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미국의 대리모(代理母) 현황과 문제점- 3대리모와 법적 문제
쾌도난마(快刀亂麻)하는 현대판 솔로몬 왕들
구약성경 列王記 上 제3장에 두 여인이 살아있는 아들과 죽은 아들을 놓고 살아있는 아들이 자기아들이라고 솔로몬 왕 앞에서 쟁론하는 구절이 나온다. 두 여인이 서로 자기 아들이라고 주장함으로 왕이 칼을 가져오게 하여 아들을 반쪽으로 짤라 둘에게 나누어주기로 판결을 내렸다. 그랬더니 한 여자는 “아들을 저쪽에 주시고 아무쪼록 죽이지 맙소서”하고 왕에게 애원했다. 솔로몬 왕은 바로 이 여자가 본래 어미라고 판결했다. 몇천년 전 아무런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솔로몬 왕의 지혜가 진짜 어미를 찾아주었다.
미국에서 누가 법적 어머니냐는 문제가 논란될 경우는 현대의 솔로몬 왕이라 할 재판장의 칼이 결정하나, 그 판결은 제가끔 다르다.
의학의 첨단시대에 사는 우리는 어떤 인간생명체의 유전자와 출산기록을 지도를 보듯이 상세히 찾아낼 수가 있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생아의 법적 부모를 찾아주는 허다한 현대판 솔로몬 왕들(재판장 들)의 칼은 옛 솔로몬 왕과는 달리 제멋대로 쾌도난마(快刀亂麻)하고있어, 제가끔 판결이 달라진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장(대리모 소송)에서 더 언급하기로 한다.
합의점 못 찾는 대리모법
대리모에 관한 한 미국법조계에서는 아무런 합의점도 발견 못하고 있다.
미국연방정부는 대리모이슈를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아직 없으며, 연방대법원에서도 이 문제를 다룬 적이 없다.
대리모이슈에 대한 연방정부차원의 정책이 전혀 없기 때문에 미국의 50개 주에서는 각주마다 임기응변으로 독자적인 대리모대책을 수립하고있는 실정이다.
현재 50개 주 가운데 26개 주만이 어떠한 방법(제한 또는 허용 등)으로 대리모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 법이 있다. 5개 주(아리조나, 미시간, 뉴욕, 유타, 워싱턴)와 워싱턴 DC에서는 불법한 대리모거래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을 갖고 있으며, 6개 주(오리건, 오클러호머, 켄터키, 인디아나, 메릴랜드, 버지니아)에서는 여러모로 법적 제재를 가하고있다.
뉴욕주에서는 1985년에 대리모법제화를 위해 사회각층을 망라한 특별위원회(Task Force)가 구성되었으며, 여기서 의견을 수렴하여 작성한 추천내용을 토대로 대리모법을 제정했다.
추천에서 특히 강조한 점은 불임증치료는 보험커버 할만큼 크게 가치 있는 의료행위가 못되며, 자주 실패하는 수정란이식(Embryo transfer)회수의 상한수(上限數)를 엄격히 제한해서 그 범위내에서 치료를 시도해야한다고 했다.
여러 가지 제한규제를 둔 뉴욕법안에 대해서 여론의 반응은 대체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대학의 윤리철학교수 Steinbock 는 “불임증부부의 고충에 동정이 가지만, 치료에 소요되는 금액이 엄청나게 비쌈으로 보험혜택을 반대한다. 중요한 점은 비용과 얻는 효과를 저울질해서 결정해야하는 것이다”고 했다.
뉴욕주서 법적인 어머니는 산모로 되어있으나, 법적문제를 놓고 유전상의 어머니와 산모간에 법정논란이 있을 경우는 부모보다 아기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했다.
미국 9개 주(캘리포니아, 네바다, 네브러스카, 노드 다코다, 아이오와, 루이지아나, 아칸소, 테네시, 뉴햄프셔)에서는 대리모사업도 인정하며 금전거래도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다수 주(현재 24주)는 아직도 대리모에 관한 아무런 법을 갖고있지 않아 유동적이다.
