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지역 살리는 의료개혁? 실상은 집단 사직 '전공의 없는 병원' 대책만
의협·전공의 빠진 의개특위, 개원면허·혼합진료금지 등 반의료계 정책 줄줄이
[2024년 의협신문 10대 뉴스]
'도량발호(跳梁跋扈)', 전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으로, 의료사태를 촉발시킨 정부의 태도와도 딱 걸맞는 단어다. 난데없는 2000명 의대정원 증원 선언으로 대혼란을 초래한 정부는 이후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의료계를 탄압했다. 그 끝은 자멸이었으나, 무도한 권력의 폭주는 대한민국 의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2024년 의료계를 뉴스로 돌아본다. <편집자 주>
뜬금없는 의대증원 카드를 내놓으면서 정부는 뒤늦게 명분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온 것이 이른바 '의료개혁'이다. 정부는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담대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명분없는 의대증원을 살리기 위해 혹은 무리한 의대증원 추진으로 구멍난 의료체계를 메꾸기 위해 각종 정책수단을 동원했다.
정부가 의료개혁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지난 2월 1일, 논란의 2000명 의대증원이 발표되기 불과 5일 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무너져가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 보상 등 이른바 '4대 의료개혁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그 이행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중 의대증원 계획만 덜컥 던져놓은 채 정부는 그로부터 50일이 지나도록 의개특위를 가동하기는커녕 제대로 구성하지도 않았다. 이는 의료개혁이라는 구호는 있되, 실제로는 의대증원 외에는 관심도 없다는 정부의 자기고백과 다름없었다.
의대증원 명분쌓기용 의개특위에 참여할 의료계 단체는 없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핵심 의료계 단체들은 줄줄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정부는 병원계를 포섭해 반쪽짜리 특위를 운영하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 사업 등을 진행했는데, 사실상은 전공의 빠진 대형병원의 현실을 반영해 업무를 조정하고, 진료감소에 따른 손해를 메워주려는 방편일 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 의개특위는 개원면허제와 사과법의 도입, 혼합진료금지 등 반 개원가 정책들을 잇달아 쏟아냈다. 의료계에서는 당사자가 빠진 일방적인 정책개선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으나, 정부는 연말 비상계엄 사태로 힘을 잃을 때까지 의개특위 논의를 강행했다.
전공의 공백에 따른 비상진료체계 가동을 이유로 정부는 비대면진료도 전면 확대했다. 종별 제한과 초진환자 예외조항 등을 모두 풀면서 사실상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겼는데, 이후 비만치료제 처방 급증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