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식습관 이상 등 나타날 수 있어…악몽·공포증 등 후유 증상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재난과트라우마위원회 "지나친 자극 피해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재난과트라우마위원회는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에 아이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어른들의 세심한 손길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30일 밝혔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트라우마를 마주하게 된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성명'을 통해 희생자께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 및 생존자 여러분께 위로의 말을 전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재난의 시기에 중요한 것은 유가족·목격자·생존자를 포함해 사고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많은 사람의 고통을 다루고 회복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여객기 사고를 보도하는 언론의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비통한 소식을 다각도로 접할 수 있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른들의 세심한 손길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먼저 아이들이 소화할 수 있는 정도 이상의 충격에 노출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송에 노출되는 많은 사고 장면과 이에 대한 자세한 브리핑은, 아직 다양한 자극을 받아들여 소화하기 위한 뇌의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지나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밝힌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특히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은 아이들이라면 과도한 상상과 감정의 자극으로 수면·식사 습관 이상 등 다양한 문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방송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과도하거나 잘못된 정보의 노출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대한 노출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아이의 반응을 관찰해 필요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아이마다, 발달 상태에 따라 충격에 대처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매우 다양하다.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충격과 공포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려워할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면서 "당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악몽이나 공포증 등으로 뒤늦게 후유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세심히 관찰해 아이가 추가적인 고통에 다시 노출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들이 질문할 경우, 막지 말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자세로, 사실에 입각한 정보만 간단히 알려줄 것을 주문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아이들에게 일상 안에서 가능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규칙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어떤 감정이라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이를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반복하여 사건에 관련된 질문을 하거나, 지나치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다"며 "더욱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어른들의 마음 상태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재난, 예상할 수 없었던 사고를 접하게 되면, 어른들의 뇌 역시 충격을 소화하기 매우 어렵다. 어른들 역시 자신이 고통을 해결하고 있는 방식을 잘 살펴보고,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를 관리해야 한다"면서 "최대한 일상 생활이 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되 만약 스스로도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다루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재난과 트라우마의 시기에는 서로를 위하는 지지와 사회적 연결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