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님, 우크라이나 관련 보도자료 어디서 나갔는지 아세요?"
며칠 전 한 의료정보업체 홍보 담당자로부터 받은 문의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의료분야에서는 최초로 원격진료시스템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수출했다고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보도를 두고 물어 온 것.
국내 몇몇 업체가 이번 수출 계약을 맺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모 언론사의 기자가 관련 업체를 배제한 채 사업의 일부만을 담당한 KOICA가 마치 혼자서 사업을 추진한 양 기사를 내보냈으니 업체들과 관련 기관 사이에선 난리가 난 모양이었다.
알고보니 기자가 KOICA 관계자의 '오프더 레코드'(취재원이 발표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비공식 발언을 하는 것)를 바탕으로 기사화한 것이었다. 게다가 기사에 B사의 멘트가 실린 바람에 업계에선 B사가 '배신'을 하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렸다는 소문까지 돌았으니, 분위기가 꽤 험악해졌다.
업체들은 억울할 만했다. 또다른 참여업체인 I사 관계자는 "아직 홍보할 때가 아니라는 말에 기다리고 있던 참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이제와서 'I사도 참여했다'고 다시 보도자료를 낼 수도 없는 형편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B사 관계자도 "결코 관련 멘트를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
'오프더 레코드'가 그대로 기사화돼서 문제가 생긴 경우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 그렇다 치자. KOICA는 업체들의 원성이 빗발치자 "결코 기자에게 알린 적이 없다"고 오리발 내밀기 작전에 들어간 데 비해, 업체들은 "어느 업체가 발설했냐?"며 동료 물어뜯기에 나선 것이다. 재치있는 업체였다면 즉각 보도자료를 내서 반박하거나, 다른 시각에서 살을 붙여 더 큰 기사거리를 만들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특종'을 해놓고도 여기저기 업체들의 아쉬운 소리를 들어야 하는 해당 기자나, 내용을 알고도 '오프더 레코드'라는 이유로 기사를 쓰지 않았던 다른 언론사 기자나,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업체나, 친분이 있는 기자에게 오프더 레코드로 정보를 준 KOICA나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역시 제일 아쉬운 사람은 제대로 된 정보를 놓친 독자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