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 연쇄붕괴, 의료 공백 더 커진다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 연쇄붕괴, 의료 공백 더 커진다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4.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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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②] 중증진료 공백_수술실, 중환자실 연쇄 위기 코앞
병상가동률 회복으로 의료체계 유지?…"환자 누워만 있는 꼴"
중환자실 교수 10% 이상 사직…"전문의 배출 0명 내년 더 걱정"

[기획]전공의-의대생 '공백' 파장 아직 안끝났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지 8개월째. 이들의 공백은 의료대란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추석 연휴 전후 2주를 '비상응급 대응 주간'으로 설정하고 응급의료대란 위기를 예의주시했다. 그러고는 걱정하던 '대란'이 없었다고 자화자찬하며 의료계를 또 다른 방식으로 압박하고 있다. 추석은 지나갔지만 전공의와 학생의 공백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의협신문]은 진료, 교육 영역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의 '공백' 여파를 짚어봤다.

[상]응급실 공백_비상응급주간 종료, 응급실 공백은 ing
[중]중증진료 공백_수술실, 중환자실 연쇄 위기 코앞
[하]교육 공백_2024년 교육 날아갔다 휴학 인정만이 답?

ⓒ의협신문
ⓒ의협신문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정책으로 인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빈자리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의료 공백의 범위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 수술실까지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사직한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내년 전문의 배출 '0'명이 현실화된다면 중환자실과 수술실을 담당할 의료인력 부족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의료계는 예측하고 있다.

빅5 병원 내 중환자실을 담당하고 있는 A 교수는 "중환자실은 일반 병동과 달리 24시간 지속운영되고 있고 중환자들이 모여있는 만큼 업무강도가 크다"며 "전공의가 있을 때도 업무강도가 높아 힘들었는데 전공의들이 사직을 하고 공간이 비면서 교수들이 당직을 서고 있지만 피로도가 높게 쌓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번아웃으로 중환자실 담당 교수들의 사직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A씨는 "지방 등 인프라가 열악한 병원부터 교수들의 사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으로 10%정도의 교수가 사직했다"며 "지금은 더욱 많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인력으로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인력 채용의 한계도 언급한 이 교수는 "병동은 통합당직이 가능하지만, 중환자실은 인공호흡기 등 의료 기기가 많아 업무의 연속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외부 인력을 채용할 수는 있으나 중환자실을 볼 수 있는 의료인력을 현실적으로 빨리 채울 수 없다. 중환자실을 볼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3월 전문의 배출이 '0명'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중환자실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A씨는 "내년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아 내년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년 2월이 되면 남아있는 펠로우들도 나간다. 내년 공백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제일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정부·여당은 의료 공백에 관해 여전히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는 27일 보건복지부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공개, 중환자실 등 의료체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의료체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근거로는 '병상가동률'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76.5%로 이는 전공의 집단 사직 전, 평시라 할 수 있는 올해 2월의 병상 가동률 78.8%와 거의 유사하다. 

종합병원 역시 중환자실 병상가동률은 평시 70.7%에서 지난달 77.7%까지 상승했다.

김미애 의원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인들 덕분에 의료체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분석을 두고 의료계 내에서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통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전공의가 빠진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병원들은 중환자실 병상을 축소 가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병상가동률이 높으면 뭐하나. 환자들이 병상에 누워있어도 이를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없는 현실"이라며 "병상가동률만을 두고 의료체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한탄했다.

중환자실의 의료 공백은 수술실 의료 공백과도 직결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재승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는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응급실 다음 붕괴의 시작은 제가 예상하기에는 중환자실. 그다음에는 결국 정규 수술이 무너질 것"이라며 "정규 중환자실이 다 자리가 차지하고 있으니까 정규 수술을 하고 그 환자가 중환자실로 나갈 자리가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의료계 내에서는 정상적인 의료체계 유지를 위해 결국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등 의료정책 추진에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료체계는 적절한 교육과 수련, 적절한 의사 수, 적절한 병상 수 등이 유기적으로 어울려 돌아간다. 강제성이 포함되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은 무너지게 되어있다"며 "결국 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의대정원 증원 정책 등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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