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의 치료에서 복합제의 효능과 역할'을 주제로 한 학술좌담회가 지난 6월 12일 오후 7시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 3층 토파즈룸에서 의협신문 주최ㆍ한미약품 후원으로 열렸다.
조승연 연세의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날 좌담회에서는 고위험 환자의 고혈압 치료(김재중 서울아산병원), 항고혈압제 치료의 최신동향(박창규 고대구로병원), 복합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Amosartan)의 개발 배경(황유식 한미약품), 아모잘탄의 임상 결과(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등 4개 연제가 발표됐으며, 패널토의가 이어졌다.
패널토의에는 강석민 연세의대 교수, 양주영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진료부장, 윤호중 가톨릭의대 교수, 정진원 원광의대 교수, 채성철 경북의대 교수, 홍택종 부산의대 교수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참석자들은 "최근 고혈압 치료의 동향은 고정용량 복합제가 대세"라고 입을 모으고 "특히 아시아인에서는 안지오텐신Ⅱ수용체차단제(ARB)와 ACE억제제 복합제에 비해 ARB와 칼슘채널차단제(CCB) 복합제가 복약 순응도를 향상시키면서 혈압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발표된 연제 및 토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편집자>
고위험 환자의 고혈압 치료
고위험 고혈압 환자는 대개 관동맥질환이나 좌심실비대·뇌혈관질환·심부전같은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또는 신장질환이 동반돼 있다.
이런 고위험 환자에게 고혈압을 적절히 조절해줌으로써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을 줄일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는 아주 많은데, 그 대표적인 것이 ASCOT(Anglo-Scandinavian Cardiac Outcomes Trial) 연구이다.
이 연구는 혈압강하(ASCOT-BPLA)와 지질저하(ASCOT-LLA)라는 2개의 프로토콜로 설계돼 있지만,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혈압에 관한 것이다.
ASCOT-BPLA는 1만 9000여명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당뇨병이 없는 경우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낮추고 당뇨병이 있는 경우 130/80mmHg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여 아테놀올(atenolol)과 이뇨제를 병용한 군과 암로디핀(amlodipine)과 ACE억제제를 병용한 군을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를 보면 두 군 사이에 초기에는 혈압 변화의 차이가 약간 있었지만 5.5년 후에는 불과 1mmHg 정도밖에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타차단제와 이뇨제를 사용한 군에 비해 칼슘채널차단제와 ACE억제제를 사용한 군에서 일차 엔드포인트(primary endpoint)나 모든 관동맥 엔드포인트(all coronary endpoint)가 크게 줄었으며, 뇌졸중도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사망과 모든 사망도 유의하게 줄었으며, 특히 당뇨병의 새로운 발생이 30%까지 감소했다.
LIFE(Losartan Intervention for Endpoint Reduction in Hypertension) 연구는 55∼80세 연령으로 수축기혈압이 160∼200mmHg이거나 이완기혈압이 95∼115mmHg이면서 좌심실비대가 동반된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환자들은 두 군으로 나뉘었는데, 한 군에서는 아테놀올로 투여를 시작해서 혈압이 떨어지지 않으면 이뇨제를 추가했고 다른 군에서는 로자탄(losartan)으로 투여를 시작해서 혈압이 떨어지지 않으면 이뇨제를 추가했다. 그 결과를 보면 두 군에서 혈압이 떨어지는 정도는 비슷했다.
하지만 아테놀올 투여군에 비해 로자탄 투여군에서 심혈관 사망과 뇌졸중·심근경색을 합한 일차 엔드포인트가 유의하게 줄었으며, 뇌졸중도 로자탄 투여군에서 크게 감소했다. 또한 ACE억제제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아테놀올 투여군에 비해 로자탄 투여군에서 당뇨병의 새로운 발생이 유의하게 적었다.
VALUE(Valsartan Antihypertensive Long-term Use Evaluation) 연구는 심혈관사고 위험이 높은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암로디핀과 발사탄(valsartan)을 직접 비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 군 사이에 혈압의 차이가 유의했다. 암로디핀 투여군에서 혈압이 많이 떨어졌는데, 두 군의 종합적인 일차 엔드포인트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관동맥사고로 오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암로디핀 투여군에서 유의하게 감소했다.
반면 혈압을 적게 떨어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발사탄 투여군에서 심부전이 적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었다.
