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제기한 전공의 제일 많은 병원? '인당 1500만원'
전국 사직 전공의 1만 1732명…전국적 집단소송 가능성↑

전공의들이 사직처리를 지연한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의 일방적 의료정책으로 촉발된 의료사태의 재정적 부담을 병원들이 고스란히 끌어안게 됐다는 국회 지적이 나왔다. 최근 전공의 57명이 청구한 사직서 지연 처리 손해배상소송 결과에 따라, 집단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은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대를 포함한 10개 국립대병원 전공의 사직처리 지연 관련 소송 현황을 공개했다. 1인당 청구 금액은 1500만원으로, 전체 청구 금액을 합치면 총 8억 5500만원에 달한다.

소송을 제기한 전공의는 전남대병원이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청구 금액은 2억 4000만원이었다. 서울대병원은 11명(1억 6500만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강원대·충남대병원은 각 8명(1억 2000만원), 부산대병원 6명(9000만원), 충북대병원 3명(4500만원), 제주대·경상국립대병원이 각 2명(3000만원), 전북대병원 1명(15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전공의들은 소송 이유로 △의료법 제59조와 전문의수련규정 제15조에 따른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은 국민 보건의 중대한 위해 발생과 연관이 없고 △민법 제661조 및 근로기준법 제7조에 따라 위법하다며 "취업, 개원 등의 제약에 따른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꼽았다.

대학병원은 "1개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한 전공의들과 다르게, 동일한 사안임에도 각 병원은 각자가 제한된 예산 범위 내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모든 병원이 소송에 공동 대응하는 게 적절한데, 병원별 의견 취합에 다소 어려움이 있고, 개별 병원별로 대응할 경우에도 법원 판단이 각기 다르게 나올 수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행정력 부담은 물론 소송 결과에 따라 수련병원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체 전공의 1만 3531명 가운데 사직자는 1만 1732명(86.7%)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백승아 의원은 "병원이 소송에서 패소할 시 제2, 제3의 집단소송으로 이어져 병원 경영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병원은 정부 명령을 이행했을 뿐인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지원은 일절 없다"며 "의료대란과 전공의 소송은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크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병원의 법적 분쟁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홍완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