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박인터뷰] 최안나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
'깜짝' 출마 선언 "아쉬워서, 억울해서 나온 것 절대 아니다"
'바꾸자 의협 살리자 의료' 슬로건 걸고 쇄신 약속
'대변인'으로서 대한의사협회의 목소리를 담당해온 인물이 있다.
최안나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의협 안에서 총무이사, 보험이사, 기획이사 등의 보직을 거치면서도 '대변인'을 겸직하며 정부의 일방적 정책에 대한 의협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전달해왔다.
2025년도 수가협상장 앞에서 재정운영위원회에 의료공급자가 들어가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개원의, 전공의, 교수 등 전 직역을 아우르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출범을 기획하며 젊은의사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는 의료 시스템이 정치적 계산만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하며 의협은 '전문가' 집단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행부에 합류, 목소리를 높여왔다.
26개 진료과 중에서 가장 먼저 붕괴를 경험했던 산부인과 의사로서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진오비)'을 만들어 대변인을 맡으며 산부인과 살리기에 앞장섰던 그의 과거 행적과도 일치한다. 그때도 그는 분만병원 설립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분만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다.
전문가 의견을 개인 이기주의, 직역 이기주의로 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그의 일관성 있는 '전문가'로서의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런 최안나 이사의 목소리는 지난 10일 멈췄다. 임현택 회장이 불신임되면서 집행부도 최소한의 회무만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 보름이 지난 29일, 최안나 기획이사(58·고대의대·산부인과)는 43대 의협 회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깜짝 선언했다. 의협 후보자 등록일을 불과 4일 남겨 놓고다. 최 이사는 같은 날 [의협신문]과 만나 "아쉬워서, 억울해서 나온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대의원회로부터 불신임을 당한 집행부에서 후보가 나오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라며 "다른 후보가 되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고 찾았다. 하지만 현 후보들에게서는 답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회원들에게 한 번 더 뜻을 물어보려고 한다"고 출마 결심 이유를 말했다.
"다양한 정책구상이 있었는데 지난 6개월 동안 다하지 못했다"라면서 "그간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구상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였다.
'바꾸자 의협 살리자 의료'라는 슬로건도 정했다. 기획, 정책, 보험 영역에 의사면허를 딴지 5년이 안된 젊은 의사를 직역 구분 없이 무조건 참여토록 해 이들이 원하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의협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세계의사회 산하에 젊은의사네트워크(JDN)가 롤 모델이다. "의협부터 바뀌어야지 의료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을 거듭하며 쇄신을 약속했다.
최 이사는 "전문가 단체가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게 구조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걸 해야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우리사회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라며 "의협이 바뀌어야지 의료가 살 수 있다. 제대로 전문가 단체가 제 역할을 하는 게 혼란을 딛고 더 나아지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젊은의사 정책자문단, 정책공모전 등 42대 집행부가 추진해온 정책 중 전공의가 반대할 만한 부분은 없다"라며 "처음부터 말하고 동의를 받은 다음 추진, 결과를 갖고 평가를 받으려고 한다. 시도의사회와 대의원회 지지를 받는 회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투쟁과 협상은 같다. 두 가지 모두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전공의나 학생들은 지금 대단한 투쟁을 하고 있다. 얻어내는 것은 선배들이 하는 것이다.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두고 보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정부는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있다. 이를 원하지 않으면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