고혈압 환자에서 좌심실비대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고혈압 환자에 비해 뇌졸중이나 심부전·관동맥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각기 다른 약물로 혈압을 치료해서 혈압이 똑같이 떨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좌심실비대가 호전되는 정도도 모두 같다고 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LIFE 연구가 그것을 보여주었다. 아테놀올 투여군과 로자탄 투여군을 비교했을 때 혈압의 감소 정도는 비슷했지만 로자탄 투여군에서 좌심실비대의 감소 정도가 훨씬 컸던 것이다(그림1).
좌심방(LA) 크기가 감소되는 정도 역시 로자탄 투여군에서 유의하게 컸는데, 이는 좌심실의 유순도(compliance)가 향상됐음을 의미한다.
칼슘채널차단제는 많은 연구를 통해 고혈압 환자에서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특히 뇌졸중의 위험은 non-dihydropyridine계 칼슘채널차단제에 비해 dihydropyridine계에서 유의하게 낮다.
ARB가 뇌졸중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논문도 많은데, 고혈압 쥐에서 칸데사탄(candesartan)이 뇌경색의 크기를 줄여주었다는 동물연구가 대표적이다. ARB를 쓰면 안지오텐신II의 수치가 증가됨으로써 출혈성 뇌졸중이 줄어들고, AT2 수용체가 활성화됨으로써 허혈성 뇌졸중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지오텐신II의 수치를 낮추는 ACE억제제보다 뇌졸중 감소에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만성 심부전에서 ARB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며, ACE억제제와의 비교도 상당히 진행돼 왔다. 하지만 ARB가 ACE억제제보다 우월하다는 데이터는 아직 없으며, 두 약제가 유사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부전 환자에서는 ACE억제제와 ARB를 병용했을 때 그 효과가 더욱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강압 정도가 크면 클수록 신기능이 유지되는 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신장질환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에서는 그렇지 않은 고혈압 환자보다 혈압을 많이 떨어뜨리는 것이 지침으로 나와 있다. 제2형 당뇨병에서 미세알부민뇨 혹은 현성 단백뇨가 있으면 그 자체로 사망의 위험인자가 된다.
따라서 당뇨병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는 미세알부민뇨나 단백뇨를 줄이고 신장질환으로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가 약제 선택의 적절한 기준이 된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연구가 RENAAL(Reduction of Endpoints in NIDDM with the Angiotensin II Antagonist Losartan)이다.
RENAAL 연구는 신장병증을 가진 제2형 당뇨 환자에서 위약(placebo)에 비해 로자탄이 종합적인 엔드포인트, 혈청 크레아티닌의 2배 증가, 말기신질환, 사망 등의 측면에서 훨씬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와 유사한 결과가 IRMD-2(Irbesartan in Patients with Type 2 Diabetes and Microalbuminuria) 연구에서도 있었는데, 특히 이베사탄(irbesartan)의 용량이 높아질수록 요 알부민 배출률에 대한 효과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IDNT(Irbesartan Diabetic Nephropathy Trial) 연구는 당뇨병성 신장병증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 이베사탄 투여군과 암로디핀 투여군, 이베사탄 투여군과 대조군, 암로디핀 투여군과 대조군 등으로 나눠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암로디핀은 대조군에 비해 신장질환으로의 진행을 줄일 수 없었지만, 이베사탄은 그 같은 진행을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과 말기신질환 사이에는 분명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혈압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백뇨가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는 단순 고혈압을 가진 환자보다 혈압을 낮게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강한 약제이거나 복합제가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당뇨병을 가진 고혈압 환자에서도 마찬가지다.
당뇨병성 신장병증의 관리에 대한 미국당뇨병학회(ADA)의 지침을 보면, 제2형 당뇨병을 가진 고혈압 환자에서는 ARB가 초기 선택약이고 고혈압이 있든 없든 관계없이 제1형 당뇨병에서는 ACE억제제가 초기 선택약이다.
그런데 ACE억제제는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환자가 견디기 어려울 경우 ARB로의 대체가 권장된다. 미국 JNC7 지침의 일차 적응증(compelling indication)을 보면, 고혈압 환자에게 심부전이 있거나 또는 심근경색후, 관동맥질환 고위험·당뇨병·만성신장질환·재발성 뇌졸중이 있는 경우 RAS(renin-angiotensin system) 억제제가 일차 선택제로 포함돼 있다.
