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규정 개정안 재입법예고
'정책적 필요시 복지부 장관이 별도 수련기준 제정' 근거 마련
재입법예고하며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심의 절차' 마저 생략
정부가 전문의 수련규정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의료계의 반발을 불렀던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 정책적 필요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별도 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은 그대로 둔 채, 수평위 심의 절차를 빼는 내용으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재입법예고안의 골자는 기존과 거의 동일하다.
보건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보건의료 심각 단계의 위기경보가 발령되거나 이에 준하는 상황으로서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전공의의 수련기간·수련연도 및 추가 수련에 관한 기준을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그 근거규정을 마련한 것.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복지부 장관이 수평위 심의를 거쳐 기준을 바꿀 수 있는 수련 규정은 ▲수련기간(규정 제4조) ▲수련과정(5조) ▲수련병원 또는 수련기관 장의 권한(11조) ▲전문의 자격의 인정(18조) 등에 관한 사항 전반이다.
수련기간 산정 및 수련과정 이수에 대한 판단, 전문의 자격 시험 응시요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별도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조건도, 금번 의료사태에서 각종 행정명령의 근거가 됐던 '논란의 의료법 59조'를 차용한 그대로 뒀다.
의료법 제59조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보건의료 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 발생 또는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금번 의료사태 때 해당 조항을 근거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등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개원가와 전공의들에 진료유지 및 업무개시명령 등을 잇달아 내린 바 있다.
달라진 것은 결정권자다.
당초 개정안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복지부 장관이 '수평위 심의를 거쳐' 기준을 변경할 있도록 했으나, 재입법예고안에서는 수평위 심의 부분이 삭제됐다.
필요시 복지부 장관의 결정으로 수련규정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는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수련 특례를 통해 안정적인 전공의 모집과 전문의 양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입법 필요성을 주장했다.
의료계는 "금번 전공의 추추가모집의 사례처럼 전공의 모집과 수련 등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의료계는 해당 개정안이 의료법 59조의 사례처럼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반대의견을 내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재입법예고로 수평위 심의라는 그나마 있던 견제장치조차 사라진 셈"이라며 "의료사태 때 정부가 이를 근거로 각종 행정명령을 남발했던 것처럼, 전공의 모집과 수련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정부가 가져가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재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조회 기간은 8월 19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