다. 

모두의 노력으로 힘겹게 지키며 발전시킨 한국의료는 이제 전반을 되짚어봐야 하는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병원정책연구원을 이끌 박종훈 원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박종훈 한국병원정책연구원장(고려의대 교수·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 박종훈 한국병원정책연구원장(고려의대 교수·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임상 교수로서 진료, 연구, 교육에 몸담고 있으면서 병원장도 지냈다. 그에게 정책연구는 '미충족수요'다.  

"정책연구 분야를 꼭 해보고 싶었다. 그동안 각종 세미나, 워크습 등에서 강연을 통해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깊이 있는 공부가 부족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 병원정책연구원의 수준 높은 연구원들과 함께 좋은 결과물을 만들다보면 자연스레 깊이를 갖출 수 있다. 또 제 경험이나 관심 분야가 제대로 된 정책연구로서 틀을 갖추는 데 도움도 될 수 있다. 병원정책연구원의 성장·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

규모나 전문인력이 충분치 않지만,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먼저 정책연구원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주목받는 전문가 집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주력하겠다. 정책연구원 이사회에 부탁드렸고, 대한병원협회에도 정책 관련 위원회 참여도 요청드렸다. 병협에서도 정책 리포트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어젠다를 공유할 수 있다. 큰 조직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정책부터 첫 발을 떼겠다."

최우선 과제로는 지속가능한 의료전달체계를 꼽았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부터 다가설 생각이다.

"지금 의료 상황이 의대 증원 문제 때문에 촉발되기는 했지만 지속가능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1970년대 개발도상국 때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현재를 살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게 너무 많다. 물론 다른 문제도 산적하다. 그렇지만 정책연구원 입장에서 모두 들여다 볼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의료전달체계가 지속적으로 흔들이지 않고 작동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촘촘히 살피겠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며 의료계에 읍소하고 있다. 현실성은 얼마나 있을까.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들을 보면 그동안 의료계에서 지적해 온 어젠다를 모두 모아놨다. 일례로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질환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은 좋은 취지지만, 막상 제대로 살펴보면 디테일이 없다. 일률적인 병상 수 줄이기도 그렇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그 전단계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시기와 과정도 없이 정책만 내놓고 무조건 이렇게 가겠다는 형국이다. 이런 방식은 또 다른 왜곡을 부르게 된다. 의료개혁 어젠다에는 동의하지만 진정성이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구심이 든다. 복잡다단한 의료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을까. 면밀하고 촘촘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아쉬울 뿐이다." 

'전문의 중심 병원' 의제도 꼼꼼히 짚어 볼 계획이다. 

"첫번째 연구보고서로 '전문의 중심 병원' 문제를 들여다 볼 생각이다. 의료 사태를 예견하고 시행한 것은 아니겠지만, 현재 이대서울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광명중앙대병원이 전문의 중심 병원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들 병원을 살펴보면 전문의 중심 병원이 과연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떻게 전체 병원에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다. 3개 병원의 지난 시간과 경험을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

정책연구원 운영은 쉽지 않다. 부족한 연구비 문제도 있고 편향성 시비로 입길에 오를 수도 있다. 

"정책연구원은 경영 측면에서 병협에 의존적이다. 연구비도 병협에서 발주한 연구를 주로 수주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대외적으로 편향성 문제를 지적받을 수 있고, 운신의 폭도 좁다. 규모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외부 연구과제도 수주해야 하지만 현실적 여건은 녹록지 않다. 당면한 연구과제만 수행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공신력을 갖춘 연구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선제적인 정책 연구·개발의 중요성도 되짚었다. 정책연구원의 정체성과도 맞물려 잇다.

"연구의 공정성과 질 문제는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선제적인 정책 개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계가 정책 입안 과정에서 늘 유리되는 것은 뒷북 대응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책이 나온 후 대안을 마련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정부가 외면할 수 없는,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 정책연구원은 이런 새로운 의제 발굴과 형성에 디딤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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