칼슘채널차단제는 관동맥질환 고위험이나 당뇨병의 경우에 일차 선택제로 쓸 수 있다.
항고혈압제 치료의 최신동향
고혈압을 일으키는 기전은 연령이나 성별에서부터 환경 및 유전 요인이나 내분비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다양하기 때문에 그 기전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약제는 존재할 수 없다.
어떤 약제라도 그 기전 중 일부만을 충족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약제를 병용하게 되는데, 특히 고정용량 복합제(fixed-dose combination)는 환자의 충실도(adherence)를 향상시킨다.
연구에 따르면 알약 두 개를 따로 투여하는 경우와 고정용량 복합제 한 개를 투여하는 경우를 1년간 관찰했을 때 고정용량 복합제에서 환자의 충실도가 20% 가까이 높아졌다.
저용량 병용요법(low-dose combination)이 혈압을 얼마나 떨어뜨리는가를 평가하기 위해 354개 무작위 시험을 분석한 연구가 나왔는데, 반 알이나 한 알 또는 두 알을 투여한 경우를 각각 비교한 결과 모든 약제의 수축기혈압 감소폭이 한 알에 비해 반 알에서 20% 낮았다.
용량이 50%에 불과한 반 알이 한 알에 비해 혈압 감소폭을 50%가 아니라 20% 떨어뜨린 것이다. 부작용도 한 알이나 두 알에 비해 반 알로 투여했을 때 훨씬 적었다. 이뇨제나 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는 용량이 높을수록 부작용이 많았다.
하지만 ACE억제제나 ARB는 용량을 늘려도 부작용이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RAS억제제가 병용요법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유럽 치료 지침을 보면, 최근 병용요법에서 베타차단제의 역할이 크게 축소됐다(그림2).
칼슘채널차단제만이 유일하게 일차에서 베타차단제와 병용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병용요법이 좋을까? 요즘에는 이뇨제와 RAS억제제, ACE억제제와 칼슘채널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와 RAS억제제 등의 병용요법이 주로 권장된다. 최근에는 고정용량 복합제가 병용요법의 대세이며, 그 중에서도 RAS억제제와 이뇨제 복합제보다 RAS억제제와 칼슘채널차단제 복합제가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JNC7 지침의 목표혈압인 140/90mmHg 미만에 도달하는 환자의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LIFE와 ALLHAT, CONVINCE 연구는 하나의 약제를 기본으로 했는데, 목표혈압 도달률이 50∼60% 내외였다. 그에 비해 INVEST와 ACCOMPLISH 연구는 병합요법 연구이다.
INVEST는 약제를 따로 병용했고, ACCOMPLISH는 고정용량 복합제를 썼는데, 복합제를 썼을 때 목표혈압 도달률이 80% 정도로, 따로 병용한 경우보다 10% 가량 높았다.
ACCOMPLISH(Avoiding Cardiovascular Events through Combination Therapy in Patients Living with Systolic Hypertension) 연구는 ACE억제제 및 칼슘채널차단제 복합제와 ACE억제제 및 이뇨제 복합제를 비교한 시험이다.
이 연구에서 두 군 사이에 강압의 차이는 거의 없었으나 일차 엔드포인트(심혈관 사망률과 이환율)의 위험은 이뇨제 복합제에 비해 칼슘채널차단제 복합제에서 20% 감소했다. 이런 결과는 혈압 강하를 넘어선 어떤 효과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ACE억제제와 ARB를 병용하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특히 고위험 고혈압 환자로서 단백뇨가 많이 나오거나 심근경색후 울혈성심부전이 있는 경우에 레닌-안지오텐신계(RAS system)가 크게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두 약제를 병용해서 그것을 철저히 억제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ONTARGET(The Ongoing Telmisartan Alone and in Combination with Ramipril Global Endpoint Trial) 연구는 그런 환자를 대상으로 라미프릴(ramipril)을 단독 투여한 군과 텔미사탄(telmisartan)과 라미프릴을 병용한 군을 비교한 것이다.
두 군 사이에 일차 엔드포인트에는 차이가 없었으나, 라미프릴을 단독 투여한 군에 비해 라미프릴과 텔미사탄을 병용한 군에서 전반적인 신기능부전이 33% 더 많았다. 또한 칼륨이 5.5mmol/L 이상 증가한 경우도 병용한 군에서 71% 많았고, 신부전 발생률도 127% 높았다.
