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세 교수<연세의대/예방의학>
우리가 와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순간적일지라도 와인들간에 분명한 차이를 느끼기 때문이다. 동일한 품종의 포도로 만든 것일지라도 제조 지역, 수확년도, 생산자, 보관햇수에 따라 맛의 차이를 보일 정도로 세상에 존재하는 수천 종 와인의 맛은 모두 다르다. 와인 제조 기술이 발달하고 생산국가가 다양해지면서, 그리고 오랜 기간 저장이 용이해지면서 독특한 개성을 지닌 뛰어난 품질의 와인이 많이 생산되게 되었다. 일견 비슷해 보이는 보르도 특등급 와인의 경우에도 커다란 차이를 보이며 이것은 초보자라도 비교 시음할 경우에 그 차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다. 단지 사용할 수 있는 어휘가 부족해 표현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와인을 표현하는 어휘에도 기술이 시작된 이래 많은 변화가 있었다. 와인 기술의 역사는 250년에 이르지만 초기에는 와인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기술 어휘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와인 제조기술의 발전에 따라 좀 더 섬세한 제품이 만들어지면서 기술어휘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와인 기술에서 쓰이는 어휘는 문학작품에서 작가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특별한 것을 제외하면 1000개 미만이다. 여기서 화학물질 명칭에서 비롯한 것과 일반어휘를 제거하면 약 500개가 남는 데 그중 200여 개는 와인의 기술에만 사용한다. 거기에 와인의 색깔 기술에 사용되는 어휘를 첨가할 수 있다. 이는 Davis의 색 바퀴(Am.J.Enol. Vitic 38: 143-46, 1987)를 참고할 수 있다.
와인 분석가들은 자신의 표현에 명확함·정확성을 주어야 하므로 모든 사람에게 널리 통용되면서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느낌을 떠올릴 수 있는 '잘 기호화된 어휘'만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소수의 화학자에게만 이해되는 벤잘데히드시아히데린(덜 익은 포도의 성분), 이소아밀(발효시 생기는 물질), 비타르트레이트(주석산) 등과 같은 화학 전문용어는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뛰어난 와인은 같이 마시는 사람들에게 어떤 공감대를 형성해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기 때문에 초보자나 아마추어 애호가들도 나름대로 고심에 찬 표현을 발설하기도 한다. 이들은 종종 문학가들이 그러는 것처럼 은유와 암시, 비유 등을 통해 말하며 이전에 마신 와인과 비교하면서 때로는 독창적이며 뜻밖의 단어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훈련되지 않은 혀와 코, 그리고 제한된 어휘로 와인의 미묘한 특성을 기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저명한 와인감식가 Louis Orizet가 말한 것처럼 새로운 어휘를 만들어내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이전부터 와인에 대한 묘사는 문학작품에서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저자의 상상력의 산물인 결과 주관성이 너무 강해 객관적인 기술어휘로는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 실례로 '우스운', '재미난', '세련된', '익살스런', '이목을 끄는' 등등의 형용사도 발견되는데 이것들을 포도주의 특성을 나타내는 전문어휘로 쓰기에는 문제가 있다. 사실 위와 같은 일상적 의미 범주를 와인 특성에 연관시키려면 대단한 상상력의 발휘를 필요로 할 것이다.
같은 지역, 같은 품종으로 만든 와인에서조차 생산년도나 토양의 세부적 구성요소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수많은 와인의 기술을 위해서는 충분한 숫자의 명확한 용어가 필요하다. 그런데 와인의 감식에는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정확하고 분명하게 얘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쓰이는 기술용어에는 불분명하고 모호한 어휘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많은 세월에 걸쳐 와인 감별사들이 동일한 용어를 동일한 의미로 쓰게 되면서 이러한 모호함이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
모호함을 극복하기 위하여 앞서 언급한 Davis의 색바퀴와 함께 Davis의 냄새바퀴와 Leglise의 삼각이 도움이 될 것이다(그림 참조).
와인하세요? 이런건 준비됐나요 글라스 와인을 마실 때는 와인의 종류에 따라서 그 와인의 특징을 보다 더 잘 맛보기 위하여 그에 맞는 적당한 글라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와인을 자주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는 글라스까지 여러 가지로 구별하면 복잡하므로 이런 사람에게는 자루 부분이 긴 보통의 와인 글라스는 쓰는 것도 무방하다. 레드 와인을 마실 때 쓰는 글라스는 좀 크고 오목하게 생겨서 떫고 텁텁한 맛을 잘 볼 수 있도록 와인이 혀의 안쪽 부분에 떨어지도록 되어 있다. 화이트 와인 글라스는 레드 와인 글라스보다 덜 오목하다. 이것은 화이트 와인의 상큼한 맛을 잘 볼 수 있게 와인이 혀 앞 부분에 떨어지도록 되어 있다. 샴페인 글라스는 탄산가스의 공기방울이 오래 올라오면서 또 눈으로도 잘 볼 수 있게 글라스가 튤립형으로 좁고 길게 생겼다. 코르크 스크류 대개 일반 가정에는 아직 코르크를 따는 코르크 스크류가 없는 곳이 많아서 모처럼 사거나 선물로 받은 와인을 재대로 따지 못하고 코르크를 병 속에 쑤셔넣어 마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불행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코르크 스크류를 준비해 두면 무척 편리하다. 코르크 스크류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으나, 결국 그 용도는 코르크를 따는 것이다. 이렇게 코르크 스크류의 형태가 여러 가지인 것은 보다 손쉽게 힘을 적게 들이고 따는 방법을 연구하다 보니까 고안된 것이다. 코르크 마개를 따기 전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은 모든 와인은 꼭 눕혀서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코르크가 와인에 젖어서 쉽게 잘 빠지기 때문이다. 병을 세워서 보관하면 코르크가 말라서 코르크 스크류를 사용하더라도 코르크가 부서지는 등 잘 빠지지 않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디캔더 레드 와인은 와인의 붉은 빛깔과 병의 색깔 때문에 와인 속에 침전물이 있더라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대개 와인 속의 침전물은 주석산염이다. 이것은 건강한 와인에 생기는 것으로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다. 레드 와인 병 속에 있는 침전물을 제거하려면 가만히 병을 기울여서 유리로 만든 주발이나 플라스크에 와인만 따라내면 된다. 그리고 나서 유리 주발에 담긴 맑은 와인을 와인 글라스에 따라 마시면 된다. 이때 쓰이는 주발 등을 디캔터(decanter)라고 부르며 와인 애호가들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주로 사용한다. 어떤 이들은 디캔터를 사용하면 와인이 숨을 쉴 수 있어서 술맛이 더 좋아진다고들 하지만 와인이 약간 산화하는 것 이외에 맛이 더 좋아지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이론적인 근거는 없다. 아이스버킷 아이스 버킷(Ice Bucket)은 그 모양이 예쁜 것이 많아 장식용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와인이나 샴페인을 상온에서 보관하다가 급속히 냉각시킬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하면 아주 편리한 도구이다. 아이스 버킷에 3/4정도의 얼음과 물을 채운 다음 와인 병을 이 버킷 속에 넣어두다가 손님들에게 시원한 와인을 대접한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주의할 것은 와인의 온도가 높다고 해서 와인에다 직접 얼음을 넣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아이스 버킷은 은으로 된 비싼 것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비싼 것을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와인은 맥주나 그 밖의 다른 술처럼 한 병을 단숨에 비워버리는 것이 아니므로 다 마실 때까지 시원하게 와인을 즐기려면 아이스 버킷을 준비해 두면 무척 유용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