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용 (서울 성북 항외과)
신동용 원장(서울 성북·항외과)이 '그 겨울의 찻집'을 슬로우 고고 템포 속에 실어 불렀다. 사진 기자가 자연스러운 포즈를 주문하며 "드럼만 치지 마시고 노래 하나 해주세요"라고 말하자 그의 '십팔번'이 터진 것. 얼마전 서울시의사회가 주최한 음악회에서 딥퍼플과 레드 제플린의 하드락을 연주하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템포가 느리니깐 하드락보다 쉬워보이지. 하지만 그게 그렇지 않아. 느낌을 실어서 이렇게 칙칙칙." 그의 입과 야마하 심벌즈를 치는 스틱이 동시에 소리를 냈다. "이렇게 슬로우 고고를 치며 객석을 바라보면 애절한 게 '뽕'가 이게 드럼의 매력이지. 내 슬픔·아픔·짜증, 드럼은 이 모든 걸 받아낸다니깐." 신 원장이 지긋이 눈을 감으며 밝힌 드럼 예찬론이다.
그가 드럼과 처음 만난 것은 이미자와 나훈아·배호의 뽕짝 가락에 빠져 있던 의대생 시절. 하루는 방위로 군복무 하던 친구가 휴가를 나와 드럼을 치는데 그때가지 뽕짝 리듬에만 익숙했던 귀가 번쩍 뜨였다. 그 리듬과 소리가 얼마나 좋던지. 그길로 7000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중고 드럼을 사서 연주 인생을 시작했다. 예과 공부는 뒷전이고 2년 동안 드럼 학원에 출석 도장을 찍었다. 결국 의대 로컬밴드가 아닌 중앙대학 밴드인 '블루드래곤'에 드럼 주자로 뽑혀 78년 대학가요제와 쌍벽을 이뤘던 해변가요제에서 장려상을 타기도 했다. 그때 동기들이 왕영은·주병진·노사연 등.
TV쇼에 출연한 자신을 알아본 학장님의 경고도 개의치 않고 잘나갔던 연주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모든 과목에서 재시에 걸린 본과 시절. 국비 장학생 신분이면서 감히 음악을 넘본 죄로 그는 장학금 중단과 더불어 학비와 생활비를 직접 벌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군고구마 장사도 하고 포장마차를 학교 앞에서 열기도 했는데 그래도 드럼 스틱만은 놓치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992년 장기군의관 복무를 마치고 서울 길음동에 서울성모의원을 개원했다. 남보다 늦은 개원이어서 자리를 잡기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다보니 15년간 드럼을 잊고 지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0년 의사들로 구성된 그룹 'ICU'를 만들어 다시 스틱을 잡았다. 이후 그룹명을 '블랙마리아'로 바꿔 8번에 걸친 대규모 단독공연과 수차례의 자잘한 공연을 치렀다.
"바쁜 개원의들을 데리고 그룹을 이끈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야.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쉽지 않고. 또 음악에 대한 방향이 달라 논쟁이 붙는 경우도 있지 그렇지만 꿈을 이룰 때가지는 블랙마리아를 어떻해든 끌고 나가려고"
그의 꿈은 최강 연주자들로 구성된 락그룹을 만들어 전국 병원순회 공연에 나서는 것. "환자들에게 심각한 충격을 주고 싶어. 의사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하는 놀라움과 이런 사람들이 이런 훌륭한 음악을 연주하는구나하는 즐거움을"
신 원장은 오늘도 최강 멤버로 구성된 '블랙마리아'의 공연 모습을 상상하며 병원 건물 지하에 문을 연 '블랙마리아' 라이브카페에서 틈틈히 실력을 갈고 닦는다.
<Tip> 드럼은 크게 재즈드럼·락드럼·퓨전드럼 으로 나뉜다. 그중 대세는 퓨전 스타일. 락이 대중 음악의 주류에서 멀어지면서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퓨전 드럼의 대세는 어쩔 수 없는 현실. 드럼은 크게 '베이스'라 부르는 발로 치는 큰 북과 그보다는 작은 '스네아'·'후트스네아'를 기본으로 구성된다. 어깨 높이 정도에 취향에 따라 '톰톰'이라 불리는 작은 북을 3개 혹은 6개, 9개까지 둔다. 물론 심벌즈 역시 드럼 구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