최근 미세알부민뇨가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 트란도랄프릴(trandolapril)과 로자탄을 병용했을 때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까 하는 것이 화두가 됐다.
COOPERATE(Combination treatment of ARB and ACE inhibitor in non-diabetic renal disease) 연구는 두 약제를 병용한 경우가 두 약제를 각각 단독으로 투여한 경우보다 미세알부민뇨를 크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두 약제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미세알부민뇨의 감소폭은 비슷했다.
그에 따라 신장 영역에서는 그런 병용요법이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상당하다. 여러 저널을 통해 의문점들이 제기됐는데, 트란도랄프릴 단독 투여군의 용량이 불충분했고, 이중맹검이 잘 유지되지 못했으며, 빠진 데이터가 많다는 것이다.
IMPROVE(Irbesartan in the Management of Proteinuric Patients at High Risk for Vascular Events) 시험은 심혈관 위험이 높은 고혈압 환자에서 미세알부민뇨를 치료한 연구이다. 라미프릴을 기본으로 하여 이베사탄이나 위약을 병용한 두 군을 비교했는데, 두 군 사이에 미세알부민뇨에 대한 차이는 거의 없었다.
현성 알부민뇨는 이베사탄을 병용한 군에서 좀 적었지만, 통계적 의미는 없었다. 당뇨가 있든 없든, 혈압도 두 군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두 약제를 병용하는 것이 과연 단백뇨를 효과적으로 줄여주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단백뇨를 줄이면 신장의 예후가 개선되는가? ONTARGET의 하위연구(substudy)에서는 텔미사탄과 라미프릴 병용투여가 각 약제의 단독투여보다 단백뇨를 크게 줄였지만 주요 신장 예후는 오히려 악화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두 약제를 병용한 군에서 사구체여과율(GFR)의 감소 정도가 가장 컸고, 라미프릴을 단독 투여한 군에서 가장 작았던 것이다. 투석과 혈청 크레아티닌의 2배 증가, 사망을 봤을 때 두 약제를 병용한 군에서 그런 예후의 발생률이 더 높았으며, 예후에서 사망을 뺐을 때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투석만 보면 통계적 차이는 없었다.
VALIANT(Valsartan in Acute Myocardial Infarction Trial) 연구는 심근경색후의 울혈성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캅토프릴(captopril)과 발사탄을 병용한 군과 각 약제를 단독으로 투여한 군들을 비교한 것이다.
심혈관 사망이나 심근경색·심부전 등의 엔드포인트에 대해서 캅토프릴과 발사탄은 차이가 없었고 두 약제를 병용해도 마찬가지였다. 각 군에서 약의 효과는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약물복용을 중단하게 하는 부작용은 병용투여군에서 더 많았다.
ONTARGET 연구에서와 같이 병용요법에서 부작용이 더 심각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ACE억제제와 ARB를 이용한 이중의 RAS 차단은 현재 고혈압 치료에서 권장되지 않는 것 같다. 단백뇨나 울혈성심부전이 있는 선택된 환자에서는 이중의 RAS 차단이 효과적이기는 하다.
임상에서 두 약제를 병용할 때에는 칼륨과 신기능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
ARB와 칼슘채널차단제를 병용하면 장점이 많다. 22개 임상시험을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했을 때 당뇨병 발생률이 ARB에서 가장 낮았고 ACE억제제와 칼슘채널차단제가 차례로 그 뒤를 이었으며 위약·베타차단제·이뇨제 등의 순으로 당뇨병 발생률이 높았다.
ACE억제제와 칼슘채널차단제는 상승적으로 작용하여 산화질소(nitric oxide)를 생성함으로써 산화성 스트레스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혈관에 죽종이 생겨 동맥이 좁아진 경우 ACE억제제와 암로디핀을 병용하면 산화질소가 증가되어 혈관확장이 잘 유지되기 때문에 심혈관질환에 좋은 것이다.
