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지역별 종별 의사인력 변화 통계 분석
동네의원 근무 일반의도 4225명→6331명, 50% 증가
상급종병, 전공의 빠져 나갔지만 전문의수 변화 미미
2024년 2월. 정부의 일방적 정책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부는 사직 전공의의 절반 이상은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한 상태라고 알려왔는데, 실제 종합병원과 병원, 요양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반의' 채용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통계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의협신문]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의 지역별, 종별 의사인력 변화를 확인, 올해 1분기와 3분기 일반의 및 전문의 변화를 확인해봤다.
올해 1분기는 전공의들의 병원을 떠나기 전이고, 3분기는 병원을 사직한 전공의의 사직서까지 수리된 이후다. 종별 일반의 숫자 변화를 통해 사진 전공의의 진로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있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의원에서 일하고 있는 일반의는 5264명이었다. 이 숫자는 올해 3분기 8631명으로 64% 늘었다. 지난해 3분기 5083명과 비교해도 일반의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의는 종합병원과 병원급에서 특히 폭증했다. 올해 1분기 종합병원과 병원에서 일하는 일반의는 각각 191명, 205명이었다가 3분기에는 689명, 731명으로 늘었다. 약 260% 늘어난 숫자로, 통상 100~200명대에 머무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단순 증감률만 놓고 봤을 때, 광주 종합병원과 병원의 일반의 증가율이 가장 컸다.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의는 5명에서 55명으로, 병원에서 일하는 일반의는 3명에서 26명으로 각각 11배, 약 9배씩 급증한 것.
이 밖에도 부산 종합병원, 대구 종합병원, 인천 병원, 대전 병원, 경기도 종합병원과 병원, 충청북도 종합병원, 경상남도 병원, 전라북도 종합병원과 병원이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타 지역보다 의사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서울 종합병원 일반의는 42명에서 111명으로, 병원은 41명에서 130명으로 각각 164%, 217% 늘었다.
의원급에서도 일반의 숫자의 튀는 통계를 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동네의원의 일반의 수는 4225명이었는데 3분기에는 6331명으로 55% 증가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 지역의사회 중심으로 후배의사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세종, 경기도, 충청북도, 강원도 의원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요양병원도 3분기 일반의 수가 1분기 보다 55% 증가(223명) 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일반의를 확대하면서 전문의는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요양병원 근무 전문의 숫자는 1분기 4434명에서 3분기 4319명으로 2.6%(115명) 감소했다.
상급종병 전문의 변화 미미…교수들 "내년이 진짜 고비" 한목소리
1만여명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면서 인력 공백이 발생하고, 일반의 숫자는 요동쳤지만 '전문의' 숫자에는 변화가 없었다. 1분기 전문의는 9만 3636명에서 3분기 9만 5392명으로 1.8% 늘어나는데 그쳤는데, 증가율이 '인력 충원'과는 직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전공의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던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은 전문의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곧, 남아있던 교수 인력만으로 현재를 버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급종합병원만 따로 놓고 보면 1분기 1만 3774명에서 1만 4415명으로 4%(641명) 증가했다. 종합병원 역시 전문의 숫자는 1만 8086명에서 1만 8450명으로 2%(364명)만 늘었다. 대한내과학회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전국 대학병원과 수련병원 118곳의 내과 교수 숫자를 봐도 지난해 4755명에서 올해 4689명으로 오히려 66명 감소했다.
이미 대학병원들은 인력 공백으로 환자 수 제한 등의 방식으로 진료 단축을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
상급종병에 남아 있는 교수들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내년 1분기 안으로 30~40대의 주니어 스태프 마저 병원을 떠날 것이며 진짜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교수는 "교수들의 업무가 과중해지니 병원에서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다"라고 현실을 전하며 "교수들이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에너지가 많이 고갈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1월과 2월 두 달 안에 상황 정리가 안되고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식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결론이 나면 교수들 중에서도 병원을 떠나는 사람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30~40대의 한창 배우고 움직여야 할 교수들이 포기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차원에서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과감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또 다른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 역시 대학병원 전문의 감소를 전망하며 "사실 전문의 자격을 딴 후 1차, 2차 병원을 처음부터 선택한 사람들은 전문의료서 역할에 방향성을 설정한 것"이라며 "TO 자리가 없어서 병원을 나가게 된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대학으로 들어올 수는 있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도 교수를 선택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들이 전문의 인력에 대한 인건비 예산을 20~30% 늘려서 매년 100억원, 200억원씩 손해를 보면서 적자 상태로 5년, 10년을 버틸 것인가 아니면 인력 충원을 포기하든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라며 "병원이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파격적으로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예산 투자 없이 개선하라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