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은 곧 의학교육 질 하락, 논문서도 예견?

의대 증원은 곧 의학교육 질 하락, 논문서도 예견?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11.23 12:27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업 성취, 규모 커질 수록 감소 경향 "최상위 학생일수록 타격 커"
미국 의대 교수들 "학생 수 증가, 임상실습에서도 부정적 영향"

양은배 연세의대 교수는 23일 2024 의대협회 학술대회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과 입학제도' 주제 강연을 진행했다. ⓒ의협신문
양은배 연세의대 교수는 23일 2024 의대협회 학술대회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과 입학제도' 주제 강연을 진행했다. ⓒ의협신문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학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학생 규모와 교육의 질, 임상실습 등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이 재조명돼 눈길을 끈다.

양은배 연세의대 교수는 23일 2024 의대협회 학술대회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과 입학제도' 주제 강연을 하면서, 학생 규모 증가와 교육의 질에 대한 연구들을 소개했다. 의료계와 언론 등에서 의대 증원이 교육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근거를 찾고자 했다는 설명도 더했다.

학생 규모와 학업 성취도를 직접 연구한 논문은 영국 국립경제학회에서 2010년 발간한 'Heterogeneous Class Size Effects: New Evidence from a Panel of University Students' . 2000년부터 2004년까지 4년간의 자료를 토대로 수업 규모에 따른 일반대학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분석했다.

그룹은 5개로 나눴는데 각각 20명 미만(A), 33명 미만(B), 55명 미만(C), 100명 미만(D), 200명 미만(E)으로 분류했다. 자료는 대학생 1800여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 결과에서 학업 성취는 규모가 늘어날 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효과크기는 -1.108수준이었다.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구간은 20명 미만에서 33명 미만과 100명 미만에서 200명 미만 부분. 정원이 2~4배가까이 증가한 의대가 상당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출처=영국 국립경제학회에서 2010년 발간한 'Heterogeneous Class Size Effects: New Evidence from a Panel of University Students' 논문 [사진=양은배 연세의대 교수 발표자료] ⓒ의협신문
출처=영국 국립경제학회에서 2010년 발간한 'Heterogeneous Class Size Effects: New Evidence from a Panel of University Students' 논문 [사진=양은배 연세의대 교수 발표자료] ⓒ의협신문

양은배 교수는 "최상위 학생일수록, 능력이 우수한 학생일수록 학급규모 변화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결과도 나왔다. 과목 및 교수에 대한 강의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이 의대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지만, 의대생들은 대표적인 최상위 학생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연구에서는 이외에도 학생 규모 증가가 학생의 학습량이나 비판적 사고, 명확한 발표, 교수의 준비도, 학생의 관심 유도 등이 모두 감소했다고 짚었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까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 역시 기본 클래스 사이즈를 대형강의를 제외하고는 40명 단위로 유지하고 있다"며 "대학은 학생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의과대학 수업 규모 증가가 임상실습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설문을 통해 연구한 논문도 있다. 'The impact of increasing medical school class size on clinical clerkships: a national survey of internal medicine clerkship directors' 제목으로, 110개 미국 의과대학 임상실습 특임 교수들을 대상으로한 설문 결과로, 2008년 발표됐다. 

임상실습 학생이 현재보다 15%, 30% 증가한다면 어떤 영향이 있겠느냐를 주제로한 설문이었다. 미국도 당시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진행된 설문이었다.

양 교수는 "교수들은 30% 실습 학생이 늘어날 경우, 병동마다 학생이 7.2명이 추가되고, 이에 따라 병동 실습 사이트를 5개 이상 추가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면서 "외래 실습 역시 학생이 5.5명 늘어나게 되고 외래 사이트로 9개 정도가 추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현재 공간 구조 실습이나 병원 구조, 재원 구조로는 충분한 환자를 보기 어렵다는 점을 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급 크기가 교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역시 함께 소개됐다.

리치몬드 경영대학에서 2010년 발표한 'The Impact of Class Size and Number of Students on Outcomes in Higher Education' 제목의 논문으로, 대형수업이나 학생수 증가는 학생에게 유익하지 않은 방식으로 교수를 유도한다고 봤다.

양 교수는 "학생 수가 많으니, 교수들은 전체 학생들을 상대하기 위해 과목 운영 방법을 변경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변경이 교육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다. 학생 개개인에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기 어렵고, 학생들의 학습 성과와 만족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