이뇨제는 산화질소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ARB와 칼슘채널차단제 병용은 상보적으로 작용하여 동맥과 정맥을 확장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칼슘채널차단제 단독으로 사용할 때 생기는 말초 부종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ARB 대신 ACE억제제와 칼슘채널차단제를 병용하면 어떻겠는가? 아시아인에서 ACE억제제 및 칼슘채널차단제의 병용은 문제가 있다. ACE억제제를 투여한 아시아인에서 마른기침(dry cough)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밤에 특히 심해지는데, 약을 투여하고 수주 후 또는 수개월 후에 나타나기도 한다.
임상연구를 통해 보면 적게는 2%에서, 많게는 10%까지 발생한다. 여자나 비흡연자에서 많이 나타나고, 용량 의존적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홍콩계 중국인과 백인을 대상으로 ACE억제제를 투여했을 때 중국인의 53%와 백인의 18%에서 마른기침이 발생했다는 연구가 나와 있다. 서양 사람들에 비해 한국·중국·일본 사람의 기침 위험비(hazard ratio)는 2.5이다.
결론적으로 칼슘채널차단제와 ARB 복합제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약물 적정(titration)을 단순화시켰으며, 사용이 편리하다. 단독요법보다 효능이 좋고, 부작용이 적으며, 이뇨제를 사용할 때 생길 수 있는 대사 교란이나 칼슘채널차단제를 사용했을 때 생기는 말초 부종을 줄여줄 수 있다.
혈압 반응률이 높고, 제네릭 약물을 사용함으로써 고정용량으로 인해 낮아진 약가를 더욱 낮추었다.
복합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의 개발 배경
고혈압은 원인이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단일 제제에 의한 치료가 어렵다. 따라서 서로 다른 계열의 약물병용 처방이 필요한데, 우리 한미약품은 효과가 우수하고 안전성이 입증된 새로운 복합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Amosartan)을 개발함으로써 약제비 절감과 함께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모잘탄은 아모디핀(성분명 amlodipine camsylate)과 오잘탄(losartan potassium)이라는 두 약제를 하나로 복합한 고혈압치료제이다.
아모디핀은 오리지널인 노바스크(amlodipine besylate)를 개량한 신약으로 우리가 자체 개발했으며, 오잘탄 역시 역시 코자(losartan potassium)의 제네릭으로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아모잘탄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35개 의료기관에서 시행된 1상, 2상, 3상 시험을 통해 입증됐다. 이 시험들에서 생물학적 동등성과 혈압강하 효과 동등성이 확인됐으며, 단일제제에 비해 부작용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복합제로서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크게 개선됐으며, 단일제제에 비해 최대 40%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개량신약으로 인정받은 아모디핀은 노바스크에 사용된 베실산(besylate)과 다른 새로운 캠실산(camsylate)을 사용함으로써 오리지널의 특허를 피할 수 있었다. 기존의 염에 비해 광안전성이 우수할뿐더러 보험약가를 50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국내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9개국에서 특허를 취득했고 50여개국에 특허출원을 했으며, 필리핀과 멕시코 등에 완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복합제를 만들기 위해 단순히 암로디핀과 로자탄을 분말화시켜 혼합하게 되면 암로디핀의 용출이 저하되고, 유연물질의 발생으로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제제 연구를 해야 했는데, 우리는 그 연구에 5년간 8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했다. 그 과정에서 10억원의 제제 연구비와 함께 전용 생산기계의 구입을 비롯한 생산설비 투자에 67억원 규모가 소요됐다.
아모잘탄 제조화 공정을 간단히 말하면, 한편에서는 캠실산 암로디핀을 분무건조하여 과립으로 만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롤러 콤팩터를 이용하여 로자탄 칼륨을 과립으로 만든 다음 두 성분을 섞어 타정하고 코팅을 거쳐 복합제를 만들게 된다(그림3).
여기서 암로디핀을 분무건조하는 이유는 용해도의 향상을 위한 것이다. 특히 복합제의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런 별도의 과립 제조 과정에 쓰일 독자적인 기계를 각각 수입해야 했다. 암로디핀에 대한 독자적인 분무건조 기계와 로자탄에 대한 별도의 과립제조 기계에 새로운 투자가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타정하는 과정에서 쓰인 안정화제에 대한 노하우와 두 성분이 서로 용출을 저해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하우도 아모잘탄 제조에 큰 기여를 했다.
