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질환 차이 연구…포용적 미래의학 발전 방향 모색
분당서울대병원 성차의학연구소 11월 29일 성차의학 집중조명
자가면역질환인 루프스는 여성에서 90%가 발병한다. 통풍의 90%는 남성에서 발생다. 질환별로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원인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성차의학(Sex/Gender Specific Medicine) 학술 심포지엄이 11월 29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렸다.
분당서울대병원 성차의학연구소(소장 김나영)는 설립 1주년을 맞아 국립보건연구원·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와 함께 국내외 성차의학 전문가를 초청, 국제 성차의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성차의학은 미래의학의 큰 축인 정밀의료·맞춤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열쇠로 관심받고 있다.
심포지엄에는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이혜숙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소장·배상철 한양대 생명과학기술원장 등이 참석, 국내 첫 글로벌 성차의학 학술의 장 개막을 축하했다.
심포지엄 첫 세션에서는 '성차가 확실한 질환의 임상과 기초'를 주제로 △자폐 스펙트럼(유희정 서울의대 교수·정신과학교실) △신경발달장애(김은하 고려의대 교수·뇌과학과) △허혈성 심장질환(박성미 고려의대 교수·순환기내과)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 질환(김원 서울의대 교수·내과) 등 각 분야에서 나타난 성차를 소개했다.
온라인 줌을 이용해 열린 특별강연은 백희영 서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독일 샤리테대학교·아일랜드 더블린대학교·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교 등 외국 유수 대학 연구진들이 심장질환·뇌질환·성차가 중요한 의학연구 등에 관해 발표, 관심을 받았다.
임상질환 심포지엄에서는 배상철 한양대 생명과학기술원장·박성미 고려의대 교수(순환기내과)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수면장애(이향운 이화의대 교수·신경과) △중독장애(이해국 가톨릭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여성 운동선수(이태임 연세의대 교수·재활의학과) △루푸스(배상철 한양의대 교수·류마티스내과) 등을 통해 성차의학 최신 지견과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성별 및 젠더별 의학 연구의 미래 방향' 주제 심포지엄에서는 △근거 기반 성별 및 젠더별 의학 연구(김현정 코크란 한국지사 디렉터) △국립보건원의 성 및 젠더별 건강연구 R&D 프로젝트(임중연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역학과장)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성차가 뚜렷한 질환에 대한 국가 연구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국민 보건 및 건강 증진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혜숙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소장은 "성별 특성에 따른 의학적 차이는 무궁무진하며, 이를 깊이 연구하면 모두에게 이로운 포용적인 방향으로 미래의학이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성차의학 발전에 무게를 실었다.
심포지엄을 공동 주관한 김나영 성차의학연구소장은 "성차의학은 질병의 진단·치료·예방에 있어 생물학적 성별(sex)이나 젠더(gender)에 따른 차이를 연구하는 분야다. 오랫동안 의학계에서 간과되어 온 성별 차이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해 남녀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의학 발전을 이끄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의학계에서 질환의 성별차이에 대한 논의가 없다시피 했던 국내에서도 이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할 수 있을 정도로 성차의학에 대한 인식의 저변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김나영 소장은 국내 최초로 분당서울대병원에 설립된 성차의학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아 성차의학 연구에 주력해 왔다. 지난 7월 세계적 출판사 [Springer]를 통해 [Sex/Gender-Specific Medicine in Clinical Areas]를 펴냈다. 이 책은 소화기·심혈관·호흡기·내분비대사·류마티스·감염·소아정형외과(뇌성마비)·외과·정신과 및 신경과·재활의학·응급의학·마취통증의학·치과 질환 등 임상의학 전반에 걸쳐 남여의 다른 질병 패턴·병태생리학적 특성과 진행 양상 등을 담고 있어 성차의학 입문자와 연구자들의 지침서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