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필수의료패키지 여전히 추진…특례가 전부 아니다"
"빈손으로 누가 들어가나" 비판…미필 전공의 선택 기로

정부가 동일 과목·연차 지원 금지 해제와 입영 연기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전공의 복귀 대책을 던졌다.
전공의 사회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서도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전공의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깊이 고민하는 모습이다. 그렇다 보니 대한의사협회, 또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메시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보건복지부는 15~17일 레지던트 1년차 재모집 및 2025년도 상급연차 대상 원서접수를 진행, 23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기로 했다. 동시에 사직 전 수련한 병원 및 전문과목으로 복귀해 수련을 재개하면 '1년 내 복귀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사직한 의무사관후보생이 수련을 재개하면 수련을 마친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특례도 더했다.
사실상 '미필' 사직 전공의를 겨냥한 모집인 셈. 원래대로라면 미필 사직 전공의는 10일이면 병적이 넘어갔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유예하고 특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2024년 3월 전공의 임용 대상자 1만 3531명 중 사직자는 1만 2187명(전체 인원 대비 90.1%)다. 레지던트 사직자는 9220명이다. 이 중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일명 '미필' 전공의는 3000명 정도 된다. 이들은 의무사관후보생이다.
정부의 '특례'를 접한 전공의 사회에서는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여당의 특례 발표 후 개인 SNS에 "정부와 여당은 아직까지도 전공의를 한낱 노동력으로만 치부하고 있다. 전공의가 요구한 것은 그게 아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사직한 후 1년이 지났지만 이를 다시 되돌려준다는 제안을 했을 뿐, 바뀐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이유가 크다. 전공의들이 돌아갈 수 있는 명분이 전혀 없다는 것. 사실 전공의와 의대생이 내놓은 7대, 8대 요구안의 핵심인 필수의료 패키지 및 증원 계획 백지화는 그대로 추진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장재영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각각 7대, 8대 요구안을 제시했는데 이번 발표에 관련 내용은 없어 안타깝다"라며 "수련 특례를 통해서 전공의가 돌아오게 만들려면 적절한 명분을 줘야 한다. 2025년 정원은 이미 끝난 상황이고, 사과를 하더라도 책임자를 문책한다든지의 조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공의가) 정말로 돌아오게 만들 거였으면 전공의와 의대생을 카운터 파트너로 해서 수련 및 교육 문제를 논의하겠다든지 하는 방법도 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에서도 전공의 목소리를 적극 듣겠다든지 하는 것도 있다"라며 "의료계, 나아가 전공의가 반대하고 있는 혼합진료 금지 등은 모두 추진한다고 해놓고 갑자기 특례만 제시하면 불충분한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경상권 한 사직 전공의도 "2025년 의대정원은 이미 넘어갔고 필수의료 패키지는 여전히 밀어붙이고 있다. 그 와중에 특례를 줄 테니 복귀하라고 하면 빈손으로 누가 들어가겠나"라고 반문하며 "더군다나 올해 의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으니 의대생을 설득할 명분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의 고민에 빠진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의협과 대전협의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 한 사직 전공의는 "원칙을 생각한다면 입대를 해야 하고, 특례에 흔들리지 않는 게 맞지만 사실 개인마다 사정이 모두 다르지 않나"라고 털어놓으며 "신분 자체가 불안하니 뭘 할 수가 없다. 선택의 기로에 있는 전공의들이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의협이나 대전협이 방향성을 제시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원권 한 사직 전공의도 "미필, 마이너 진료과, 고년차가 특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라며 "사실 지금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소신을 갖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 체념하고 돌아가는 것이다. 전문의나 따고 보자는 마음가짐이 결국 우리나라 의료의 비극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의협 또는 대전협에서 적어도 전공의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움직임이라도 보여줬으면 한다"라며 "나아가 방향성까지 제시하면 다시 한번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