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 사단법인 설립·의료바우처 불법 근절' 등 집중
"의정갈등 '사람 대 사람'이 풀어야"…회원엔 "의사 가오 지키자"
[릴레이 인터뷰] 첫 돌 맞은 시도의사회장단, 전국은 지금
전국 16개 광역시도의사회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이 취임 1년을 맞았다. 지난해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정책으로 의료계와 정부는 갈등을 겪고 있고 지역 의료계 역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지역의사회를 대표하는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을 직접 만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확인하려고 한다.
①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⑨ 박철원 인천시의사회장
②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 ⑩ 최정섭 광주광역시의사회장
③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⑪ 김양국 울산광역시의사회장
④ 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장 ⑫ 이정열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장
⑤ 이승희 제주도의사회장 ⑬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
⑥ 정경호 전라북도의사회장 ⑭ 김민관 경상남도의사회장
⑦ 양승덕 충청북도의사회장
⑧ 이길호 경상북도의사회장

의료사태 속에서 보낸 1년. 경상남도의사회는 대부분의 회무를 줄였다. 당연하게 모든 예산이 축소됐지만 단 한분야에서는 오히려 예산은 늘었다. 회장의 '이동 비용'이었다.
김민관 경상남도의사회장은 의료사태 속에서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회원들과의 스킨십을 많이 할거라며 시작한 회무는 유관 기관과의 만남으로 채워졌다.
바쁜 와중에서도 잊지 않았던 것이 '의사의 책무'. 작년 경남의사회는 사회봉사 사단법인을 세웠다. 기존에도 이어온 봉사활동을 보다 체계적·지속적으로 해보자는 취지였다. 모두의 손길이 닿는 유명 빈민가보다는 그마저도 닿지 않는 진짜 빈민가를 찾았다.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원주민 단체·학교와 협약을 맺기도 했다.
정책적으로는 사회복지재단과 제휴를 맺고 '의료바우처' 사업에 동참한 의료기관에 대한 문제에 집중했다. 작년 말 문제를 인지한 뒤 경남지역 대부분은 정리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의협 차원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제언도 더했다.
의정갈등은 사람과 사람이 아닌 단체와 정부 사이의 일이기에 해결이 어렵다고 평가하면서도, 결국엔 '사람 대 사람'으로 풀어야 한다고 봤다. 행정명령이나 제적 등의 압박 카드보다는 진솔한 대화와 사과가 우선돼야 하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약속을 전해야 한다고 했다.
후배들에는 '나였어도 그랬을 것'이라는 공감을 전하면서도, 어렵지만 어느정도의 절충안을 고민해 봐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회원들에는 '의사 답게, 의사의 가오를 지키자'며 떳떳한 진료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아래 일문일답
Q. 의사회 회무를 시작한지 1년이 다 돼 간다. 지난 1년의 회무에 대해 평가해본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회장이 되고나면 회원들과 직접적 스킨십을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많이 찾아가고, 얘기를 듣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의료사태로 인해 기존에 루틴한 행사조차 축소하거나 없앴다.
대외협력은 게을리할 수 없어, 이부분에 집중했다. 의료대란과 관련한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전하는 데 힘쓰기 위해서였다. 국회, 심평원, 건보공단, 도청, 도지사, 시장 등 유관기관을 열심히 돌았다. 1년 예산을 결산해보니, 다른 예산은 다 줄었는데 회장이 돌아다니면서 썼던 차비 등 예산은 평소보다 2배를 더 썼더라.
작년 경남의사회 사회봉사 사단법인을 세운 일도 의미 있다고 본다. 이전에도 봉사활동 행사는 꾸준히 이어졌지만 좀 더 체계적으로 해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사단법인 이름으로 의료봉사단, 의료봉사사업단을 꾸려 해외 봉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지금까진 회장이 직접 가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던걸로 아는데 직접 가려고 한다.
Q. 올해 주력하고 싶은 계획이나 실행 방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올해는 회원들과 직접 만날 기회, 스킨십을 늘리고 싶다. 의료사태를 계기로 전공의나 의대생을 평소 회무에 비해 많이 만났다. 어려운 시기에 지원을 하면서 더 가까워진 느낌이 있다. 이제는 좋은 일로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싶단 생각이다.
의사로서의 책임감이나 도덕적 책무를 중시하는 편이다. 작년에 세운 사회봉사 사단법인 활동이 더 확대됐으면 한다. 또 의료의 손길이 꼭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여러 나라를 가거나 유명한 빈민가를 가기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속적인 지원을 하려고 한다.
