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전문가들 '통증 인식확대' 필요성에 공감
삶의질·의료비용 고려 "최우선 이슈로 다뤄야"
만성통증을 하나의 고유한 질병으로 인식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통증전문가들이 주장했다.
동남아시아통증학회(ASEAPS) 소속 전문가들은 11월 30일 필리핀 마닐라에 모여 이같은 내용이 담긴 '아태 만성통증치료선언문'을 발표했다<사진>. 이 선언에는 호주·중국·홍콩 등을 포함한 8개국 전문가들이 참가했으며 한국에서도 배상철 교수(한양의대 류마티스병원)가 참여했다.
이번 선언은 만성통증이 삶의 질을 감퇴시키고 보건의료체계에도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지만, 정부기관과 의료계, 국민 사이에서 그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취급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선언문에서 이들은 ▲만성통증을 공중보건의 우선순위로 지정할 것 ▲정부 및 보건의료진은 만성통증을 고유 질환으로 인식해야 할 것 ▲신경병증성통증의 증상을 확실히 구분하기 위한 개선안을 규명할 것 ▲만성통증 조기진단을 위한 효율적인 교육과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 등 총 8개 항목을 강조했다.
한국 대표로 참여한 배상철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관절염은 65세 인구 중 절반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라며 "만성통증은 국내에서도 중요한 보건 이슈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모임에선 만성통증의 한 분야인 신경병증성통증이 다른 종류의 통증에 비해 치료 뿐 아니라 진단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집중 거론됐다.
초청연자로 참여한 독일의 랄프 바론 박사(크리스티안-알브레히츠 키엘 대학 신경통증 연구 및 치료과장)은 "증상완화에 도움이 안되는 NSAIDs 처방이 유럽에서조차 50%를 넘을 정도로 의사사회에서 이 질병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조기진단과 적극적 치료를 위한 인지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만성통증과 신경병증성통증의 관리 만성통증은 급성통증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통증이 지속되거나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ASEAPS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 인구 약 30%가 만성통증을 앓고 있으며 원인은 척추수술이나 암, 기타 신경계 등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 만성통증은 크게 골관절염 혹은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성 통증'과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구분되는데 염증성 통증은 NSAIDs나 소염진통효과를 지니면서도 NSAIDs에 비해 위장관계 부작용을 감소시킨 COX-2억제제(현재 국내에선 celecoxib가 유일)로 관리한다. 신경병증성통증은 주로 말초 또는 중추신경계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며 '찌르는 듯한 통증'·'전기에 감전된 듯한 느낌' 등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울증이나 불면증과도 연관된다. 신경병증성통증 치료제는 4가지 계열이 있는데 ▲칼슘채널에 작용하는 항경련제(가바펜틴, 프레가발린) ▲나트륨채널에 작용하는 항경련제(카바마제핀) ▲SNRI 계열 항우울제(SSRI는 연구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지 못함) ▲응급시에만 추천되는 아편류 등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을 병용하게 되는데 각 계열들이 모두 비슷한 부작용을 가지기 때문에 병용시 부작용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신경병증성통증을 다루는 데 있어 약물효과가 가장 잘 확립돼 있으므로 진단과 함께 바로 약물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권고된다. 정신과적 치료나 물리치료 등을 위해 여러 과가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또 당뇨병과 같이 원인이 되는 기저질환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진단은 환자로부터 간단한 설문을 받아 이루어지며 설문내용은 이를 제작한 나라, 학회별로 조금씩 다르나 큰 차이가 없으며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인가'·'타는 듯한 느낌이 드는가' 등 비교적 간단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