따라서 대리모를 적극 원하는 부부들은 만일 자기 주에서 법적 제한을 받는다면, 허용하는 다른 주에서 대리모선택을 할 수 있으며, 여기엔 여행해야하는 불편과 의료보험커버의 문제가 있을 따름이다.
이렇듯 미국의 모든 주에서는 법적으로 또는 관습적으로 대리모자체를 인정하고있으나, 각주에 따라 대응방법이 크게 다를 수도 있다.
가령 캘리포니아주에서 유전적 모친이 법적 모친이 되지만, 버지니아주에서는 배속에서 키워 진통을 겪고 출산한 대리모(산모)가 법적 모친이 된다.
참고로 대리모에 관한 두 주의 상반된 다음과 같은 법령을 적어본다.
버지니아 법: << 대리모가 자기남편 동의아래 남의 수정란을 갖고 출산했을 경우, 출산된 아기는 대리모와 그 남편의 자식이 된다. 여기서 난자 또는 정자의 기증자는 하등 부모의 권리가 없다.>>
캘리포니아 법: << 한 여자가 아기를 가지려고 대리모에게 자기유전(수정란)을 제공했을 경우, 아기 갖기를 소원해서 키우려고 했던 그 여자가 바로 아기의 자연적 모친이다.>>
1993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대리모가 출산한 아기에 대한 부모권한을 두고 있은 법 소송(Johnson and Calvert 사건)에서, 주 대법원판결은 전원일치로 유전상 어머니(Calvert)의 권리를 지지했다. 그리고 판결문에서도 임신을 있게 한 유전인자제공을 강조하고, 자식을 원했던 측이 보다 더 자식의 이익과 장래를 위한다는 견해를 담았다.
그러나 이 판결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가 않았으니, 그 요점은 첫째 10 개월간 배속에서 키운 대리모의 공을 가볍게 봐서는 안되며, 자식은 판매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리모의 주된 법률 논쟁은 그 옳고 그름이 아니라, 대리모에서 태어난 아기의 친권을 두고 이견대립이라고 하겠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대리모계약을 전적으로 인정해서 이행시키느냐?"는 법적 문제이다.
여기서도 캘리포니아주와 버지니아주는 정반대로 맞서고 있다.
캘리포니아 법은 대리모계약을 전적으로 인정한다. 반면 버지니아주 법령은 대리모계약서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며, 출생아에 대한 부모의 모든 권리는 대리모에게 있다. 워싱턴 DC에서도 마찬가지로 대리모계약을 인정해주지 않으며, 계약에서 금전거래나 대가지불을 금지하고있다.
그리고 앞에 언급했듯이 뉴욕주에서도 대리모계약시 의료비를 제외한 다른 명목의 금전거래에 대해 법령으로 금지조항을 두고있다. 이 계약을 위반한 유전상 부모는 500불 미만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이 있다.
이상과 같이 각주마다 대리모를 다루는 방법에 차이가 있고, 특히 두 문제 즉 아기의 친자권(親子權)문제와 대리모계약서인정여부에 이견이 맞서고 있다.
이와 같은 대리모에 대한 각주의 대처여하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태어난 아기는 유전상의 어머니나 대리모 양측에 끊을 수 없는 인연을 갖고있으며, 이러한 인연이라는 것은 영구불변이자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복잡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아기는 유전자와 더불어 자궁과 그 주변의 모든 요소가 참여해서 만든 신비한 과학작품이자 종합예술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 진짜 어머니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신의 영역에 속할 것이며, 법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문제인데도 미국 여러 주에서는 제가끔 다른 법을 고집하고있는 것이 대리모에 대한 법적 현황이라 하겠다.
따라서 법이 관여해서 “누가 법적 어머니다”하는 판정은, “어느 쪽 여자가 아기를 양육할 자격이 더 있다”라는 정도의 해석으로 받아드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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