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내과·내분비내과·신경과 통합 좌담회
항혈소판제재는 그동안 수많은 임상연구를 통해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입증해왔다. 이에 <의협신문>은 5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심장내과·내분비내과·신경과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 항혈소판제제의 기전과 효과, 임상 적용 등에 대해서 의견을 구했다. 이날 좌담회 내용을 정리해 지면으로 옮긴다. 이번 좌담회는 보령제약이 후원했다.
좌장 : 최근 아스피린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임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일부에선 아스피린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있어 아스피린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금부터 당뇨병·심혈관 질환·뇌졸중 등의 질환에 있어 항혈소판제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최신 지견을 나눠보도록 하겠다.
당뇨병 환자에서 합병증 예방을 위한 항혈소판 요법
박근규 : 당뇨병을 치료하는 전략은 운동·식이·금연 등 생활습관의 개선과 고혈압·콜레스테롤·혈당 등의 조절, 그리고 아스피린이나 ACE 억제제 등의 약물 사용 등이 있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아스피린이 심혈관 질환의 2차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2004년 <Diabete Care>에서 발표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아스피린을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 질환의 1차 예방을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으며,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아직 1차 예방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심장학회(AHA)와 미국당뇨병학회(ADA)는 당뇨병을 갖고 있으면서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인 경우에는 1차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하라고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그림 1). 2007년 <Circulation>에 게재된 가이드라인에서도 저용량 아스피린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유럽심장학회(ESC)는 아스피린의 1차 예방 효과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가 포함된 임상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항혈소판 치료는 'Physicians´ Health Study(PHS I)'에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44% 줄였다. 당뇨병 환자만을 대상으로 세부분석을 했을 때 아스피린은 위약 대비 효과적인 경향을 보였지만, 대상군이 적어 통계적인 차이를 보이지는 못했다.
당뇨병성 망막증의 조기 치료에 대한 연구(ETDRS)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48%가 심혈관 질환을 갖고 있었는데, 아스피린을 사용했더니 사망률이나 치명적인 심근경색 발생률이 크게 줄었다(그림 2).
당뇨병 환자에서 아스피린을 썼을 때 나타난 효과가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서 아스피린을 썼을 때와 차이가 없어, 아스피린을 심혈관 질환의 1차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1차 예방 프로젝트(PPP)에선 아스피린이 전반적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을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줄이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일본에서 2300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JPAD)는 아스피린의 심혈관 질환 1차 예방 효과를 보고자 했다. 하지만 1차 연구 목표인 동맥경화성 사건을 의미있게 줄여주지 못했고, 치명적인 관상동맥 사건과 뇌혈관 사건을 묶어서 보았을 때는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감소시켰다.
세부분석 결과에서도 65세 이상에서 근소하게 효과적이었던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기대했던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그림 3).
아스피린군에서 위장관 출혈이 있었지만, 출혈성 뇌졸중은 아스피린군과 위약군 간 큰 차이가 없었다. 요약하자면 아스피린은 당뇨병 환자에서 중요한 약이지만, 1차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당뇨병 환자에서 왜 아스피린이 중요할까? 당뇨병 환자에서 동맥경화가 일어나는 주된 원인은 혈관 내피의 기능 부전이 고혈당·산화 스트레스·인슐린 저항성 등에 의해 혈관 수축·염증·혈전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아스피린은 아라키돈산을 통해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억제, 혈소판 응집을 줄이고 혈관 이완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당뇨병 환자에서 아스피린에 대한 저항성이 높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혈소판의 주기가 빨라져 상대적으로 젊은 혈소판이 많아 약이 잘 듣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결론적으로 당뇨병 환자에서 혈관 합병증을 막으려면 염증이나 혈전을 막는 것이 중요한데, 아스피린 치료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항혈소판제제를 병용투여하는 데 대해 고민할 필요는 있겠다.
허혈성 심질환 예방을 위한 항혈소판 요법
남창욱 : 메타 분석에 의하면 아스피린의 일차예방 효과는 심근경색증의 발생을 줄여주기는 하였으나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이나 뇌졸중, 또는 전체 사망을 줄여주지는 못하였고, 반면 위장관 출혈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그림 4).
