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메이 시로·마쓰나가 히사토 지음/김지윤 옮김/강병철 감수/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펴냄/1만 8000원

강박장애만큼 괴로운 증상도 없다. 말도 안된다는 걸 알지만 생각을 멈추지 못하고, 행동에서도 벗어나지한다.
생각에 사로잡히면 집을 나설 때부터 길을 걸을 때도, 일할 때도, 심지어 잠자리까지도 이어진다. 한 시간씩 손을 씻고, 수십 번 문고리를 확인하고, 주말 내내 책장을 정리해도 불안은 가라앉지 않는다. 피로와 긴장으로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강박의 굴레 속을 헤맨다.
강박장애를 겪은 정신과 의사가 있다. 강박장애를 치료하는 의사에게 강박장애가? 그렇지만 정신질환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가메이 시로 일본 교토대학 정신의학교실 객원 연구원과 마쓰나가 히사토 효고의대 정신과 신경과학 강좌 주임교수가 쓴 <강박장애를 이겨낸 정신과 의사입니다>가 출간됐다.
이 책에는 강박장애에 시달린 정신과 의사 가메이 시로가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인 마쓰나가 히사토 교수를 만나 장애를 이겨낸 이야기가 옮겨졌다.
이 책은 특별하다.
저자는 환자이자 의사이며, 서양에 비해 우리와 훨씬 가까운 일본의 생생한 사례가 담겨 있고, 무엇보다 경험에서 우러난 기막힌 요령을 몇 가지 원칙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가메이 시로가 겪은 강박사고의 일편이다.
어느 순간 책이 무너져 내린다. 무너져 내린 책이 의자에 부딪친다. 의자에는 바퀴가 달려 있으니 충격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바닥의 전선 위에서 멈춘다. 그 충격으로 낡은 전선이 끊어진다. 끊어진 코드에서 불꽃이 튄다. 결국 불이 난다. 불은 가까이에 있던 먼지와 쓰레기에 옮겨 붙는다. 건물 전체가 큰 화재에 휩싸여 결국 많은 사람이 죽고 만다. 대형사고다. 모두 내 탓이다. 안타깝지만 내 인생도 여기서 끝이다. 모두 안녕.
그에게는 강박의 회오리 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옥같은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 책의 공동 저자인 마쓰나가 히사토 교수를 만나 치료 받고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메이 시로의 말이다.
"강박장애의 괴로움을 느끼고 알게 되면서 이 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아직도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큰 '분노'를 느겼다. 치료 불가능한 병이라면 감정이 이렇게까지 치밀어 오르진 않는다. 이 병은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 적절한 치료 방법에 따르기만 한다면…. 이 사실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 이 책을 쓴 이유는 강박장애에 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분노' 때문이다."
이 책은 두 의사가 환자와 주치의로 만나 강박장애를 마주한 기록이다. 두 사람의 지식과 경험이 녹아 있으며, 논리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강박장애의 일반적인 개념, 정신 내면에서 강박 장애가 생겨나는 메커니즘(정신병리), 그에 따른 치료 전략을 한 편의 이야기처럼 풀어놓는다.
환자와 가족, 정신의학 전문가, 강박장애라는 병과 불안, 집착 등 다양한 정신 기능에 흥미를 느끼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유용하다.
가메이 시로는 "강박 증상으로 지옥의 나날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체험은 진짜 흥미로운데' 하며 웃음 짓는 순간도 있었다. 극도의 불안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불안이 '인지'나 '관념' 같은 다른 정신 기능으로 파급되는 모습, '정신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조감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귀중한 체험이었다"라면서 "정신의학만틈 재미있는 학문은 세상에 없다. 다소 이상한 편견일 수 있지만, 메커니즘이 상당 부분 생물학적으로 해명돼 있으며, 다른 정신질환과 관련이 깊다는 사실 등 배울 점이 많다. 지식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강의 무기다. 그 무기는 병을 개선하고 자신과 가족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강박장애의 질환 개념 ▲강박장애의 정신병리(정상적인 심리 활동/강박장애의 발병 과정/중증으로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증상) ▲강박장애의 치료 전략 ▲강박장애의 실제 사례 ▲다양한 강박장애(오염 강박/정리정돈 강박/어린이의 강박장애/마술적 사고) ▲강박장애의 배경(강박장애의 역사/강박장애와 관련된 질환군:OCRD/OCRD 외의 합병증/강박장애의 원인/강박장애의 뇌신경학)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침(가족을 위한 지침/환자를 위한 12가지 지침) 등이 담겨 있다(☎ 070-8226-1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