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비 환수법안의 법적 문제점에 대한 소고

약제비 환수법안의 법적 문제점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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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1.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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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주당 모의원의 발의로 국회 상임위에 상정된 약제비 환수를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대다수 의원들의 반대로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고시의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처방으로 인해 약제비가 과잉 지출되었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그 비용일체를 관행적으로 환수해 왔는바, 이러한 환수처분은 법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당연무효인 것으로 결론이 난 바 있다(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6두6642 판결). 또한,

서울대학교병원이 공단을 상대로 환수한 약제비의 반환을 청구한 사안에서도 요양급여기준 위반행위가 곧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서울대학교병원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기도 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08. 8. 28. 선고 2007가합8006 판결).

개별 의료기관과 공단 사이에는 현행 당연지정제 하에서는 계약관계에 편입될 수 밖에 없으나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고시는 의료기관과의 협의없이 장관이 일방적으로 결정, 발표하는 것으로서 계약내용에 편입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공단이 고시에 반하는 처방에 대해 계약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민법상 기본이론인 부당이득이나 불법행위 이론에 따라 공단의 약제비 환수가 가능하다고 볼 수는 있을까?

부당이득은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처방전 발행으로 의료기관에는 단 한푼도 귀속되지 않기 때문에 약제비를 지급받지 못한 의료기관을 상대로 공단이 부당이득 명목으로 약제비 상당의 비용을 환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바, 의료기관이 비록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처방을 했다 할지라도 그러한 처방이 진료당시의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반하지 않는 것이라면 환자와의 관계에서는 처방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공단이 불법행위 명목으로 약제비 상당의 비용을 환수할 수도 없다.

결국 공단이 개별 의료기관을 상대로 약제비를 환수할 수 있는 어떠한 계약상, 법률상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아무런 이론적 근거없이 약제비 환수법안을 입법화한다면 추후 위헌시비에 휘말릴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현재에도 고시에 반하는 처방이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가할 정도라면 그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어 민법의 불법행위 이론에 따라 약제비 환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그 합리성과 적정성에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요양급여기준 위반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약제비 환수법안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의료인의 헌법상 재산권, 진료권, 직업수행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국민의 건강권과 보건권을 위협하는 위헌적 법률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공단은 무리하게 위헌적 법률을 입법화하여 의료계의 반발을 야기할 것이 아니라 임상현실에 맞지 않는 요양급여기준을 환자의 건강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두고 합리적으로 개정으로써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요양급여기준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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