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의대 교수들 "의평원 무력화·의대증원 철회하라"

거리로 나온 의대 교수들 "의평원 무력화·의대증원 철회하라"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4.10.0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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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결의대회에 전국서 800명 모여, 정부 비판 한목소리
2000명 증원 규모 '주술적' 비판 제기…"의대 증원 과학적 근거없어"
의평원도 결의대회 등판…"의평원 독립성·자율성·전문성 지킬 것"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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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평원이 망가지면 의학교육 망가진다", "교육농단 저지하여 의평원을 지켜내자"

의과대학 교수들이 흰 의사 가운을 벗고 흰 셔츠를 입고 거리에 나섰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정원 증원과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의과대학 교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의대교수를 비롯해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인원은 주최 측 추산 800명이다. 

이날 개회사를 맡은 최창민 교수(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는 "최소한의 중증, 응급의료를 유지하며 지금도 밤낮없이 병원에서 진료를 한 교수들이 한국의료의 암울한 미래에 절망하고 신체적·육체적 한계를 호소하며 조용히 사직하고 있다"며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평원을 무력화 하려고 하며 교수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의대를 교육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의평원에 압력을 가하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평원을 말살하려 하려는 점을 꼬집은 최창민 교수는 "정부가 초래한 의료붕괴를 막지 못했지만, 미래 의사들을 교육할 환경까지 무너뜨리는 정부를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정부의 의평원 말살 시도에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고 천명했다.

김창수 교수(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 역시 "정부가 대한민국 의료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2000명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증원으로 제대로 된 의학교육이 불가능해지자 의평원의 무력화를 통해 후진국 수준의 의사를 양산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의평원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의대 교수들이 모였다는 점을 강조한 김창수 교수는 "우리의 투쟁은 의학교육의 정상화, 대한민국 의료의 정상화가 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신문
(사진 왼쪽부터) 최창민 교수, 김창수 교수ⓒ의협신문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전국에 위치한 의대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의 현장 목소리도 반영됐다.

부산에서 올라온 오세옥 교수(부산의대 비대위원장)은 발언대에 나서 증원된 의대생들을 교육해야하는 막막함을 토로했다.

오세옥 교수는 "지방의대들은 강의실도 실습실도 인력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복도에서 수업을 해야할지, 카데바 실습은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막막하다"며 "의사는 10년간의 긴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점검하고 보완해야한다. 정부는 의사양성이 마치 싸구려 공산품을 제조하는 것처럼 치부해 밀어붙이기만 한다"고 한탄했다. 

"대충 교육받은 싸구려 지역의사가 운영하는 지방대학병원에 어느 국민이 건강과 목숨을 맡기겠냐?"고 반문한 오 교수는 "이번 의대증원에 교수들은 분노해야한다. 2000명이 아니라 2만명이 증원되더라도 조용히 인내할 것인가. 이제는 분노하자"고 주장했다.

충청북도에서 결의대회에 참석한 채희복 교수(충북의대 비대위원장)은 정부의 의평원 무력화가 의대교육의 질 저하고 무능한 의사 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채희복 교수는 "의평원은 2016년 아시아 최초 WFME의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우리나라 의대의 교육커리큘럼이 세계의과대학의 표준에 부합하는 교육이라는 의미"라며 "정부의 의평원 무력화는 세계로 도약하려는 한국 의학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폭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립적인 의평원의 존재는 향후 대한민국 의료발전과 의학교육의 질 보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다"며 "미래 의사 후배들이 올바른 의대교육을 받고 나와서 계속 의업을 수행하고 훌륭한 의사로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의평원 무력화 저지에 힘을 모으자"고 덧붙였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를 누구보다 격렬히 반대하다 사직까지 하게 된 배장환 교수도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이 거짓말 하고 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한 배 교수는 의대정원 증원 2000명 규모가 '주술적 수치'라고도 언급, "현재의 의대 증원은 절차적 정당성이 전혀없다. 증원 규모가 전혀 근거없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후에 추진되는 정부의 모든 행정조치 역시 근거라든가 절차적 정당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배 교수는 "교수들이 저항하는 이유는 우리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나타날 미래의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숭고한 약속이다"며 "교수들이지금은 행동할 때다. 끝까지 저항해 의료농단 사태를 바로 잡아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정부의 의평원 무력화 시도에 의평원도 결의대회에 모습을 보이며,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윤태영 의평원 부원장은 의평원의 역사를 소개하며 "의평원은 의대의 기본의학 교육을 평가하는 전문기구로서 전문성과 독립성, 자율성을 굉장히 주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향후에 자율적으로 또 전문기구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지속적인 지지와 격려 그리고 이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사진 왼쪽부터) 오세옥 교수, 채희복 교수, 배장환 교수ⓒ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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