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인기 드라마 중 하나인 메디컬 드라마 'ER'이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칭송받았던 요인 중 하나는 '리얼리티'였다.
의료현장에서 벌어질만한 일들을 의사들로부터 꼼꼼히 자문받으며 사실감있게 재현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TV드라마의 아카데미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에미상 최우수 드라마시리즈 부문을 수상한 것도 바로 이런 완성도에 대한 정당한 대가였다.
하버드 의대 출신이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이클 클라이튼이 극본을 쓰고 매회 의사들로부터 철저한 고증을 받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런데 ER 방영 초기 제작진들이 한때 실수를 저질러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극중 담당의사로 분한 배우가 EKG 결과지를 거꾸로 들고 환자에게 설명하는 연기를 한 것이 빌미가 됐다.
시청자들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작은 실수로 볼 수도 있었지만 ER 제작진들은 다음회 드라마가 시작하는 첫 장면에서 시청자들에게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방송으로서 잘못된 의료관련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 큰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산개협)가 최근 KBS 휴먼다큐 '사미인곡'에서 조산사가 산전 검사를 하는 장면을 문제삼아 KBS에 항의 공문을 보내고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프로그램 중 조산사인 주인공이 조산원에 초음파기기 등을 두고 환자를 검진하고 진료하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실정법상 의사가 아닌 조산사는 독자적으로 검사와 진료를 할 수 없다.
방송 제작자들은 대수롭지 않은 관행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방송사의 대수롭지 않은 실수가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온 의사들의 노력을 헛되게 만들 수 있다.
사실 다큐멘터리는 물론, 드라마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에서 의료와 관련해 많은 왜곡된 정보들이 전파를 타고 있어 우려된다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 방송 관계자들도 산개협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ER 제작자들이 보여준 철저한 고증과 책임 의식을 보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