따라서 아스피린을 적절한 위험도의 평가 없이 일차예방 목적으로 투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다. 앞에서 아스피린의 1차 예방 효과에 대해 주로 다루었으므로, 지금부터는 관상동맥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에서 아스피린의 2차 예방 효과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겠다.
현재 알려진 2차 예방목적으로 상용되는 대표적 항혈소판 약제는 혈소판 활성화를 차단하는 아스피린과 혈소판 응집을 막는 클로피도그렐, 티클로피딘 등이 있다.
관상동맥질환군에 따른 관련 임상연구들을 살펴보면, 1996년 안정형 협심증 환자를 대상으로 '베타차단제+위약', '베타차단제+아스피린'을 비교한 연구에서 아스피린은 심근경색과 급사를 위약 대비 34% 낮췄다.
불안전성 협심증을 비롯한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에서는 2년동안 심근경색의 재발을 50% 정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초기부터 아스피린군과 위약군의 임상 경과에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관상동맥중재술을 실시할 때도 아스피린은 급성 폐색을 50%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피린의 용량은 예전에 고용량을 선호하던 추세에서 메타분석 결과를 토대로 저용량을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이는 고용량의 아스피린이 저용량과 비교하여 효과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데 비해 출혈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그림 5).
2007년 개정된 AHA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안전형 협심증 환자에서 금기증이 없다면 아스피린 81~150mg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되, 클로피도그렐과 병용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 다만 아스피린으로 적절하지 않은 경우에는 클로피도그렐로 교체하도록 하고 있다.
급성 관상동맥질환의 경우는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일정기간(1~9개월) 두 약제의 병용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ST분절이 상승한 심근경색에는 초기 162~325mg의 아스피린을 사용하도록 하는데, 이후에는 평생동안 75~162mg 을 투약하도록 권고한다. 물론 클로피도그렐을 적어도 14일 이상, 1년까지 같이 사용하도록 권고하고도 있다.
스텐트 시술을 한 경우 아스피린 80mg 이상을 지속적으로 투약하도록 하며, 시술 초기에는 고용량을 사용하게 되나, 출혈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용량을 줄여서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클로피도그렐은 응급 시술시 주로 300~600mg을 처방하며, 일반금속스텐트(BMS)인 경우에는 적어도 1개월 이상, 약물방출스텐트(DES)인 경우 12개월 이상 권장된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약물을 중단하는 시점인데, 연구에 의하면 조기에 항혈소판제제를 중단할 경우 명백하게 심혈관계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기술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권고안에 의하면 1차 예방 목적으로 항혈소판제제를 써왔다면 침습적 수술을 진행할 때 7일간 약제를 중단하고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미 그전에 심혈관계 사건을 겪었던 환자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수술은 가능한 아스피린을 계속 사용하면서 시행하기를 권고한다.
이는 아스피린 사용에 따른 수술 시 출혈 빈도는 일부 증가하지만 출혈에 의한 주요사건(사망 등)은 증가하지 않는 반면, 아스피린의 중단으로 인해 주요 심장 사건의 빈도가 증가됨을 보인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다만 두개강내 수술과 같이 폐쇄공간의 수술 시에는 경우에 따라 전면적인 항혈소판제의 중단이 필요할 수 있다.
병용치료를 하고 있었다면 수술로 인한 심장질환의 위험 정도가 낮은 경우 클로피도그렐을 중단하고 아스피린만 쓰면서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위험 정도가 높은 경우에는 가능하면 두 약을 모두 쓰는 게 좋겠다고 본다(그림6).
앞서 설명되었듯 아스피린의 사용은 기대되는 이익이 부작용의 위험을 능가할 때 사용될 수 있으며, 심혈관질환의 1차 예방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에 특히 이러한 고려가 요구된다.
2차 예방 목적은 이미 많은 연구들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었으므로 질환에 따른 권고안을 지키도록 노력하고 중단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를 이해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원칙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뇌혈관 질환에 대한 항혈소판 요법
황양하 : 동맥경화성 죽반이 파열되는 것은 뇌졸중·급성 관상동맥 질환 등을 일으키는 중요한 병리학적 요인이다. 이에 따라 항혈소판 요법은 뇌졸중의 2차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2002년 <영국의학협회지>(BMJ)에 게재된 메타분석은 뇌졸중이나 일과성뇌허혈발작(TIA)를 경험한 2만 3000명이 포함된 287개 연구를 대상으로 했는데, 3년동안 항혈소판제제를 투여한 그룹에서 뇌졸중·TIA 재발 위험이 2.5% 유의하게 감소했다.