아모잘탄의 특허 상황을 보면, 암로디핀에 대한 제법특허와 캠실산 암로디핀에 대한 물질특허, 안정한 무정형 캠실산 암로디핀에 대한 특허는 물론이고 암로디핀과 로자탄이 서로 분리된 복합 조성물, 특정 용량의 로자탄을 함유하는 복합 조성물, 안정화제가 포함되어 있는 복합 조성물 등의 복합제 특허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아모잘탄과 관련하여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자체 합성한 원료들을 바탕으로 복합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을 개발한 한미약품은 그 같은 제제 연구 노하우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국내외 시장에서 다국적기업인 MSD와 코마케팅 관계를 맺게 됐다.
제제 연구의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모잘탄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우리 연구자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복합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의 임상결과
아모잘탄 개발을 위한 제2상 임상시험(용량 결정 시험, 14개 병원) 및 제3상 임상시험(유효성 확증 시험, 19개 병원)은 조승연 연세의대(세브란스병원)교수가 총괄책임자(PI)를 맡은 가운데 시행됐다.
본태성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암로디핀과 로자탄 복합제 아모잘탄의 용량-반응 관계를 평가하기 위해 8주 동안 진행된 제2상 임상시험은 대단히 복잡한 프로토콜로 이루어졌다.
암로디핀 5mg과 10mg, 로자탄 50mg과 100mg 등 4개 군을 대조군으로 하고 그에 대응하여 암로디핀 5mg과 로자탄 50mg 복합제, 암로디핀 5mg과 로자탄 100mg 복합제, 암로디핀 10mg과 로자탄 50mg 복합제, 암로디핀 10mg과 로자탄 100mg 복합제 등 4개 군을 시험군으로 하여 총 8개 군에 각각 38명의 환자들이 무작위로 배정됐다.
기저치(baseline level)에 비해 이완기혈압(sitting DBP)의 측면에서 시험 8주 후의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암로디핀 5mg과 로자탄 50mg 복합제의 경우이다. 이완기혈압이 로자탄 50mg을 썼을 때 7.04mmHg 떨어졌고 암로디핀 5mg을 썼을 때 11.69mmHg 떨어졌으며 이 두 용량의 복합제를 썼을 때는 15.61mmHg가 감소했다.
두 약제가 각각 떨어뜨린 수치를 합친 것보다 복합제가 적게 떨어뜨렸기 때문에 부가적인 효과(additive effect)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암로디핀 5mg과 로자탄 100mg 복합제의 경우이다.
이완기혈압이 로자탄 100mg에서 10.45mmHg, 암로디핀 5mg에서 11.65mmHg, 두 용량의 복합제에서 16.69mmHg 감소했다. 세 번째 암로디핀 10mg과 로자탄 50mg 복합제의 경우이다. 이완기혈압이 로자탄 50mg에서 7.04mmHg, 암로디핀 10mg에서 16.43mmHg, 두 용량의 복합제에서 20.82mmHg 감소했다(그림4).
혈압이 굉장히 많이 감소했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암로디핀 10mg과 로자탄 100mg 복합제의 경우이다. 이완기혈압이 로자탄 100mg에서 10.45mmHg, 암로디핀 10mg에서 16.43mmHg, 두 용량의 복합제에서 18.27mmHg 감소했다.
최대용량을 복합했음에도 그 효과가 암로디핀 10mg 및 로자탄 50mg 복합제보다 크지 않았다. 제2상 시험이 용량-반응을 보기 위한 것이었지만, 흥미로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치료 후 부작용은 특히 암로디핀 10mg을 썼을 때 약간 많았다. 약물과 관련된 부작용 역시 암로디핀 10mg에서 많이 발생했다.
(그림5)는 각 군별 혈압강하 효과를 비교한 것인데, 암로디핀 10mg과 로자탄 50mg 복합제에서 이완기혈압이 가장 많이 떨어졌고 그 다음이 암로디핀 10mg과 로자탄 100mg임을 알 수 있다.
수축기혈압에서도 암로디핀 10mg과 로자탄 50mg 복합제에 비해 최대용량인 암로디핀 10mg과 로자탄 100mg 복합제에서 강압효과가 적었다.
이처럼 4개 용량의 복합제 가운데 최대용량을 제외한 3개 용량의 복합제가 효과적인 것으로 판단됐으며, 그 중 암로디핀 5mg 및 로자탄 50mg 복합제와 암로디핀 5mg 및 로자탄 100mg 복합제를 사용하여 제3상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3상 시험은 HM-ALOS-301 시험과 HM-ALOS-302 시험으로 진행됐다.
