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 의사? 노력짱 의사!"

"몸짱 의사? 노력짱 의사!"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8.10.1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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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천(대구·박효천성형외과의원)

"대구시의사회 제1회 몸짱닥터 선발대회, 대상! 박효천 원장님!"

벌써 1년. 석 달 구슬땀을 흘려가며 준비한 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거머쥔 박효천 원장은 그 후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여전히 그의 근육들은 꿈틀대고 있을까. 벗겨보고 오라는 짓궂은 선배의 장난을 뒤로 하고, 그를 만난 기자가 제일 먼저 시선이 꽂힌 곳은 '식스팩'이 아니라 백옥 같은 '피부'였다(당연하다! 옷을 입은 채로 만났으니!). 어느 누가 그를 60대로 볼 것인가.

대화는 자연스럽게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로 이어졌다

"아니, 어쩜 피부가 그렇게 좋으세요? 무슨 비결이라도?(혹시 성형?)"


"운동을 열심히 하니까 젊게 살지요. 누구는 밤에 혼자 거울 보고 필러라도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던데, 그런 거 절대 안 합니다."

그렇다. 나이는 60세여도 신체 나이는 40세, 정신은 20세로 살게 한다는 바로 그 '운동'. 대체 운동을 얼마나 했길래 적지 않은 나이에 '몸짱 의사'가 될 수 있었단 말인가.
"원래는 등산, 특히 야간 산행을 주로 했고요. 보디빌딩은 지난해 대회에 참가하면서 처음 시작했죠."

"그럼 입문 3개월만에 1등 하신건가요?"

"네. 물론 등산으로 다져진 기초체력은 있었죠. 처음 트레이너가 딱 보더니 바로 중급부터 시작하자고 했으니까. 지금도 등산은 가끔 하지만, 메인은 보디빌딩이죠."

"그럼 그 때 이후 꾸준히 하고 계신거에요?"

"그럼요. 사실……그 이후에도 프로대회에 몇 번 나갔어요."

박 원장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상장이 여럿 걸려있다. '대구광역시 보디빌딩대회 장년부 장려상''대구광역시 달서구 보디빌딩대회 3등'. 더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은 '생활체육지도사 보디빌딩 3급 자격증'이었다. 이게 웬만한 젊은 트레이너들도 따기 힘들다는 건데, 이쯤되면 취미가 아니다.


"보디빌딩 지도자로 나가실 건가요?"

"하하. 그런 건 아니구요. 프로대회에 나갔다가 트레이너들의 프로필을 보니까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 이렇게 써 있더라고요. 저건 뭐냐고 제 트레이너에게 물어봤더니, '원장님도 가능성 있으세요'합디다. 그래서 한 번 해봤어요."

나름 국가공인자격증인데 '한 번 해봐서' 될 일이 아니다 싶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통과한 뒤에도 60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검정시험에서 합격 판정을 받아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운동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인데, 이건 몸을 딱 보면 아는 거란다.

"1주일에 4번 정도 헬스장에 가는데, 한 번 가면 3시간씩 합니다. 보디빌딩에서 국제 기준으로 삼는 포즈가 7가지가 있는데, 이것도 모두 익혀야 해요. 의사라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해부학·생리학·영양학 같은 건 웬만큼 아니까요."


"3시간씩이나 하면 지루할텐데요?"


"그렇게들 많이 얘기하는데, 전 재밌어요. 내 한계를 극복해가면서 느끼는 재미가 있죠. 가끔 친구들 만나면 '니 뭐 할라꼬 그래 하냐!'하는데, 그러면 저는 '나도 더 재미난 거 있음 하께" 그래요. 그런데 따져보면 운동 보다 더 재밌는 것도 별로 없어요."

갑자기 지난 달 끊어 놓은 3개월짜리 헬스장 이용권이 떠오른다. 과연 헬스장에 간 날이 몇 번이던가 머릿속으로 하나둘 세어보다, 은근 장난기가 발동했다.

"몸짱 의사 됐다니까 주위에서 벗어보라고 하지 않던가요?"

"그런 얘기 많이 듣지만, 벗어본 적은 없어요. 아직 대회장에서 벗는 것도 부끄러운 걸요."
"혹시 대회 의상이……?"
"손바닥만한 까만색 삼각팬티요. 아직도 젊은 사람들 앞에서 벗기가 쑥스러워 윗옷 입고 있다가 마지막에나 벗어요."

"선생님이 벗으시면 '우와'하겠어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까 후하게들 보시는 것 같아요. 트레이너가 요즘 보디빌딩 추세는 '우락부락하게 큰 근육' 보다는 '섬세하게 발달한 근육'을 더 선호하는데, 제 근육이 그 기준에 맞는대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주위로부터 그에 따른 좋은 평가를 얻고, 재미도 있고 몸도 건강해지니 이보다 좋을 게 있을까. 더욱이 요즘처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몸짱 열풍'이 부는 때에는 '몸짱 의사'도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것만 같다.

"지역신문에 나오고 나선 가끔 아파트 아주머니들도 알아봐주세요. 그런데 그런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건강이죠. 운동을 하면 몸이 건강해지고, 특히 의사는 스스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환자들과 이야기할 때도 신뢰감을 줄 수 있어요. 의사가 술·담배 하면 아무래도 환자한테 술·담배 끊으라고 자신있게 말하기 힘들잖아요. 의사가 열심히 운동하면서 환자에게 '열심히 해보세요. 몸이 좋아집니다'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주변 분들에게도 운동을 많이 권하시나요?"

"제가 운동하라고 많이 얘기해서 그런지 주위에 보디빌딩하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요즘은 짬짬이 경북대에 있는 친구 녀석과 친구 아들을 좀 봐주고 있습니다."


"벌써 제자가 생기신 건가요? 하하. 이제 엄연히 '지도자'이신데 수강료 받으세요."

"그런가요? 하하. 밥이라도 한 끼 사라고 해야 겠네요. 당장은 병원을 해야겠지만, 나중에 은퇴하면 실버타운 같은 곳에서 헬스장을 해보고 싶어요. 의사니까 운동을 통해 건강 관리하는 법을 잘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 참, 일단 내년에 열리는 대구 대회에서 등수 좀 올리고 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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