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유독 높은 의료사고 의료인 형사처벌, 문제는?

한국만 유독 높은 의료사고 의료인 형사처벌, 문제는?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4.10.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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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변호사 "영미법 국가 의료사고 형사기소 '0', 민사 영역"
박형욱 교수 "건보 적용 의료는 필수의료, 사회적 보호 필요"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15일 의협 지하 대강당에서 '의료사고 형벌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의료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의협신문

외국에 비해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이 심한 국내 상황이 필수의료 기피의 배경이 됐다는 설명과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의사들의 특권이라는 전제로 논의가 시작되서는 안된다"는 전문가 비판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15일 의협 지하 대강당에서 '의료사고 형벌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의료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표를 진행한 장성환 변호사(법무법인 담헌)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한 사건을 언급, 해당 사건으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한 사실을 주목했다.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난 해당 사건은 사건 초기부터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전담수사팀이 의료진들을 강하게 압박해 수사했으며,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어 의료진이 기소 전에 구속된 바 있다.

장성환 변호사는 "이 사건의 파장으로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하고 필수의료과에 종사하다가 환자가 사망하면 언제든 구속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의사들에게 심어준 사건으로 필수의료 분야 기피의 시발점으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과도한 형벌화에 대한 적정 대책에 대한 제언으로는 ▲환자엑 ㅔ실질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국가보상체계 마련 ▲선의에 의한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 법안 제정 ▲의료사고 관련 의해관계자에게 의료행위의 특수성 감안한 인식 확대 등을 언급했다. 

ⓒ의협신문
(사진 왼쪽부터)장성환 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와 이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의협신문

이얼 의료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의료사고 형벌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의료영역에서 중과실차사죄를 적용한 해외사례와 우리나라 사례를 비교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총 151건의 의료인 중과실치사죄 혐의를 검토한 결과 85건은 초기에 경찰 수사를 중단했다. 기소 결정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수사가 이뤄졌지만 기소하지 않은 사건도 43건이 있었으며, 기소된 7건의 경우 4건의 유죄판결과 3건의 무죄판결로 이어졌다.

영국과 비교해 국내의 경우 연 평균 업무상과실차사상으로 기소된 의사 수는 약 323명으로 추정된다. 

이얼 부연구위원은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추정만 하는 수치"라며 "2011년부터 23년까지 전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피의자 연평균 4669명인 점, 연평균 기소율이 43.2%인 점을 배경으로 계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논문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의사 대상 형사판결 총 295건 중 유죄가 198건, 무죄가 97건이라는 자료도 있다"며 국내 의료인의 형사 처벌이 외국 사례에 비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미법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이 드문 이유에 대해서는 이민규 변호사(법무법인 해창)가 설명을 덧붙였다. 이민규 변호사는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

이민규 변호사는 "영미법 국가에서 과실로 인한 피해는 기본적으로 민사의 영역"이라며 "피해자 손해배상에 있어서도 영국은 NHS, 뉴질랜드는 ACC라는 국가기관이 책임을 부담하고, 의료인 개인에 대해서는 면허 정지, 취소 등의 징계에 그친다"고 말했다.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단순과실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없다는 점을 짚은 이 변호사는 "형사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중과실을 입증해야하며, 상당히 높은 정도의 입증 수준(합리적 의심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검찰이 입증책임을 부담해야한다"며 "기소 단계에서 의료인 과실에 대해 형사처벌을 자제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7일 정부가 추진을 예고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한 전문가의 입장도 나왔다.

박형욱 교수(단국의대)는 "마치 의사들의 특권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전제하에서 논의되고 있다. 필수의료를 안한다니까 약간 봐줘야되겠는데 하면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라며 "이와 같은 접근으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우리가 직면한 필수의료 위기, 바이탈 의료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서 적용되는 필수의료 범위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는 기본적으로 필수의료로 봐야한다"고 주장한 박 교수는 "영국이라든지 다른 나라를 보면 공공의료에 해당되는 분야는 필수의료 영역으로 간주해 사회적 보호가 따른다"며 "의료기관 강제지정제 등은 공익을 위해 강제로 개인의 모든 재산권 등을 제한하는 것이다. 공익을 제공하는 의료는 보호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예고한 의료사고특례법안은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22대 국회에서 현재 법안이 제출되지 않았다"며 "법안이 의료계도 만족하지 못했고, 시민단체나 환자단체로부터도 맹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다만, 정부는 기본적으로 필수의료 붕괴의 한 축이 의료사고를 과도하게 형벌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보완된 정부의 안이 제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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