필리핀에도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빈민가가 있다. 우리 역시 그 곳을 먼저 갔었는데 '누군가가 또 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굳이 우리가 가지 않아도 이미 많은 손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에서 남들이 잘 안가는 북쪽 지역을 찾았다. 원주민단체, 학교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올해 6월에도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Q. 새 의협 집행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작년 연말쯤부터 사회복지재단과 제휴를 맺고 '의료바우처' 사업에 동참한 의료기관이 문제가 됐다.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불법의료상황이었다. 십수년간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면서 나쁜 일을 해왔더라. 경남의 경우, 연관된 분들을 대부분 정리하도록 했다. 의협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의사로서 떳떳할 수 있도록,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그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
Q.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현 사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의정갈등은 사람과 사람이 아닌, 단체와 정부 사이의 일이기에 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또 그 안을 들여다 보면 결국엔 사람이 움직여서 풀어야할 문제다. 다르게 말하면 사람의 마음을 풀어야 한다.
정부는 오히려 풀어야할 대상인 전공의들에게 행정명령을 내렸다. 전공의 집 앞에 딱지를 붙이고, 문을 두드리는 경우까지 있었다. 의대생들에는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하겠다며 겁박했다. 마음에 상처만 계속 주고 있다. 이미 저질렀던 행동에는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
Q. 정부에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사과를 하거나 함부로 말을 뱉기가 어려운 상황일거다. 결정권자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더 그럴거다. 하지만 지나가던 사람의 팔을 부러뜨려서 기형적인 장애가 남게 됐다면, 먼저 미안하다는 사과부터 하고 팔에 남은 기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의논해야 한다. 이왕 부러진거 그냥 어떻게 할거냐는 식이면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거다. 사람대 사람의 갈등을 풀듯 단체와 정부 역시 진솔한 사과가 우선이다.
정부는 사과를 했다고 얘기하겠지만, 그건 사과가 아니다. 당사자가 사과라는 걸 인식할 수 있어야 사과가 되는거다. 전공의들과 의대생은 한결같이 2000명 증원 정책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고, 이에 대한 사과를 하라고 하고 있다. 이부분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확실한 약속도 필요하다. 2027년도부터 의료인력 추계위원회가 정원을 정할 텐데, 이때 '시작점을 3000명으로 하겠다' 등 구체적인 약속이 필요하다. 그래야 전공의나 의대생도 어느정도 납득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Q. 후배의사들에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사태 초반부터 현재까지 요구하고 있는 말들 중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 모두 원칙적으로 옳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 역시 젊은 의사 시절을 겪은 입장에서 전공의나 의대생이었다면 같은 행동을 했을 것 같다. 원칙을 세운 뒤 후퇴할 수 없다고 할 것 같다. 많은 요구사항을 정부가 다 들어주고, 복귀하게 된다면 가장 좋을거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다만 세상을 살다보니 서로 갈등을 봉합할 때는 어느 한쪽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져 봉합되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 우리의 주장이 너무나도 맞다는 걸 다 안다. 하지만 갈등이 계속되고, 장기화될수록 전공의·의대생들의 피해가 더 커질거다. 나아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 흔들릴 수 있다.
정부에서도 어느정도 융통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하는 만큼 전공의·의대생 역시 요구안 모두, 100%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어느 정도의 절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가 멈추면 안 된다는 대의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Q. 회원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사로서의 가오를 지키자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나라 수가구조상 비급여 진료는 어쩔 수 없이 이뤄진다. 하지만 누가봐도 타당한 비급여 진료라는, 공감이 가는 정도의 비급여를 했으면 한다. 떳떳하게 진료하자는 거다. 흔하진 않지만, 검찰청이나 심평원에 자문위원으로 들어가 서류를 보다 보면 이건 좀 심하다 싶은 경우가 있긴 하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만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
의사 스스로 이런 부분을 자꾸 이야기해야 나쁜 케이스도 줄거라는 생각이다. 의료계 전국적으로는 전문가평가단이 있고, 경남에서는 의료자정위원회가 있다. 이를 통해 나쁜 의료행위를 하지 말자는 자정작용을 제대로 했으면 한다. 말했듯이 대부분은 선량하게 자기 할 도리를 하고 있지만 일부가 문제가 된다.
의사들도 나름대로 내부적인 힘듦이 있다. 의사의 삶의 질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의사는 되고 싶은 직업이고 나름대로 괜찮은 직업인것도 사실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존경받는 세상은 이미 끝났다고 본다. 다만 존중은 지킬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항상 의사답게 진료하자. 의사 스스로가 떳떳하게, 환자를 존중할거라는 태도로 진료를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