1999년 바네트는 아스피린 단독요법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9개 임상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을 실시했는데, 뇌졸중 등 혈관 사건 발생이 고용량을 썼을 때는 11%, 저용량을 썼을 때는 15% 각각 감소했다.
알그라 등도 아스피린 용량에 따른 효과의 차이를 관찰하기 위해 10개 연구를 분석했는데, 이 연구에서는 용량에 관계없이 30mg 이상의 아스피린을 사용했을 때 뇌졸중 등 혈관 사건이 13% 줄었다.
저용량 아스피린과 고용량 아스피린을 1:1 직접 비교한 네덜란드 TIA 연구에선 아스피린 30mg이 300mg에 비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가정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고용량과 저용량이 효과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고(15.2% vs 14.7%), 출혈 등의 부작용은 30mg에서 유의하게 드물었다. 영국 TIA 연구도 같은 맥락의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뇌졸중 환자에서도 환자 8명 중 1명꼴로 아스피린 치료에도 불구하고 뇌졸중이 재발했는데, COX-1에 의한 유전적 다형성이나, 침착된 COX-2의 발현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의 효과를 비교한 CAPRIE연구에선 클로피도그렐이 아스피린 보다 혈관 사건 발생을 8.7% 더 낮췄다.
허혈성 심뇌혈관 질환과 재입원율을 낮추는 데 대해 클로피도그렐+아스피린 병용요법과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을 비교한 MATCH연구는 병용요법에서 단독요법에 비해 질환 위험이6.4% 정도 낮았음에도 출혈 위험이 증가해 병용요법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뇌졸중의 2차 예방 목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디피리다몰'과 아스피린의 병용요법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는데, 대표적인 연구가 ESPS-2이다. 이 연구는 아스피린과 Extended-Release Dipyridamole(ER-DP)를 같이 사용했더니, 위약을 쓴 경우보다는 37%, 아스피린 단독요법 보다는 23.1%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보여 디피리다몰의 사용에 힘을 보태는 계기가 됐다(그림 7).
지난해 나온 연구 중 가장 화제를 모았던 PRoFESS연구는 '아스피린+디피리다몰'이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만큼 효과적인지를 보는 비열등성 연구로 설계됐는데, 비열등성에 대한 통계적인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그림 8).
'실로스타졸' 역시 뇌졸중, 특히 두개강내 동맥질환에 빈번하게 사용된다. 국내에서 6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6개월동안 실로스타졸을 투여한 연구에서 실로스타졸 투여군에서 두개강내 동맥 협착이 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 실로스타졸을 아스피린에 추가해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지난해 <Lancet>에 게재된 연구에선 실로스타졸이 아스피린 보다 낫다는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그림 9).
여러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AHA와 미국뇌졸중학회(ASA) 가이드라인은 비심장색전으로 인한 허혈성 뇌졸중이나 TIA 환자에서 항혈소판제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때 초기 치료로는 클로피도그렐, 아스피린+디피리다몰, 아스피린 단독요법 등을 제안하고 있다.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의 병용요법은 출혈 위험 때문에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으며, 아스피린에 알러지가 있는 경우 클로피도그렐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유럽뇌졸중학회(ESO)는 아스피린의 단독요법을 초기 치료보다는 대안적인 치료에 권고하고, 병용요법을 좀더 권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결론적으로 환자의 위험요인이나 내약성을 고려해 항혈소판제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 토 론 >
좌장 : 실제로 국내 당뇨병 환자에서 아스피린은 얼마나 사용되고 있나?
박근규 : 당뇨병이 진단된 환자나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이 있는 경우 아스피린을 많이 사용한다. 아스피린 사용에 있어서는 국내외 가이드라인이 비슷하다.
이인규 : JPAD 연구는 아스피린이 1차 예방 효과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AD-A 가이드라인에서 40세 이상 이거나 부가적인 위험인자(심혈관질환의 가족력·고혈압·흡연·이상지혈증·알부민뇨)를 가지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는 1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쓰는 게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고 이를 근거로 한 대한당뇨병학회의 가이드라인도 명확한 근거가 있다고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므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40세 이상의 당뇨병 환자는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이준 : JPAD연구는 무작위 대조임상시험(RCT) 방식이 아니라, PROBE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런 경우 웬만하면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부분은 실망스럽다.
