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학생, 전공의 등 30여명 서울아산병원에서 '피켓' 시위
"국회·정부, 현명하고 빠른 수습책 마련할 책임 있다" 강조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뚝 떨어진 18일 낮, 울산의대 교수와 학생, 사직 전공의가 두터운 웃옷을 벗고 흰 가운을 걸친 채 피켓을 들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폭력적인 의대증원 중지만이 살길이다', '세계 최고 한국 의료 후퇴 시킨 의료 개혁'을 외쳤다.
울산의대 교수와 학생, 사직전공의 30여명은 18일 서울아산병원 정문에서 2000명 의대정원 증원 반대 피켓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잘못된 의대증원으로 눈앞에 다가온 의료와 교육의 파국을 막고 의료정상화를 만들기 위한 자리라고 했다.
울산의대 교수이자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이기도 한 최창민 위원장은 울산의대 교수 호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무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라며 "현 상황에서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이들도 의료대란을 일으킨 주범 윤 대통령과 공범으로 당장 파면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석열표 2025년 2000명 의대정원 증원은 불법이라 원천무효라고 못 박았다. 고등교육법상 사전예고제를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는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은 최대 3058명이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 위원장은 "대규모 휴학으로 늘어날 내년도 예과 1학년생 상황을 고려하면 3058명에서 선발 인원을 대폭 줄이거나 선발하지 않는 게 올바른 결정"이라며 "아직까지도 대부분 의대에서 늘어난 신입생을 가르칠 여건이 준비돼 있지 않다"고 짚었다. "이대로 2025년 입시가 마무리되면 2026년 의대정원은 0명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즉, 내년에는 늘어난 신입생에다 올해 휴학한 24학번 학생까지 합류하면 최소한 기존 정원의 2배가 되는 학생들을 6년 동안 함께 교육해야 한다. 이 여파는 이들이 전공의 수련을 마치는 10년 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우려다.
최 위원장은 "대학 총장들은 지금이라도 교육자로서의 양심에 따라 의대정원을 줄여야 한다"라며 "이대로 수수방관하면 의대와 수련병원 위기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국회와 정부는 의학교육 정상화, 의료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현명하고 빠른 수습책을 마련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구조든 여야를 떠나 국회와 정부는 한마음으로 대승적 차원에서 의대 입시 선발 절차를 일시 멈춘 후 긴급히 총장, 의대학장, 교수들과 함께 논의해 감원 선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켓시위 현장을 함께한 교수들도 현실 개탄 목소리를 냈다. 이덕희 영상의학과 교수는 국민을 향해 "의료는 우리 삶과 뗄 수 없는 것으로 조속한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최세훈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도 "내년에는 신규 의사도, 전공의도 모두 전멸했다"라며 "의대생이 현역으로 군대를 간다. 현재 의무사관 후보생이 소진되는 2~3년 후에는 우리나라 군의관, 공중보건의도 전멸한다. 역사상 유례없는 의료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대형 사고를 친 사람들은 지금도 계속 고집을 피우고 있다. 계엄은 3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의료계엄은 2월부터 아직까지 유지 중이다"라며 "전공의는 처단 당할까봐 무서워서 어설프게 돌아올 수가 없다. 이대로는 중증환자를 살릴 수가 없고, 필수 지역의료 공백을 피할 수도 없다. 어떻게든 막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고범석 외과 교수는 "내년을 생각하면 너무나 답답하지만 지치지 않고, 결코 좌절하지 않고 의료 정상화를 위해 열심히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