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개성 엘리오앤 컴퍼니 대표이사

지분으로 인한 고민들

의협신문에 연재가 나간 이후 과거 출간한 '공동개원 절대로 하지마라'에 대한 기억이 났던지, 공동개원에 대한 문의나 자문의뢰가 많아졌다. 의료기관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공동개원을 하고 있는 병원에는 적지 않은 고민이 발생하고 있다. 잘되는 병원에서는 연봉의들이 지분참여를 적극적으로 하려하고, 현재 병원의 지분을 얼마로 평가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런 고민은 그나마 다행이다. 병원이 잘 되지 않아 한 사람이 빠지려 하여도 남아 있는 사람이 지분을 인수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초기 투자한 금액도 보존해주기 어렵다.

병원이 잘되든 안되든 일단 병원가치에 대한 평가를 시작하게 되면 서로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동업한 의사들끼리 시비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는 병원경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공동개원을 시작한 순간, 잉태된 원죄로 받아들여야 한다.

평가에 있어 '절대적 객관'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학처럼 해답을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성장의 역사, 병원경영상태, 미래 발전가능성, 진료패턴 등이 지분평가에서는 주요 고려요인에 포함된다. 그렇기에 전문가라 할지라도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여 지분평가를 실시하되, 경우에 따른 특수성을 반드시 감안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우수인력을 유치할 때에는 실제 평가금액보다 할인된 금액을 제시하기도 하고, 수년간 연봉의로 근무한 의사를 지분원장으로 영입하려할 때는 평가금액에 그동안의 기여도를 반영하기도 한다.

　

해결책은 '투명성'과 '계약'

공동개원을 하다가 헤어지게 되면, 단순히 고객이나 돈을 조금 잃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친했던 사람을 잃게 되고, 직원들이 혼란에 휩싸이고, 애써 만든 병원의 브랜드가 손상된다. 그러므로 분쟁이 생길만한 사항들은 사전에 모두 명문화해 놓아야 한다. 즉 지분원장 추가 영입시, 계약기간 만료이전의 지분 탈퇴시 평가방법, 주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이 필요하다.

이런 조치를 하더라도 공동개원으로 인한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첫 단추를 잘 끼운 셈이다. 두 번째 단추는 공동개원에 참여한 지분원장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수익과 비용에 대한 처리, 세무관계, 수익배분원칙과 여유자금 운용 등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처음의 작은 의심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불신으로 커질 수 있다. 한 번 생긴 불신은 회복하기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공동개원이 일면 잘 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파트너와의 관계'가 정상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늘 살피고 유의해야 한다. 아무리 믿음직한 파트너라 하더라도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관심을 투자하지 않으면, 어느새 후회스런 관계로 바뀌어 버리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오늘 동료 지분원장이나 연봉의들과의 신뢰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