남창욱 : 1차 예방 목적의 경우 AHA가이드라인도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아스피린을 쓰는 데 대해 부정적이다.
메타분석 자료에 의하면 1차 예방 목적으로 사용되었을 경우 여성에서는 뇌졸중의 빈도를 줄이고 남성에서는 심근 경색의 빈도를 줄여주기는 하나 양군에서 출혈의 빈도를 높여서 그 효용성이 상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약제 사용에 앞서 득실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좌장 : 당뇨병 저항성 얘기도 나왔는데, 당뇨병 환자에게 더 많은 용량의 아스피린을 줘야 하나?
이인규 : ATC 메타분석에서는 저용량(75-150mg/day)의 아스피린 투여 효과가 고용량(160-325mg/day) 투여에 비하여 효과면에서 차이가 없었으나 출혈은 고용량 군에서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150mg 이하의 저용량을 지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당뇨병환자에서도 이는 같은 결과를 보인다고 생각된다.
이준 : 어떤 사람들은 아스피린을 1300mg까지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75~325mg을 사용하고 있다.
좌장 : 급성기에는 평상시보다 2배 정도 많은 용량을 주라고도 한다. 당뇨병 환자만을 대상으로 아스피린의 고용량과 저용량을 비교한 연구가 없어 판단 근거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의 병용요법의 효과를 본 연구도 많지 않은 것 같다.
박근규 : 아스피린과 티에노피리딘계열을 병용했을 때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있어서는 좀더 효과적이었지만, 뇌혈관 질환의 경우에는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준 : 뇌혈관 질환에서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은 관심을 갖고 시작했지만, 장기적인 잇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뇌졸중 환자에서 '아스피린+디피리다몰'의 병용요법은 천천히 방출되는 형태로(ER-DP) 사용한다면 혈관 사건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RoFESS연구 결과는 ESO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줬는데, 아스피린+디피리다몰 병용요법이 아스피린 단독요법 보다는 낫지만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 보다는 더 나은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1차치료제로 아스피린+디피리다몰 또는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을 권고하는 계기가 됐다.
좌장 : '아스피린+디피리다몰' 병용요법이 아스피린 단독요법보다 더 효과적인 이유는 뭔가?
이준 : 디피리다몰이 혈관 내피의 단백질에 작용해 혈관을 약간 이완시켜주고 내피를 안정화시킴으로써 출혈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PRoFESS연구에서는 오히려 클로피도그렐 보다 출혈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당황스러웠다.
좌장 : 발치 등 치과 시술이나 대장경 검사 등 출혈 위험이 있는 시술을 앞둔 환자에게 항혈소판제제를 어떻게 처방해야 하나? 특히 스텐트 시술을 받는 환자는 오랫동안 항혈소판제제를 사용해야 하지 않나?
남창욱: 기저질환이나 사용된 스텐트의 종류에 따라 시술 후 1년까지도 두가지 항혈소판제를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으므로, 이런 기간 동안에 출혈의 위험성이 있는 시술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겠고, 꼭 시행하여야 하는 경우라면 아스피린을 사용하면서 시행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국내 다기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약제 중단 기간이 7일 이상일 경우 스텐트 혈전증의 빈도가 더 높아지므로, 중단을 하더라고 가능한 짧은 기간을 중단하고 재투약하는 것이 스텐트 혈전증의 발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박헌식 : 클로피도그렐은 활성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약을 중단한 뒤에도 효과가 5일 정도 이어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외과의사들이 1주일동안 항혈소판제제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는데, 5일 이상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3일 정도 중단하라고 권고하는 편이다.
최근에 '캉그렐로'라는 새로운 주사제가 나왔는데, 활성화된 형태라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고 중단 즉시 사라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술 전에는 이러한 약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좌장 : 항혈소판제제를 중단한 후 위험이 상당히 증가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보통 가능하면 약을 유지하고 지혈을 잘해줄 것을 당부하는 편이다. 항상 위험 대비 이익을 잘 판단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