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헌 부산광역시의사회장
오늘은 어릴 때 시골친구의 마을 뒷산에 서 있던 아름드리 소나무가 떠오른다. 태풍과 가뭄에도 수백 년을 버티어 온 나무, 온갖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견디어 온 나무.많은 염려와 비평과 비난 속에서도 부산에서의 영남권·제주 의사 궐기대회가 무사히 끝났다.
도움을 주시고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집회 전에 몇 번의 흔들림이 있었으나 상임이사들과 주위 사람들의 격려와 버팀이 큰 힘이 되어 마침내 성공리에 마치게 되었다.
10여년 동안 부산광역시의사회와 대한의사협회의 일에 참여하면서 요즘처럼 다양한 회원들의 목소리를 접해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어려운 시기임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세상을 살다보면 갈 수 있는 길이 여럿일 수 있지만 한 길 밖에 갈 수 없다. 나중에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떤 길을 갈 것인가는 개인의 인생관이나 여태의 경험, 취향에 따라 다르나 보다.
큰 일, 보다 중요한 일 그리고 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종교인들은 공동선(共同善)을 위한 일을 우선으로 꼽겠지만 여기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는데 자기희생이라는 요소다. 자기희생이 크면 아무리 크고 중요하고 공동선을 위한 일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런 희생이 없다면 일의 진보는 어려울 것이다. 마치 부모님의 희생으로 오늘의 내가 있는 것처럼.
어떻게 회원들의 긍정적인 자기희생을 이끌어 내어 국민들과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의료제도를 만들어 가느냐 하는 것이 집행부의 의무인 것으로 여겨져 더욱 어깨가 무거워 진다.
나도 그 소나무처럼 그냥 보고 또 참고만 있을 수는 없을까? 죽림거사(竹林居士)들처럼. 나도 오늘 하루는 신선(神仙)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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