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딜레마..."긴호흡으로 승부한다"
제약사연구소를 찾아서8 보령제약중앙연구소
햇볕이 따갑던 7월 어느날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보령제약 중앙연구소를 찾았다. 약속시간보다 십여분 일찍 도착하여 연구소 앞마당에서 홍보실 직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묘한 냄새가 느껴졌다. 21세기 들어서는 거의 맡아본 기억이 없는 '용각산' 냄새였다. 어쩐지 정겹지만 구시대 산물로 느껴지는 익숙한 그 냄새를 맡자 '아, 여기가 보령제약 연구소구나'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용각산과 겔포스
보령제약의 간판 품목은 '겔포스엠'이지만, 기자에겐 용각산이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 70년대 그 유명한 광고 카피 덕택이기도 하지만 한번 맡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묘한 냄새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겔포스도 한 시절을 풍미했던 '광고'의 주인공이었다. 최불암의 수사반장 팀이 고된 수사 업무후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먹는다던 그 겔포스. 지금보다 일반의약품의 비중이 훨씬 높았던 그 시절, 보령제약의 위치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리고 2004년 현재, 보령제약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왜 신약을 해야 하는가?
보령제약 중앙연구소가 지향하는 R&D의 방향은 크게 신약연구·제네릭개발·일반의약품개발의 세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몇몇 특별 케이스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동소이한 방향이다. 즉, 단기적인 매출을 고려하여 제네릭과 일반의약품의 개발에 충실하되, 장기적인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신약개발을 '무리'해서라도 끌고가야 하는 일종의 '딜레마' 속에 보령제약도 엄연히 놓여 있다.
연매출 1,600억원 규모의 중소제약사가 '신약'을 연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단현광 보령제약 중앙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미래를 보면 안할 수 없다. 물론 경영적인 압박도 많다. 신약개발은 당장 순익이 나는게 아니므로 회사입장에선 주춤하게 된다. 그래도 해야한다. 하다못해 라이센싱인을 하려고 해도 다국적 제약사가 볼 때 신약 안하는 회사는 회사로 보지도 않는다. 상호 라이센싱도 불가능하다."
보령의 미래 BR-A-657
현재 보령제약 연구소의 최대 기대주는 고혈압치료제인 BR-A-657이다. CCB계열에 비해 소위 '뜨는 계열'인 ARB계열 신약이며, 현재 임상 1상이 끝난 상태로 2008년 시장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임상을 영국 퀸타일즈에서 진행했다. 보령제약은 CCC계열의 시나롱(일본 UCB로부터 라이센싱인)과 ACE-Inhibitor계열의 카프릴(BMS로부터 라이센싱인)의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순환기분야는 보령제약이 항암제 분야와 함께 주력으로 삼고 있는 분야다. 문제는 현재 ARB계열에는 이미 디오반·아프로벨·코자·아타칸 등의 소위 블록버스터들이 쟁쟁하게 포진돼 있다는 점. 그 틈에서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일단 기존 약물들보다 효능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독성도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블록버스터들과 비교,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1997년부터 연구해오고 있는 기대주로 현재 2상을 앞두고 라이센싱 아웃을 준비중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ARB에 뛰어들었다가 모두 중단했다.CCB에 비해 전망이 좋은 기전인 ARB 신약을 끝까지 끌고 가는 곳은 보령밖에 없다."
또한 생명공학 제품으로 신규면역억제제 Cytotoxic T-Lymphocyte Antigen 4(CTLA 4)-Ig의 연구도 진행중이다. CTLA 4-Ig는 임상적으로 장기이식거부, 자가면역질환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될 수 있는 물질로 기존 화학적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을 줄인 효과적인 차세대 생물학적 제제로 기대되고 있다.
10위권 제약사, 어디로 가야하나
이번 취재에서 단현광 소장은 국내업계의 미래에 대한 솔직담백한 진단과 냉철한 비판을 가감없이 쏟아냈다.이는 비단 보령제약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국내 제약업체들 대부분이 가진 딜레마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가 펼쳐놓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나가기 전에 우선 그가 가진 약에 대한 '철학'을 들어보기로 하자.
"약을 연구하는 것은 복 받은 일이다. 자신의 부모에게, 가족에게 먹인다고 생각하고 만들어야 한다. 돈벌려면 다른 사업해야 한다. 사명감이 없으면 안된다."
그는 덧붙인다. "제약은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반 소비재와 같이 즉시 투자, 회수되는 물건이 아니다. BT의 경우는 최소 30∼50년 뒤를 봐야한다.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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