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면 겪을 수 있는 '진단오류'…"인정하고 해법 찾자"

의사라면 겪을 수 있는 '진단오류'…"인정하고 해법 찾자"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9.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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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지역환자안전센터, 진단오류 최소화 심포지엄 눈길
"개념도 낯선 진단오류, 직접 보고하고 시스템 만들자"

의협 지역<span class='searchWord'>환자안전</span>센터는 29일 의협회관에서 <span class='searchWord'>환자안전</span> 심포지엄을 열었다. ⓒ의협신문
의협 지역환자안전센터는 29일 의협회관에서 환자안전 심포지엄을 열었다. ⓒ의협신문

"잘못된 진단으로 생길 수 있는 환자안전 사건인 진단오류는 '매우' 많다" 음지에 있는 진단오류를 의사 스스로 인정하고 조금이라도 오류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의사들이 머리를 맞댔다.

대한의사협회 지역환자안전센터는 29일 '진단오류 최소화를 통한 의료 질 향상과 환자안전: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환자안전 심포지엄을 열었다. 2021년 지역환자안전센터 지정 후 처음으로 갖는 심포지엄인 만큼 유튜브 채널 KMA TV에서도 생중계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환자안전은 의료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핵심가치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바 없다"라며 "환자 안전과 안녕을 위해 진료환경 역시 안전한 환경을 갖춰야 한다"라며 심포지엄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 ⓒ의협신문
임현택 의협 회장 ⓒ의협신문

#생소한 개념 '진단오류' "의사가 먼저 꺼내야 할 주제"

참석자들은 "진단오류를 의사가 스스로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아직 개념부터도 생소한 진단오류를 (의사가 직접) 보고하고, 나아가 줄이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고 교육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옥민수 교수(울산대병원 예방의학교실)는 "오류라는 단어 자체가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면이있다"라며 "진단 관련 위해 사건이 발생했고 여기에 과오가 개입돼 있다. 이 둘을 독립적으로 봐야 한다. 진단오류라는 말 대신 진단관련 환자안전사건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아직은 소수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단오류는 피어리뷰로 하는 것인데 다른 사람 의료행위를 판단하는 게 어려우니 수면 아래에 있는 영역"이라며 "환자안전 문제를 이슈화 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염호기 지역환자안전센터 자문단장도 "의사 입장에서 환자안전, 특히나 진단오류를 이야기하는 것은 마음에 꺼리는 문제가 틀림없지만 사회에서는 들끓고 있는 문제"라며 "의사 스스로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타인에 의해 받아들여야 하는 사태가 오게 된다"며 진단오류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진단오류는 피할 수 있는 오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분쟁으로 이어졌을 때 이길 수 없는 환자안전 화두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고 내부에서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왼쪽부터 옥민수 교수, 염호기 자문단장, 이재호 교수, 조민우 교수 ⓒ의협신문
왼쪽부터 옥민수 교수, 염호기 자문단장, 이재호 교수, 조민우 교수 ⓒ의협신문

#진단오류, 스스로 드러냈다면 예방책은?

전문가들은 진단 영역에서 의사의 능력치를 향상시키고 진단오류가 덜 생기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염 자문단장은 "진단오류로 생긴 의료사고는 가장 흔한 소송의 원인"이라며 "모든 진단은 확정이 아니라 단지 가능성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의료진 사이 인수인계 원칙과 절차를 수립하고 ▲진단 과정 향상을 지지하는 문화와 체계를 만들어야 하며 ▲이상검사보고체계 구축 ▲검사결과보고시간 관리 ▲협진 관리 등의 예방책을 제시했다.

이재호 교수(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대한환자안전학회장)는 "진단오류의 상당 부분은 인지오류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오류는 진단 내용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로 의사는 물론, 진단을 접한 환자와 보호자도 인지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이 교수는 예방책으로 임상전문성 향상, 진단 프로세스 체크리스트 활용, 진료지침 만들기, 알고리즘 활용,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 구축 등을 예방전략으로 제시했다. 

결국 교육과 트레이닝이 중요하고 투자도 필요한 문제. 조민우 교수(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는 "진단오류는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줄일 수도 있는 일"이라며 "진단과정에 대한 개념화와 공유가 필요하다. 진단 근거 마련 차원에서 현재 몇 개 없는 임상진료지침 개발도 많이 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진단오류에 관심을 갖고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단 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옥 교수는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를 제안했다. 쏘리 웍스(Sorry Works), 진실 말하기(open disclosure) 등으로도 이미 알려져 있다. 

환자 및 보호자에게 자발적으로 사건을 설명하고 공감 및 유감을 전하며 사건 원인에 대한 조사를 약속하는 것이다. 또 사건 원인이 의료오류임이 밝혀지만 사과하고 오류 때문에 환자가 위해를 입었다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비슷한 유형의 사건 재발 방지도 약속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환자의 의료소송 제기 의향이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을 정도.                                                                            

이재호 교수는 "진단오류 예방에 환자와 가족도 참여토록 해야 한다"라며 "환자는 진단이 자꾸 바뀌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를 이해시키는 도구가 필요하다. 진단오류 분석과 진단과정 개선 기회에 환자 가족 참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진단오류 등에 대해 보다 활발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봤다.

옥 교수는 "진단 관련 위해사건 중재연구가 아주 드물다. 포괄적인 키워드 하나만 넣어봐도 관련 논문을 찾기 힘들다"라며 "보고학습 시스템 관심도도 아직 낮은 수준이다. 환자안전센터가 연합해 연구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고 연구의 중요성을 짚었다.

이 교수도 "우리나라는 진단오류에 대한 별다른 정의가 없이 막 쓰고 있다"라며 "진단오류에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해야 할지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없어 아쉽다.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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