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싱크탱크가 쏘아 올린 의사 근무일 '289.5일' 너무 많다?

의협 싱크탱크가 쏘아 올린 의사 근무일 '289.5일' 너무 많다?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5.02.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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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연구원, 전국의사조사 활용 의사수 추계 연구에 적용
"6000명 참여한 설문조사, 충분히 전체 의사 대표 가능" 자신

289.5일

대한의사협회 싱크탱크 의료정책연구원은 앞으로 10년 뒤 의사가 넘쳐나는지 부족한지 추계하는 연구에서 의사 근무일수를 이렇게 설정했다. 2020년에 실시한 '전국의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숫자다.

연구 결과 의대정원을 2000명씩 늘려도, 늘리지 않아도 10년 뒤에는 의사 수가 '과잉'인 것으로 나타났다. 

곧 반박이 나왔다. 

의료정책연구원이 사용한 변수인 의사 근무일수 289.5일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실 주 5일제를 적용했을 때 일반 직장인의 근무일수는 1년에 240일 수준.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참고한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에서도 240일부터 많게는 265일 정도를 적용했다. 289.5일은 이들 숫자보다도 최소 한 달, 많게는 그 이상이라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의협신문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박정훈 연구원 ⓒ의협신문

[의협신문]은 11일 해당 연구 제1저자인 박정훈 연구원을 직접 만나 의사수 추계 연구 의미를 짚어봤다. 

의료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의사수 추계 논문은 SCI급 국제학술지인 'BMC 공중보건(BMC PUBLIC HEALTH)'에 실리면서 학술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정책 이후 '논문' 형태로 국제 학술지에 공개된 의사 수 추계 연구는 처음이다. 나아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근거로 삼은 보고서들 보다 근거 수준도 더 높다.

의료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의 주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의대정원을 증원했을 때와 유지했을 때의 차이, 다른 하나는 의사 근무일수다.

연구진은 전국의사조사 결과를 활용해 우리나라 의사의 실제 근무일수를 265~289.5일로 설정했다. 다른 보고서에 등장하는 240일은 아예 고려 대상으로 삼지도 않았다.

박정훈 연구원은 "의사 근무일수를 확인하려면 하루 근무일수와 근무시간 조사를 통한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엔 없다. 그래서 다른 의사수 추계 연구나 보고서도 근무일수를 개념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국책 연구기관에서 의사수 추계 결과를 발표할 때 의료계는 실질적인 의사의 근무일수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전국의사조사 데이터 활용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전국의사조사에 응답한 의사 숫자는 전체 활동의사의 10% 수준이지만 6000명이 넘는 숫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했던 결과는 그동안 없었다"라며 "충분히 전체 의사를 대표할 수 있을 만큼 신뢰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근무일수가 너무 많다고 생각된다면 정부 차원에서 실태조사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도 더했다.

의료정책연구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2020 전국의사조사' 보고서를 보면  의협 회원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6507명이 응답했다. 이 중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있다고 응답한 의사의 실제 근무일수는 평균 289.5일이었다. 

직역별로 놓고 보면 전공의가 300.9일로 가장 많았고 공공기관이나 해외, 법무직 등 진료 이외 기타 활동을 하는 직역이 232.6일로 가장 적었다. 개원의도 근무일수가 298.3일로 평균 보다 높았으며 교수는282.6일, 봉직의는 286.9일 수준이었다. 정부가 참고한 보고서에서 사용한 240~265일의 근무일수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인 셈이다.

이 같은 근무일수를 적용하면 기존 의대 정원인 3058명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의사 인력은 당장 올해부터 '과잉'으로 나타났다. 2025년에는 926명 과잉, 2031년 2724명 과잉, 2035년 3161명 과잉이었다.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정책대로 의대정원 증원이 이뤄진다면 과잉 범위는 더 커진다. 2031년에는 4052명이, 2035년에는 1만 1481명이 넘쳐난다고 나왔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변수 설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구진은 "2035년에는 1만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정부 주장은 의사 근무일수를 과소 추정한 265일을 적용했을 때 비슷하게 나왔다"라며 "지속적으로 의료공급자 및 관련 단체 등과 논의해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정훈 연구원 역시 의사수 추계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짚었다. 박 연구원은 "정부, 전문가, 의료계, 시민단체 등 관계자가 동수로 들어가야 한다는 등 숫자를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각각의 당사자가 설명과 설득의 과정을 통해 서로 충분히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고 운을 뗐다. "물론 의료계가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에 비중이 더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정부가 발표하는 키워드에는 적정의료가 많이 보이는데 이는 현재 의료이용이 과다하다고 판단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적정의료를 실현할수록 의료이용은 감소할 것이고, 의사 수는 더욱 부족하지 않게 될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적정의료에 대한 기대효과가 구체적인 수치로 나올 수 있다면 의사수 추계 시나리오 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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