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성시험 원본 데이터를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다가 조작사실이 밝혀진 기관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지은 죄가 있으니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할 뿐, 약삭빠르게 데이터를 삭제해 놓고 "제출할 자료가 없다"고 한 기관들이 아예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니 그럴 만도 하다.
식약청이 '혐의없음'으로 마무리 지은 청렴위 고발건이 국회차원에서 재검토됐다. 사실은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본데이터가 삭제된 컴퓨터를 복구해보니 조작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편 식약청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분야에서도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 초유의 급식대란이 발생, 사업자인 CJ가 학교 급식사업에서 철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모든 국민의 시선이 급식파문에 쏠려있다보니 정형근 의원의 생동성 조작 발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의약품이 식품보다 덜 중요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잘못된 의약품은 노로바이러스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기 때문.
1300여개에 달하는 직접 생동성 시험 품목들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의견이 '무모한' 주장만은 아니라고 본다.
예산이 얼마가 소요될 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작업이지만 여기에 투여되는 시간과 돈은 고스란히 국민의 건강 증진에 하나도 빠짐없이 기여할 것이므로 무모하다고 치부해 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무모할 지 모른다.
정형근 의원은 식약청 주도가 아닌 민관합동 조사반을 꾸리자고 제안했다. 의협도 자체적인 생동성 입증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전문가 집단이라고 자부하는 식약청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제 식약청이 대답할 차례다. 원본데이터가 없어 조사하지 못했던 대다수의 품목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조작여부를 조사할 것인가 계획을 세워 발표해야 한다.
식약청이 이런 저런 눈치를 보거나 핑계를 대며 본연의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외부에서 자신의 일을 '대신 해주는' 상황을 계속 방치한다면, 식약청은 생동성 시험사업에서 철수하라는 요구가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