먼저 HM-ALOS-302 시험은 4주 동안 로자탄 100mg을 단독으로 사용해서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않을 때 로자탄 100mg를 계속 사용한 군과 암로디핀 50mg 및 로자탄 100mg 복합제를 사용한 군의 강압효과를 8주 동안 비교한 것이다.
186명의 환자가 선별됐고, 142명이 무작위로 배정되었으며, 최종적으로 129명에 대한 분석(PP analysis)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를 보면, 로자탄 100mg을 계속 쓴 군에서는 수축기혈압의 변화가 별로 없었던 반면 암로디핀 50mg 및 로자탄 100mg 복합제를 쓴 군에서는 9.98mmHg의 강압효과가 추가로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완기혈압도 로자탄을 단독으로 계속 쓴 군에서는 별로 변화가 없었지만, 복합제를 사용한 군에서는 6.58mmHg의 강압 효과가 있었다.
또한 수축기혈압이 140mmHg 미만 또는 이완기혈압이 90mmHg 미만으로 감소하거나 수축기혈압이 20mmHg 이상, 이완기혈압이 10mmHg 이상 떨어지는 것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시킨 경우는 복합제 투여군에서 90.00%인데 비해 단독 투여군에서는 66.67%에 불과했다.
복합제가 혈압 반응률(response rate)을 현저히 향상시켰음을 알 수 있다. 안전성은 두 군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단독 투여군에서 두통이 약간 많았다. HM-ALOS-302 시험은 암로디핀 5mg 및 로자탄 100mg 복합제가 로자탄 100mg 단독보다 훨씬 탁월한 강압 효과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HM-ALOS-301 시험은 암로디핀 5mg을 써서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암로디핀을 10mg으로 증량해서 투여한 군과 암로디핀 5mg 및 로자탄 50mg 복합제를 투여한 군을 비교한 것이다. 8주 동안 진행된 이 연구는 비열등성(non-inferiority)을 입증하기 위한 시험이었다.
254명이 선별되어 그 중 185명이 두 군에 무작위로 배정됐으며, 170명에 대한 분석이 최종적으로 이루어졌다. 예상했던 대로 두 군 모두에서 이완기혈압이 10mmHg 정도 떨어졌으나, 두 군 사이에 강압 효과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또한 암로디핀 5mg 및 로자탄 50mg 복합제는 암로디핀 10mg과 비교해서 비열등(동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축기혈압도 두 군 모두에서 12mmHg 정도 혈압이 떨어졌으나 두 군의 강압 효과 사이에는 차이가 없었다. 혈압 반응률도 복합제 투여군과 단독 투여군에서 각각 89.13%와 87.91%로, 비슷했다.
부작용으로는 복합제보다 암로디핀 10mg 투여군에서 두통이 많았다. HM-ALOS-301 시험은 암로디핀 5mg 및 로자탄 50mg 복합제가 암로디핀 10mg과 동등한 강압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아모잘탄에 대한 2상 및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우리나라도 굉장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가지게 됐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른 임상시험을 할 때 이 데이터가 구체적인 기초자료로 쓰일 것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보람이 있었다.
<패널토의>
혈압을 어디까지 낮추는 것이 좋을까?
조승연 : 과거에 제기됐던 J curve 가설에 따르면 이완기혈압이 너무 낮으면 오히려 심혈관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개원가의 많은 의사들은 아직도 그런 두려움을 갖고 있다.
박창규 : 일반적으로는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그러나 고립성 수축기고혈압을 가진 노인 환자의 경우 수축기혈압은 낮을수록 좋지만 이완기혈압이 55mmHg 이하로 내려가면 심혈관사고 위험이 증가한다. 따라서 그런 환자에서는 이완기혈압을 60mmHg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HOT(Hypertension Optimal Treatment) 연구를 보면 관동맥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J curve 현상이 조금 나타난다. 특히 당뇨병이 있거나 흡연하는 환자에서 그런 현상이 좀 더 두드러진다. 그래서 그런 환자에서는 이완기혈압을 80mmHg 이상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김재중 : 고립성 수축기고혈압 환자에서 약물치료를 하면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이 같이 떨어진다. 수축기혈압만 선택적으로 낮추는 약제는 없다. 문헌에서 보면 그나마 칼슘채널차단제가 좀 더 선택적으로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을 조금 더 떨어뜨린다.
