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의대 '인성교육과 사회봉사'

▲ 연동수 (의대학장)
관동의대는 1996년 10월 설립인가를 받아 1997년 3월 문을 열게 되었다. 관동대학교의 교육 이념인 '기독교의 진리'를 바탕으로 의과대학 교육목표를 1) 기독교적 의료인, 2) 인격적 의료인, 3) 주체적 의료인, 4) 사회적 의료인의 네 가지 항목으로 정하였다. 이중 첫 번째 교육목표인 기독교적 의료인의 양성을 위해서는 성경과 기독교의 진리 교육을 통하여 기독교 신앙생활을 몸소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의 덕목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독교적 의료인상은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하며 원만한 성품과 인격을 갖춘 인격적 의료인, 사회적 의료인으로 나아가는 초석이 된다.
의사는 의학적 술기, 투약, 수술을 통해서 단순히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다. 의사는 환자를 질병이나 증상이 아닌, 사람 그 자체로 만나고 또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장차 의사가 될 학생들에게 인간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스스로의 인성을 계발할 수 있는 교육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 학점 부담줄이고 자유토론 유도
의과대학 학생들은 다른 젊은이들에 비해 의대생 특유의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의대생은 친구 사귀기에 인색하고, 동질성에 집착하여 배타성이 크고, 매사 시간이 부족하고(수동적 공부, 엄청난 분량), 족보 중심으로 공부하고, 학교생활이 비 자율적이어서 재미가 없고, 교양공부가 부족하여 세상물정에 어둡고 등등….
이러한 문제점은 꼭 의과대학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는데, 의학교육 과정에서 발생되는 구조적인 환경이 가장 큰 원인으로 인정되고 있다. 즉 의대생들과 대화를 해 보면 자신들도 문화·역사·예술·경제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기는 하나 워낙 의학 수업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에 대한 교과 과정을 늘린다고 해결되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그 시간에 쉬거나 잠을 자려고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의학사·의료윤리·심리학 같은 우리 학교의 인성교육 교과목 운영은 타 의과대학과 별반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의과대학에서의 인성교육 교과목의 특징은 강의 시간 수에 비해 학점 수를 가능한 한 적게 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인성 교육에 대한 수업 부담도 줄이고, 또 인성 교육 강의교수들이 자유롭게 토론 등의 교육 방법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학사(1학점, 주당 2시간), 의학개론(1학점, 주당 2시간), 신앙과 삶(P/F : pass or fail, 주당 2시간)은 시간 수에 비해 학점을 적게 부여하였고, 의학사는 우리 학교 사학과 교수들이 대부분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 '의학개론·신앙과 삶 중점'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인성교육 교과목은 의학개론(1학년)과 신앙과 삶(4학년)인데, 이 교과목 운영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겠다.
의학개론에서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의 소개라던지,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응급처치법, 성희롱, 성교육 등 아직은 본격적으로 의학을 배우기 전이지만 의과대학생으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교육과 실생활에 꼭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다. 또 의학과 민속, 회화(조각)속의 의학, 문학 속의 의학, 음악과 의학, 스포츠 마케팅 등의 수업을 통해 의학 속에서 예술을 찾아보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으며, 이 수업을 통해 타 단과대학 교수들이 지도 교수로 있는 동아리에 의대생이 가입하는 등, 의대생과 타 단과대학생과의 교류도 촉진하는 2차적인 효과도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이 교과목은 아주 좋은 평점을 받고 있으며, 2006학년도부터는 이를 일년 과정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현재 관동대학교 의과대학 명지병원은 2003년 11월 660병상의 규모로 개원하였으며,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 위치하고 있다. 명지병원에서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임상교육과 임상실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의과대학은 현재 의예과와 기초의학에 해당하는 3년 과정은 강릉의학관에서, 임상의학교육 3년 과정은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임상의학관에서 하고 있다.
인성교육과목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과목은 강릉캠퍼스의 학생 생활을 접고, 수도권에 있는 명지병원 임상의학관에서 교육이 시작되는 4학년(본과 2학년)과정에 개설된 '신앙과 삶' 교과목이다.
이 과목에서는 유명 목사님의 강의 뿐 아니라, 법과 권리의 기본이론(민법), 의료사고(형법적 관점에서), 의료와 경제, 의료와 마케팅, 보건의료정책 등 의료 현장에서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목은 주당 2시간이나 학점은 부여하지 않는다(P/F로 운영). 이 과목을 운영하기 위해 이 과목 강사료로 별도로 삼백만원을 책정하였다.
■ 사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지성인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곳이 아니라 사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지성인을 길러내는 곳이다. 이를 위해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사회 봉사, 교외 봉사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우리 의과대학에서는 강릉캠퍼스에서의 3년간의 교육 기간중 최소 40시간 이상의 사회봉사시간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봉사시간은 강릉시 자원봉사지원센터와 협력하여 운영, 학생들이 독거 노인 방문 및 장애인 재가복지 서비스 활동에 자원 봉사로 참여하게 하고 있다.
즉, 사회봉사과목을 단순히 교과목으로 운영하거나, 학생들은 자원봉사 시간 수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실천적인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의 여러 곳을 방문하고, 소외계층의 문제 등을 고민하고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재가복지 서비스는 방학중에도 계속 진행되는데, 방학중에는 강릉에 집이 있는 간호학과 학생들과 교회 등 단체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4학년이 되어 강릉을 떠날 때는 떠나는 학생이나 보내는 노인들이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할 정도이다. 이 자리를 빌어 실제 그 과목을 운영하고 있으며, 많은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박웅섭 예방의학 교수에게 감사 드린다.
이러한 사회봉사 실습은 고학년이 되어도 계속된다. 6학년 교과과정 중 지역사회 실습에서는 농촌지역과 빈민지역에서 진료봉사를 하는 과정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의료에서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그분들의 삶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의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학생들은 지극히 위험한 고혈압을 가지고 있으면서 모르거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노인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풍으로 쓰러져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지만 어떤 의사도 방문진료를 하고 있지 않는 현실을 경험하며 자신이 의사가 되고자 했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