이는 혈관의 경직도와 관련되는 듯하다. 어떤 약제가 노인 환자에서 혈관의 경직도를 개선시킬 수 있다면 수축기혈압이 좀 더 떨어지고 이완기혈압이 좀 덜 떨어질 것이다. 칼슘채널차단제는 그런 작용이 좀 더 있기 때문이 아닐까?
김철호 : 혈압이 200/90mmHg인 환자에게 약제를 써서 수축기혈압을 140mmHg로 만들면 이완기혈압도 그만큼 떨어져서 30mmHg가 될까? 대개 인체는 항상성(homeostasis)이 있어서 이완기혈압이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완기혈압이 60mmHg 또는 70mmHg 이하가 되면 J curve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30mmHg, 40mmHg로 떨어지는 환자를 보기는 쉽지 않다.
최근 Journal of Hypertension에 실린 한 리뷰 논문은 고혈압 치료 지침들에 제시된 숫자들이 '증거중심(evidence-based)'이 아닌 '지혜중심(wisdom-based)'에 의해서 설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130/80mmHg 이하로 혈압을 떨어뜨리면 '좋을 것이다'는 것이지 '좋다'는 증거는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젊은 고혈압 환자에서도 130/80mmHg 이하로 떨어뜨리면 좋다는 증거는 없다. 대가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권장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억지로 너무 엄격하게 혈압을 많이 떨어뜨리고 싶지는 않다.
채성철 :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떨어뜨린 그룹에서는 예후가 확실히 좋은 것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목표치 이하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위험 환자에서 선택하는 고혈압치료제는?
윤호중 : 메타분석(meta-analysis)이나 다기관 연구를 보면 대개 '어떤 고위험 환자에 어떤 약제가 좋다'는 내용이 어느 정도 정리돼 있다.
5개 종류의 고혈압치료제가 좌심실비대를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는가를 평가한 최근의 메타분석을 보면, ARB가 좌심실비대를 가장 많이 감소시켰고, 그 뒤를 이어 ACE억제제와 칼슘채널차단제가 비슷한 정도로 좌심실비대를 줄였으며, 이뇨제와 베타차단제는 그런 효과가 적었다.
박창규 : 좌심실비대가 있는 고위험 환자에서 고혈압을 치료하면 상당수가 좋아진다. 좌심실비대는 나이가 들면서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혈압을 치료하면 확실히 그 위험이 개선되는 것 같다.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것만 해도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조승연 : 단순 고혈압이라면 약제를 한 두 알 먹지만,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신장질환이 동반되면 많이 복용해야 한다. 그런 환자일수록 혈압을 많이 떨어뜨려야 하므로 개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 고정용량 복합제가 필요하다. 하루에 예닐곱 알을 먹어야 하는 환자에게 복합제를 잘 선택해주면 서 너 알로 줄일 수 있다. 복약 순응도가 그만큼 개선되고 약제비도 줄일 수 있다. 요즘에는 당뇨병 치료에도 고정용량 복합제가 나오고 있다. 바쁘더라도 그런 데 신경을 써주면 환자들이 고마워한다.
어떤 복합제를 쓰는 것이 바람직한가?
강석민 : JNC7 지침에는 ARB 및 이뇨제 복합제를 권장하고 있지만, 요즘 추세로 보면 ARB 및 칼슘채널차단제 복합제는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노인 환자에서 이뇨제를 쓸 때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주저되는 게 사실이다.
정진원 : 단순 고혈압이 있는 환자에서 혈압을 떨어뜨려야 한다면 일반적인 복합제를 써도 된다. 그러나 고위험 환자에서 혈압을 많이 떨어뜨려야 한다면 칼슘채널차단제가 들어 있는 복합제가 바람직할 것이다.
조승연 : 칼슘채널차단제 복합제가 이뇨제 복합제보다 내약성이 우수하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이 대부분인 것 같다. JNC7 지침에서 이뇨제를 일차약제로 권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쓰는 경우는 드물다.
당뇨병이나 전해질 대사 문제가 있고,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ARB나 칼슘채널차단제를 쓰다가 안 되면 이뇨제나 베타차단제를 쓰게 된다.